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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구제역 살처분 매몰지, 3월이면 다 썩는다”

김도연( newscham@newscham.net) 2011.02.09 09:59

가축 살처분으로 인한 2차 환경재앙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환경부 정밀조사 결과가 나옴에 따라 그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2월까지 전국 매몰지 전수조사를 마치고 3월부터 정비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당장 3월이면 광범위한 오염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한다.


환경부는 지난 7일 지난달 24~28일 행정안전부 등과 함께 경상북도 내 매몰지 993군데 가운데 낙동강 상류지역의 구제역 매몰지 89곳을 정밀조사 한 결과 61곳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매몰지 89곳의 절반을 넘는 45개 매몰지에서 침출수 유출이나 비가 많이 올 경우에 사면 붕괴 등의 위험이 있었으며, 16곳에서 침출수 유출 오염이 우려됐고, 23곳은 경사가 심한 곳에 위치해 붕괴나 유실가능성이 있었으며, 이 두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곳이 6곳이었다. 집중호우 때 문제가 될 수 있어 빗물 배수 시설이 필요한 곳도 16개로 나타났다.


경상북도 내 매몰지 정밀조사를 담당한 환경부 안문수 상하수도정책관은 8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매몰지에도 매몰과정에서 침출수가 계속적으로 발생이 되고 있고, 매몰지에는 침출수 처리장이 없기 때문에 분뇨차를 가지고 침출수를 펌핑해서 하수처리장이나 분뇨처리장으로 가서 이송처리를 하고 있다”고 열악한 현실을 전했다.


안문수 정책관은 이어 “봄이 되어 얼었던 땅이 풀리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침출수가 지금 흐르지 않는 곳은 땅속에서 얼어 있을 가능성이 있고 그것이 봄이 되면 침출수 자체가 녹으면서 흘러내릴 가능성이 있고, 지반 자체도 얼었다가 풀리기 때문에 불안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눈에 보이는 침출수와 달리 장기간에 걸쳐 분해된 사체가 빗물과 함께 토지에 스며들어 지하수를 오염시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자체라든가 정부에서 장기적으로 지하수 인근에 지하수 관정이라든가 지하수 관측정을 설치해 장기적으로 모니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0일부터 경기, 강원, 충북지역의 한강 상류 매몰지 100여 곳을 시작으로, 2월 말까지 전국 매몰지들의 실태에 대한 전면 조사에 들어간다. 조사결과를 토대로 정부는 부실 매몰지에 대해서는 3월부터 4월까지 정비, 보완을 할 계획이다.


하지만 당장 3, 4월이 되면 광범위한 오염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가축류 몸체 80%가 물로, 유기물이 분해되면 거의 물로 나오게 되는데, 적정한 온도가 유지되게 되면 분해가 굉장히 빠르게 진행이 된다”며 “당장 3, 4월이 돼 날씨가 따뜻해지게 되면 정말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배재근 교수는 “지금 현재는 지하수 오염 쪽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굉장히 광범위하게 오염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며 “현재 설치된 대부분의 차수막이 토압에 의해서도 유실될 수 있는 간이처리방식인 만큼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매립시설에서 지하수 유출이 예견이 되고 온도가 올라가면서 악취도 상당히 발생할 것이다. 또 침출수가 발생되고 가스가 발생하면 결국은 병원성 균이 매개를 하면서 2차 감염의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그는 “침출수나 단편적인 관점이 아니라 종합적인 관점에서 대안을 만들어야” 하며 “날씨가 따뜻해지기 전에 당장 단기적인 대책으로써 모든 시설에 강제라도 침출수를 배제시키고 가스를 배제시키는 시설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제역 사태를 맞은 범종교인 공동 기자회견' 시작에 앞서 기자회견에 참석한 종교인들이 '죽어간 생명을 위한 침묵 기원'을 하고 있다. [출처= 참세상]


한편, 현재까지 매몰된 가축 수가 300만 마리를 넘어선 가운데 종교계는 이번 구제역 사태를 ‘재앙’으로 규정하고, 사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생명의 존귀성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도교,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5개 종교 33개 단체는 8일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자연계의 생명은 우리 인간의 형제요 자매이며, 이번 구제역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은 생명에 대한 우리 모두의 인식 전환과 다른 생명에 대한 존중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경호 한국기독교생명농업포럼 대표는 “우리가 비판하는 공장식 기업식 축산은 크게 보면 신자유주의 세계경제 체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농민 삶의 한 모습”이라며 “농민만을 탓할 수도 없고 정부의 정책만을 탓하기도 어렵다. 이런 반생명적 가치관, 생활구조, 삶의 구조로부터 탈피해나가려는 가치관의 전환을 생활 속에서 실천해 나가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종교인들은 이날 공장식 사육 방식과 살처분 중심의 현행 방역 시스템에 대해 문제제기 하고 “정부가 공장식 사육에서 방목식 사육으로 전환하고, 가까운 지역에 건강한 육류를 공급할 수 있도록 축산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후 ‘소박한 생명의 밥상을 위한 범종교 네트워크’(가칭) 등의 방식으로 육식 중심의 식생활을 채식 중심으로 바꾸는 범국민 식생활 문화 개선운동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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