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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13일 기자와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학생부 폭력사실을 기재하라는 교과부 지침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교과부 지침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을 1호 서면사과에서부터 9호 퇴학처분까지 모두 학생생활기록부에 입력해 졸업 후 5년간 보존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자료는 대학 입시와 취업 등에 활용된다. 또한 대학교육협의회는 교과부로부터 제공받은 폭력사실 학생부 미기재 학교 명단을 일선 대학교에 전달하여, 입학사정관제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교과부가 학생부 폭력사실 기재를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현재까지 ‘거부’ 입장을 확실히 하고 있다.

 

김 교육감은 “어린 학생들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사안을 교과부가 강요하는데, 전북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으로서, 한평생 법학을 공부하고 가르친 법학자로서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나”며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학생부 폭력사실 기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 교육감, “낙인을 새겨 넣는 반 교육적 만행”

 

김 교육감은 학생부 폭력사실 기재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교과부 지침대로 한다면 사리분별력이 부족한 만 6세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까지 학교폭력범으로 낙인찍어 고2가 될 때까지 낙인을 달고 살아야 한다”면서 “성장기에 한 두 번의 실수를 했다고 아이들의 삶에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낙인을 새겨 넣는 반 교육적 만행이며, 교육적이지 못한 태도”라고 평가했다.

 

▲지난 6월 27일 취임 2주년을 맞아 혁신학교 모범사례로 주목받는 '장승초등학교'를 방문하여 아이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또한 “3년형 이상의 전과기록도 5년이 지나면 말소하는데 그보다 훨씬 가벼운 학생의 징계기록을 졸업 후 5년간 보존토록 해서 진학과 취업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은 정의롭지 않을뿐더러 법에도 어긋나는 폭력적인 대책”이라며 법의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육감은 헌법은 언급하면서 “헌법은 아이들의 인간존엄성을 주목, 그것을 침해하는 어떤 행위도 하지 말 것을 모든 국가권력에게 엄중하게 명령하고 있다”며 “이는 법률로만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제어 할 수 있을 뿐인데, 학생부에 학교폭력 사실을 기재해야 한다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면서 학생부 폭력사실 기재 행위는 헌법의 △법률유보원칙 △과잉금지원칙 △이중처벌금지원칙에 반한다고 말했다.

 

학생부 폭력사실 기재 문제, 교과부와 전북도교육감의 마찰로 볼 사안인가?
김 교육감, “잘못된 정책들을 비판하고 바로잡으려 노력했던 과정, 마찰 아냐”

 

김교육감은 학생부 폭력사실 기재 문제가 교과부와 전북도교육감의 마찰로 비춰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유감과 함께 쟁점을 흐릴 수 있다고 경계했다.

 

김 교육감은 “전북이 기재 보류가 아닌 거부를 했고, 교과부 장관의 탄핵을 요구하는 등 정면 대응하고 있어 일부에서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면서 “이 사안을 단지 김승환 개인과 교과부와의 마찰로 축소시키는 것은 안 된다”며 학생부 폭력사실 기재 문제가 쟁점에서 벗어나 교과부와 김 교육감의 힘 싸움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경계의 뜻을 나타냈다.

 

또한 “취임 초부터 자율고 지정 취소와 일제고사 폐지, 교원능력평가 등 교과부의 일방적이고도 잘못된 정책들을 비판하고 바로잡으려 노력했던 과정들이 언론에서는 마찰로 보여진 듯 하다”면서 마찰로 비춰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과거에는 교과부가 지침을 내리면 그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검토, 협의도 없이 그대로 따랐다”면서 “(민선교육감 시대)는 많이 달라졌다. 잘못된 지침에 대해 거부할 수 있다. 이 사안만 하더라도 전북뿐만 아니라 경기, 강원, 광주 등 4개 교육청이 거부하거나 보류하고 있다”며 민선교육감 시대 달라진 교육자치 환경에 대해 설명했다.

 

▲학부모들이 학생부 폭력사실 기재를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지난 9월 6일 진행했다.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한 전북도교육청의 대안은 무엇이고, 교육감은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김 교육감, “가해학생, 피해학생 치유하는 노력 기울여야”

 

김 교육감은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한 대안에 대한 질문에 학교폭력의 원인부터 짚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육감은 “과도한 경쟁교육이 원인”이라면서 “교과부가 징계와 처벌 위주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학교폭력 문제를 오로지 가해학생들에게 전가하려는 꼼수”라고 교과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가 되는 입시 중압감에서 점차 벗어날 수 있도록 입시제도와 교과과정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지적했다.

 

김 교육감이 교과부가 추진하는 일제고사, 자율형 사립고 등에 반대 견해를 밝힌 것도 경쟁교육을 철폐해야한다는 김 교육감의 교육철학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학생부 폭력사실 기재 거부가 학교폭력 대책에 손을 놓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김 교육감은 “전북지역 학교도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법령에 따라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징계 수위를 결정하고 그 결정에 따라 징계한다”면서 “학교에서도 학교폭력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할 경우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학생들이 가해행위를 왜 했는지 스스로 느끼게 하고,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도록 치유과정이 필요하다”면서 “피해학생도 입은 상처와 치유 노력을 해당 학교와 교육청이 계속해야 한다. 교육청은 상담과 필요하다면 치료도 병행하도록 하고 있다”고 치유와 상담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교과부와 갈등, 풀 수 있는 방안과 대안은 무엇인가?
김 교육감, “교과부 독선이 아닌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재검토 고민해야”

 

끝으로 김 교육감은 교과부와 갈등의 해법은 “교과부가 이 사안과 관련해 오기, 독선 행정을 그만두고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주도면밀하게 재검토하는 것”이라면서 “그것만이 학교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밝혔다.

 

이어 “학교는 교육을 하는 곳이다. 잘못을 찾아내 처벌하는 것은 사법기관에서 할 일”이라면서 “학교는 가치기준이 완성되지 않는 미성숙한 인간을 성숙한 단계로 이끄는 기관이기에 아무리 죄가 미원도 공적 체제를 통해 응징하듯 처벌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성장기의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엄벌보다는 관용, 억압보다는 설득, 타율적 복종보다는 자율적 순응이다”면서 교과부의 학교폭력 정책 방향의 수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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