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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교육감 선거 묻자 "우리 다음달에 유학 가요"

전주의 한 마트에서 만난 주부들... 그들에게 교육감이란?

안소민( jbchamsori@gmail.com) 2014.06.02 12:17

요즘 고민이 많다. 이 땅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이 사회는 과연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줄 수 있을까. 그것은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러기에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교육감 선거는 중요하다. 교육감 선거는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지방선거의 '옵션'이 아닌, 교육의 성패를 가름하는 매우 중요한 선택이다. 교육감 선거를 일주일 남겨둔 5월 28일 오전, 전주의 한 마트와 백화점을 찾았다. 전주 엄마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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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마트 풍경 <사진 제공 - 안소민>

오전 10시반 마트의 풍경. 한가하게 쇼핑을 하는 주부들이 보였다. 장난감 코너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던 김은영(40) 주부. 그녀는 6살된 딸을 두었다. 나이에 비해 아이를 늦게 낳았다. 교육감 선거에 대해서 묻자, 애써 웃으며 자리를 피하려 했다.

"저는 잘 몰라요. 관심이 없어요. 아직 애가 어리잖아요." 

교육감 선거는 초등학교 이상 학부모만의 관심사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6·4 지방선거 투표의지를 물으니 하지 않겠다고 한다. 당연하다는 말투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어서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것이 이유였다. 

친구와 함께 마트에 구경을 온 유은희(38) 주부. 앳되 보이는 얼굴인데, 벌써 고등학교 2학년과 1학년 딸 두 명을 두고 있다. 얼마 전, 티비 토론회를 보고 교육감을 정했다고 한다. 

"다른 후보들로부터 공격을 받는데, 굉장히 차분하고 논리정연하게 대응하더라구요. 저는 교육감이라면 그런 리더십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분이 잘 할 것 같아요."

함께 쇼핑을 나온 이영선(40) 주부는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두고 있다. 그녀는 "우리 지역에 진보교육감이 있어서 자랑스럽다. 아이들을 위한 행정을 펼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싶다"며 김승환 후보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현재 전라북도 교육감 선거에는 현 교육감인 김승환 후보와 행정학 교수 출신인 신환철 후보, 지역 아동센터 전북 운영위원장인 유홍렬 후보, 시민교육운동가이자 교사 출신인 이미영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김승환 후보는 임기내 청렴도 상승과 학생 인권 및 복지 향상 등을 거론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승환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학생들의 학력 신장을 공통적으로 내걸며 자신이 적임자임을 주장하고 있다. 

진보교육감 "자랑스럽다 vs. 학력 신장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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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시내에 붙은 전북교육감 홍보물 <사진 제공 - 안소민>

전북교육계의 '아킬레스건'이랄 수 있는 '저조한 학력'은 교육감 선거 때마다 거론되어온  부분이다. '교육계내의 불통(不通)'과 함께 김승환 후보가 공격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트에서 만난 강은설(45) 주부는 "청렴도 좋지만 학생들의 학력 신장에 좀 더 신경썼으면 좋겠다. 내 주위엔 학력 때문에 전학을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며 아쉬워했다. 

실제로, 교육감 후보자 토론회에서 한 후보는 '청렴성이 교육의 본질이 될 수 없다'며 김승환 후보를 견제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청렴성이 교육의 본질이 될 수 없다? 과연 유권자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책 가판대 앞에서 한 주부가 책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삼천동에 사는 최연숙 주부(43). 정장 차림인 걸 보니, 워킹맘인 듯하다.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교육감 투표에 관한 의견을 물으니, 한숨이 먼저 쏟아진다. 뽑긴 뽑아야겠지만 누굴 뽑을지 모르겠다며 탄식과 같은 대답을 했다.

"언젠가,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이 묻더라구요. '엄마, 내가 나중에 유학가면 뒷바라지 해줄 수 있어?'라고요. 당연하지, 대답은 자신있게 했지만 속으로 겁났어요. 애들 뒷바라지 하기 너무 벅차요. 요즘 학원 안 다니고 공부시킬 수 있나요? 두 아이(둘째는 어린이집) 한 달 사교육비만 해도 100만원이 넘어요. 피아노, 영어, 수학은 기본, 그것만해도 벌써 50만원이에요. 나같은 부모는 이 땅에서 애들 못 키워요."

