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

노동/경제 대기업이 정규직 전환 회피...기간제법 무색

윤지연(참세상)( newscham@newscham.net) 2012.01.04 20:28

대기업일수록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율이 낮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간제법에 따르면, 2년 이상 고용한 기간제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대기업이 계약 종료를 통해 법률의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통계로 기간제법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이 또 다시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다.

 

대기업, 정규직 전환 악용, 회피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2월 30일, ‘기간제법 상 사용기간 제한규정의 입법영향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일수록 정규직 전환율은 낮고, 계약종료율은 높은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계약기간 1년 6개월 이상인 기간제근로자의 계약종료율은 2011년 8월 기준으로 전체 53.3%인데 반해, 300인 이상 대기업인 경우 70.4%에 달했다. 정규직 전환율은 전체 26.8%지만, 300인 이상 대기업은 17.1%에 불과했다. 계속고용 비율 역시 전체 19.8%에 비해, 대기업은 11.4%에 그쳤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는 대기업일수록 법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며 “그러나 그 반응은 법률의 취지에 호응하는 쪽이라기보다는 법률의 규제를 회피하는 쪽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들은 대기업이 법조항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이 법조항의 효과가 약해질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간제근로자수는 2010년 3월, 238만 9천명에서 2011년 8월, 266만 8천명으로 서서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간제법 시행 및 사용기간 제한 조항 발표 이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기업이 바뀐 법에 적응한 새로운 인사 및 노무관리 관행을 만들어 점차 기간제 고용을 늘린 탓이다. 또한 이는 중소기업이나 영세기업에서는 고용형태 자체가 중시되지 않아 비정규직법이나 기간제법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기간제법의 사용기간 제한 조항은 기간제근로자의 정규직전환율을 높이기는 했지만, 명시적, 직접적인 효과는 그다지 높지 않다”며 “대기업이 이 법률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반응하고 있어 입법자의 의도는 단지 부분적으로 관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제한 및 실질적 보호 입법 필요”
 
때문에 노동계와 진보진영에서는 비정규직법의 악용을 막기 위해, 실질적인 비정규직 제한 및 보호 입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4일, 논평을 발표하고 “대기업들은 광범위한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시장을 토대로 이윤을 뽑아내고 온갖 불공정시장 지배로 사회적 부를 독점하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 또한 신년사를 통해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대기업들의 독점적 시장지배력과 그에 따른 탐욕을 규제하려는 꿈조차 꾸지 않는 현재로선 공염불이자 대국민 기만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2012년 새해부터 인천공항세관, 구로구 보건소 방문간호사, 노사발전재단 등 비정규직의 해고 통보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과 도급업체 변경시 고용승계를 명시한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악용되고 회피될 뿐인 현재의 비정규직 관련법은 근본적으로 사용사유를 제한하고, 차별을 일소하는 등의 방향으로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진보신당 역시 논평을 발표하고 “지금 당장 파견법을 철폐하고 사내하청, 용역 등의 간접고용 사용을 규제하는 법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며 “또한 기간제법 제정 당시 노동계가 주장한 기간제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도를 도입해 2년 해고를 반복하면서 입법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기업의 악덕 고용관행을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