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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일 전북여성단체연합이 문제를 제기한 ‘전라북도 공무원 성추행 사건’은 전라북도 성 평등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에서 발생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런데 전북도청이 권력을 이용하여 민간위탁기관의 종사자를 불러 복사 업무 등 단순업무를 시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북여성단체연합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피해자 B씨는 전라북도 한 청소년복지상담센터에서 전문상담원으로 3년째 일했고, 2월 26일 전북도청으로 출근하라는 내용을 문자로 통보받았다. B씨는 도청 여성청소년과에 출근 후 공무원 A씨에게 여러 차례 밖에서 만남을 요구받았고, 이를 거절했다. 공무원 A씨가 업무 수행을 이유로 3월 15일 밖에서 만날 것을 요구했고, 결국 저녁 7시 한 일식집에서 만났다. 공무원 A씨는 이날 입맞춤과 가슴 등의 신체접촉을 하려했고, 언어적 희롱을 했다. 이에 B씨는 그 자리를 뛰쳐나와 1주일 후 성폭력특수수사대에 ‘성폭력범죄’로 고소했다.

 

2일 기자회견에서 전북여성단체연합은 ‘전라북도 공무원 성추행 사건’에 대한 전라북도의 미온적 대처에 대해서 규탄하는 한편, 전라북도가 부당하게 민간위탁기관의 종사원을 이용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피해자 B씨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상담 전문가로 청소년복지상담센터에 채용되었다. B씨의 업무는 학교폭력 신고 접수 및 처리, 사후관리와 필요서비스 연계지원 제공 등 127센터가 부여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런 B씨가 전북도청에서 2월 26일 출근해 3월 15일까지 워드작업과 전화 받기, 엑센입력 등 학교폭력 전문상담과는 관련 없는 단순 업무만을 처리했다.

 

B씨의 상담을 맡은 황지영 전북여성단체연합 인권위원장은 “B씨는 자신이 전북도청에서 언제까지 단순업무를 수행해야 하는지도 몰랐다”고 밝혔다.

 

전북도청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연말과 연초에는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통계를 정리하고 마련하는 일이 많아 수시로 업무협조가 이루어진다”면서 “인력관리에 부주의한 점은 있었지만, 부당노동행위 등은 절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학교폭력과 관련된 사업으로 약 13억의 도 예산이 이 센터를 비롯해 들어간다”면서 “학교폭력 대책과 관련된 업무상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황지영 인권위원장은 “B씨가 도청에서 한 일은 학교폭력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알지 못했다”면서 “그리고 엑셀 작업과 PPT 업무가 상담원 업무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 전북본부 법률지원센터 박진승 노무사는 “‘갑’인 전북도청이 지위를 이용해서 ‘을’인 민간위탁기관에 자신의 업무를 떠넘긴 것이고, 그 근거가 없다면 ‘권한남용’으로 볼 수 있다”면서 “그리고 B씨가 청소년복지상담센터와 계약을 맺을 당시 업무 내용에 해당이 안 된다고 하면 부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지영 인권위원장은 B씨가 센터와 맺은 계약서 일부를 구두 공개하면서 “학교폭력과 관련된 업무 외에 ‘갑’(상담센터)이 지정하는 업무 및 127센터 운영에 따른 제반업무로 되어 있다”면서 “과연 도청에서 단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센터가 지정한 업무로 합당한 것인지 따져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도청이 ‘업무협조’라는 명목으로 부당하게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편의를 도모한 일”이라면서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도청 조직 자체의 문제로 봐야 한다. B씨의 도청 단순 업무를 조직 자체가 묵인한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황지영 인권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B씨가 맺은 계약내용 중 센터가 지정하는 업무에 도청으로 출근하여 단순 업무를 돕는 것이 해당되는 지는 따져볼 부분이지만, 전북도청이 도민 세금을 무기로 권한을 남용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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