조심스레 직업을 물어보니 남편은 건축회사에 근무하고 본인은 보험회사에 다닌단다. 최연숙 주부는 말을 이었다. 

"얼마 전엔 아들이 또 이렇게 묻더라구요. '엄만 내가 다른 애들을 짓밟으면서라도 1등을 하면 좋겠어?'라고요. 질문을 듣는 순간, 우리가 아이들에게 '무한 경쟁'을 강요해왔구나 싶어서 마음이 아팠어요. 1등을 못하더라도, 친구들을 함께 도우며 사는 게 더 훌륭하다고 얘기해줬어요."

말을 마치고 돌아선 최연숙 주부는 꼭 이 말은 해줘야겠다는 듯, 다시 돌아와 덧붙였다.

"학력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중요시 여기는 교육감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런 교육감 뽑아야죠."

취재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무상급식이나 학생인권조례 등 김승환 후보의 실적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학력 신장을 해결해줄 확실한 정책을 가지고 나올 후보를 기대하고 있었다. 

지상파 방송 3사가 지난달 17~18일 TNS, 밀워드브라운미디어리서치,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유무선전화 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김승환 후보가 40.2%의 지지를 받으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어 신환철(12.3%), 이미영(9.8%) 후보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이 여론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4%p~3.5%p, 응답률은 10.4~13.5%. 김승환 후보 캠프 내에서도 조심스레 재선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선거열흘 전, 판도가 바뀐 2010년 전북 교육감 선거의 사례를 비추어봤을 때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이날 취재 현장에서 만난 주부들로부터 김승환 후보의 높은 지지는 그다지 실감 수 없었다. 설문조사 이후, 신환철 후보와 이미영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높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부는 "김승환 후보에서 최근 다른 후보로 마음을 돌렸다. 똑 부러지고, 소신도 분명한 것 같아서 그 후보로 결정했다. 그 후보가 되면 전북 교육이 좀 더 발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서 '발전'이란 '학력 신장과 높은 진학률'을 의미했다.

교육감 후보의 자질과 공약을 두고 일어나는 갑론을박. 그것은 곧 진정한 교육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와 직결된다.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지만, 정말 어찌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바로 무관심이다. 

교육감 선거, 잘 아는 사람한테 가서 물어보세요...무관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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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한 마트 모습 <사진 제공 - 안소민>

점심식사 후 백화점으로 향했다. 손님 대부분은 역시 주부들. 커피를 마시고 있는 30대 후반 가량의 주부 일행이 보였다.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그들의 얼굴표정이 '교육감', '선거'라는 말에 그만 굳어졌다. 

"저희는 그런 거 몰라요. 죄송하지만, 잘 아는 사람한테 가서 물어보세요."

재차 물었다. 

"그래도 자녀들이 학교에 다니는데, 관심이 없을 수는 없잖아요. 이런 교육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 번쯤 생각해본 적은 있으시죠?"

서로 어색한 눈빛만 교환하던 일행 중 한 사람이 어렵게 입을 뗐다.

"저희요...다음 달에 유학가요. 그래서 선거같은 거 관심 없어요."

유학 가는 이유를 물어보자, 마침내 짜증섞인 목소리가 날아왔다. 

"그냥 저희끼리 이야기하게 놔두실래요?" 

유학 가는 이유는 끝내 알 수 없었다. 집안 문제일 수도 있고, 교육 문제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더 이상 '이 땅'의 교육엔 관심없다는 것이다. 6.4지방선거 투표는 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교육감투표도. 만약 하더라도 '그 때 상황봐서...'결정하겠다고 대답했다. 

6월 4일. 많은 우리 자녀들의 운명이 결정되는 날이다. 내 딸의 운명이자, 우리 아들 딸들의 문제다. 내 선택이 내 자녀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선장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지난 세월호 참사에서 뼈저리게 깨달았지 않은가.  '그 때 상황봐서' 선택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편집자 주 - 오마이뉴스 안소민 시민기자가 오마이뉴스에 보낸 기사입니다. 안소민 기자의 동의 아래 참소리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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