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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지식인 234명이 정부에 구제역으로 인한 가축 살처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9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과 같은 생매장, 살처분 방식으로는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 같은 가축전염병을 막을 수 없으며 오히려 매년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구제역 사태에 대한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을 호소했다.

 

▲[출처= 참세상]

 

이들은 “구제역의 경우 성체가 된 동물에서는 감염사망율이 5% 이하로 매우 낮고 대부분 2주내에 항체가 생겨 자연치유가 된다”며 “구제역 청정국 유지에 집착하여 전염병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동물들까지 모두 죽이는 일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황성남 중앙대 교수(의학)는 “단지 감염 가능성 때문에 자연적인 면역력을 가진 동물까지 죽인다면 점점 질병에 대해 허약한, 면역력을 갖추지 않은 동물만 남게 된다. 그러면 이런 질병이 돌 때마다 다 죽여야 한다”며 “결국 최종 숙주인 동물들이 자체가 그걸 막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인류 역사를 보면 수많은 전염병 돌았지만 초기에는 사망률이 높았던 질병도 시간이 지나면서 이에 저항하는 면역력 갖춘 인간이 나오고, 결국 우리가 이겨낼 수 있는 상태가 된다”며 “구제역 역시 살처분이 아닌, 질병과 싸워 이겨낼 수 있는 강한 개체를 만드는 방식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종 바이러스 인간 감염 가능성...“‘복지축산’ 도입해야”


이들은 바이러스의 변종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현재 살처분에 소요될 경비를 가축사육환경 개선에 투입해 축산환경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처음에는 닭에서 발병했으나 이제 오리까지 발병하여 매몰되고 있는 우리나라 조류인플루엔자의 사례는 다른 종 사이에 전이가 일어났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우리 축산 환경이 닭, 오리, 돼지, 소 등의 근거리 사육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서로 다른 종간에 변형된 바이러스가 양산될 수 있으며 이는 인간에게로 감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정용희 한림대 교수(화학)는 “특히 돼지는 직접적으로 인간에 바이러스를 전이할 수 있다”며 “축산을 하면서 우선 다른 이종을 격리시킬 필요가 있고, 밀집형이 아닌 넓은 공간, 그리고 소규모로 축산환경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의 대응책에 ‘복지축산’ 개념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창길 성공회대 교수(동물복지 전공)는 “정부에서 친환경축산기반구축제도 T/F팀을 발족했지만 제도팀에서 마련한 내용이나 법률개정 및 신설안에는 복지축산의 기초인 인도적 살처분 내용이 빠져있는 등 의제가 굉장히 불충분하다”며 “일반적 T/F팀이 한 달 만에 대책을 만들어 ‘땜빵’하는 방식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영속적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친환경 복지축산의 기본적인 내용이 없는 <동물보호법>, 인도적 도살의 내용이 전무한 <축산물가공처리법>과 <가축전염병>에 대한 규정들이 국제적인 기준에 맞게 전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해 “도시와 농촌이 소통하고 생명과 환경, 지역경제를 아울러 생각하는 새로운 공생의 생존방식을 찾아내야” 하며 “국민들의 건강한 식문화를 위해 먹을거리 체계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의 호소에는 환경철학회 한면희 회장,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교수, 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 백도명 교수, 씨알의 소리 편집장 김조년 교수, 전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김서중 대표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 기독교 원로교수인 김경재 교수, 경제학계의 원로 이대근 성균관대 명예교수, 이정덕 동국대 명예교수, 생명윤리학회의 원로 진교훈 교수, 허종화 경상대 명예교수 등 다수의 학계원로 교수들도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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