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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경찰 공공연한 진압 방침, KEC 교섭 더 꼬여

김용욱( newscham@newscham.net) 2010.10.25 14:51 추천:1

▲[출처: 노동과 세계 이명익 기자]
200여명의 KEC 노동자들이 지난 21일부터 공장 점거농성에 들어간지 4일째인 24일, 경찰이 강제진압을 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현재 노사 교섭에 전혀 진전을 보이지 않는데도 강제진압부터 언급해 회사 쪽이 오히려 교섭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신호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가 최후의 수단으로 공장 점거농성을 선택한 것은 노사 교섭을 통한 대화 요구였지만 24일까지도 회사 쪽은 여전히 교섭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경북본부 구미지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사쪽은 현재까지도 노사 대화에 전혀 나서지 않고 진압요구만 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경찰은 KEC 노조에 내내 과도한 대응을 했다. 평화적인 쟁의행위를 한 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과 체포영장을 남발했지만 모두 기각됐다”며 “이런 경찰의 노골적인 움직임에 힘입어 회사가 노사교섭에 의지를 전혀 안 보인다. 경찰이 오히려 교섭을 못하게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지난 22일 경북도경은 출입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조속히 진압하겠다’고 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번 KEC 노조 파업 관련 노조 관계자 6명에 대해 지난 22일 체포영장과 출석요구서를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경찰은 현장에 1,000여명의 경력을 배치하고 조명차, 화학소방차, 물포 등 진입작전에 필요한 장비의 출동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조합원들이 점거하고 있는 1공장엔 인화물질과 염산, 불소 같은 화학 약품이 많아 강제진압시 불상사도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의 조기 진압은 오히려 역풍이 될 수도 있다. 지난 해 1월에 발생한 용산참사가 대표적인 예다. 경찰이 이례적으로 건물 점거 농성에 돌입한 철거민들에 대해 하루 만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했지만 초대형 참사가 나면서 당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사퇴했다. 당시 경찰은 철거민들이 농성중인 남일당 건물 내부구조나 인화물질 물질의 양 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건물에 무리하게 진입하면서 대형참사를 일으켰다는 비난을 받았다. 또 법정에서는 서울 시경의 한 정보담당관이 충분한 협상을 좀 더 추진하지 못하고 진압에 들어 간 것이 문제였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이런 부담 때문에 지난 해 평택 쌍용차 도장공장을 점거한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에 대해서도 경찰은 77일 동안 노사협상을 지켜봤다. 당시 쌍용차 도장공장 역시 무리한 강제 진압에 돌입할 경우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노조가 최종적으로 상당한 양보안을 제시했지만 사쪽이 거부하면서 77일만에 경찰특공대 강제진압이 진행됐다.

따라서 이번 KEC 공장 점거 농성도 정부가 강제진압 방침 천명보다, 우선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먼저 나서도록 최대한 분위기부터 조성하라는 것이 노동계 요구다.

한편 24일 오전 점거 노동자 가족들은 음식전달을 요구했지만 회사쪽은 거부했다. 가족들의 음식물 반입 요구에 회사 노무팀 관계자가 핸드 마이크를 들고 나와 ‘노조원들이 불법점거를 하고 있으니 가족이 끌고 나오라’는 내용이 성명을 발표해 거센항의를 받기도 했다. 현재 농성자들은 비상식량을 준비해 들어가 음식물을 충분히 섭취하지는 못하지만 아예 음식물 섭취를 못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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