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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구제역 재앙은 이제부터...“‘종식 선언’ 이르다”

김도연( newscham@newscham.net) 2011.04.04 16:26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 3일 구제역으로 인해 시·군 단위에 내려졌던 가축이동제한 조치가 모두 해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제역 참극’은 이제부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환경재앙을 비롯한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크다. 구제역 발생으로 촉발된 ‘매몰’ 중심의 방역시스템에 대한 문제도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겨졌다.


가축 350만 마리를 죽음으로 내몬 사상 초유의 구제역 사태가 사실상 일단락 됐다. 3일 농림수산식품부는 충남 홍성군을 끝으로 구제역과 관련해 전국의 가축이동제한 조치가 모두 해제됐다고 밝혔다.


충남도는 지난달 25일까지 9개 시·군의 가축이동제한 조치를 해제했으며, 이날 홍성군까지 해제하면서 사실상 구제역 사태의 종식을 선언했다. 가축이동제한 조치는 축종별 마지막 구제역 발생일로부터 2주가 지나고, 임상 검사를 시행해 이상이 없으면 해제된다.


가축의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가축의 출하와 재입식, 가축 분뇨 처리 에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가축 시장 역시 방역 장비를 점검하는 등 재개장의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28일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 발생이 처음 확인된 지 126일 만이다.

 


유 장관, “구제역 ‘종식 선언’ 이르다”...재앙은 이제부터


하지만 여전히 구제역 ‘종식’을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해당부처 장관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30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백신으로 구제역 바이러스를 눌러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개체가 약할 경우 그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고, 소위 말하는 순환 감염에 의해서 어린 가축에게 바이러스가 이전될 수 있다”며 “앞으로도 바이러스가 간헐적으로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고 조금 더 두고 봐야 된다”고 말했다.

 

▲돼지 살처분 장면 [출처= 한국동물보호연합]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매몰지 침출수로 인한 2차 환경 재앙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사례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27일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은 “지난 2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경기 이천시 백사면 모전리 일대 매몰지 주변 지하수를 정밀검사한 결과, 검사지역 지하수 4곳에서 가축사체유래물질이 검출됐다”며 “침출수로 인한 오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현재까지 환경부 발표에 의하면 이번에 구제역 매몰지 침출수로 인해서 지하수나 상수원이 오염된 사항은 없다”고 일축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이 침출수가 지하수나 식수를 오염시켜 인수공통바이러스가 창궐하거나 전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해 온 만큼 매몰지 인근 주민들이나 환경단체들은 침출수 문제에 촉각이 곤두서있을 수밖에 없다.


앞서 김정수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2월 1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침출수에는 청색증을 일으킬 수 있는 질산성질소와 심한 패혈증을 일으키는 탄저균, 또 병원균과 식중독균 등이 섞여서 나올 우려가 있”으며 “침출수가 지표에 노출되어 쥐나 다른 동물들이 매개해 전이가 일어나고 확산될 경우 동물과 사람에게 모두 해당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올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지하수로 유입될 경우 그 오염은 20년 이상 나타난다”고 밝혔다.


축산농가들은 줄줄이 도산을 우려하고 있다. 남호경 한우협회장은 지난 1일 PBC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한우 가격이 떨어지고 판매율도 저하됐다고 지적했다. 남 회장은 “예년 이 때에 비해 한우 판매가 평소의 절반 정도 수준이고 가격도 한 마리에 25%~ 30% 정도 떨어진 반면 정부 부처의 재원 마련 문제 때문에 보상금은 아직 절반정도밖에 못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장기적으로 이렇게 2~3년 정도 지나면 한우 농가 도산이 속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국내산에 대한 막연한 구제역 불안심리를 타고 수입산 쇠고기가 차지하는 판매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는 등 수입산 쇠고기의 점유율은 눈에 띄게 신장됐다”고 지적했다. 남 회장은 특히 그중에서도 “미국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70%를 육박하던 호주산과 비슷한 정도로 밀고 올라가는 수준”이라며 구제역을 틈타 미국 쇠고기·돼지고기 수입이 폭증하고 미국 정부가 한국 쇠고기시장의 전면 개방을 요구하고 나선 데 대해 “농민의 입장에서 미국의 힘의 논리는 묵과할 수 없고, 소비운동으로 미국의 부당함을 알릴 것”이라고 반감을 나타냈다.


가축 매몰 및 방역작업에 참여했던 공무원들에게도 구제역 악몽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따르면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작업, 매몰처리에 동원된 수십만 명의 공무원 중 9명이 사망했으며 총 17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충재 전국공무원노조 부위원장은 4일 CBS ‘변상욱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사망한 공무원들 대부분은 구제역 방역초소에서 수십일 동안 연속근무를 하다 과로사 했고, 방역작업 중에 트럭이 전복되어서 사망하거나 출퇴근이 금지돼 숙소에서 자다가 화재로 사망한 공무원도 있다”며 “사망한 공무원들 대부분이 남겨진 가족에 대한 생계대책이 막막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 부위원장은 또 “공무원들이 전기충격이나 주사로 가축을 죽이고, 산채로 발버둥치는 가축들을 다시 구덩이로 밀어 넣는 등 공무원들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들까지 하면서 그 충격으로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는 이들이 지금도 많다”며 “지금까지 단일한 사항으로 이렇게 많은 공무원들이 희생된 적이 없었다. 아직도 공무원상해대책이나 매몰지로 인한 환경오염문제, 농가보상 등 어떤 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구제역 종식을 선언할 수 있는 건지,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초유의 살처분 사태, ‘생명존중’의 길잡이 삼아야


장기적으로 구제역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 또한 만만치 않다. 동물보호단체 및 종교계는 가축 매몰수가 백만 두를 넘어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살처분 일변도의 방역시스템과 반생명적 공장식 축산을 초래한 육식 위주의 식생활 문화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전진경 이사는 지난 1월 12일 진보신당 주최로 열린 ‘구제역 사태 대안 모색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 사람에게 ‘인권’이 있듯 동물에게도 보호받아야 할 ‘동물권’이 있다며 정부의 생매장 살처분을 비판했다.


전 이사는 구제역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건강하지 못한 축산 토대”, 즉 공장식 집약 축산에서 찾고 “근본적으로 구제역 조류독감 등 대규모 동물 전염병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축산의 토대 자체가 친환경적 동물복지 지향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또 질병이 유입되더라도 저항할 수 있는 건강한 개체들로 키우고 질병을 이겨낼 수 있는 환경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2월 8일 정동프란치스코회관서 열린 종교계 기자회견

 
종교계도 이러한 진단과 처방에 인식을 같이 했다. 천도교,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5개 종교 33개 단체는 2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생명의 존귀성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공장식 사육에서 방목식 사육으로 전환하고, 가까운 지역에 건강한 육류를 공급할 수 있도록 축산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후 육식 중심의 식생활을 채식 중심으로 바꾸는 범국민 식생활 문화 개선운동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살처분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유정복 장관은 앞서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백신이냐 매몰이냐 선택의 사항이 아니고 처음에 발생하면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신속하게 매몰 처분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범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관 역시 지난 25일 KBS1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매몰방식에 대해 “백신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 대규모 매몰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은 한다”면서도 “백신을 안 한 다른 구제역 바이러스가 들어올 경우에는 종전과 같은 방식을 해야 한다. 앞으로는 단순 매몰 방식에서 소각이라든가 랜더링, 분여 저장조에 묻는 방안, 여러 가지 방법들을 지금 검토를 하고 시험을 하고 있다”고 밝혀 현재 살처분 중심의 구제역 대책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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