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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승리와 부활의 새로운 이름, 지브크레인 85호기"

조성웅( admin@nodongnews.or.kr) 2011.01.10 12:49 추천:1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분쇄 민주노총부산본부 결의대회가 7일 오후 7시 지브크레인 85호기 앞에서 진행됐다.

이날 결의대회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함께하고 싶다"는 요청에 따라 지브크레인 85호기 아래에서 진행됐고 한진중공업 조합원들과 민주노총부산본부 조합원들, 진보정당 당원들, 대학생들이 함께했다.

 

 

"승리와 부활의 새로운 이름, 지브크레인 85호기"

 

민주노총부산지역본부 김둘례 선전국장은 7일 작성된 김진숙 지도위원의 편지를 낭독했다. 편지를 낭독하던 김둘례 선전국장은 '김주익'이라는 이름 앞에서 기어이 목이 메이고 '저는 주익씨가 못해봤던 일, 너무나 하고 싶었으나 끝내 못했던 내 발로 크레인을 내려가는 일을 꼭 할 것'이라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결의 앞에 이르러 마침내 깊은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천 마디의 비판보다 작고 그 여린 몸으로 크레인 고공농성을 통해 정리해고분쇄 투쟁의 전망을 제시했다. 그리고 크레인 고공농성장에서 내려온 편지는 한진중공업 조합원 1100여명의 따뜻한 심장에 가 닿아 작고 둥그런 눈물이 되고 질문이 되며 방법을 찾는 행동이 되고 차이 속에서 협력을 생산하는 힘이 되고 있었다.

 

공기좋고 전망 쥑이고 젤 좋은게 뭔지 아십니까? 사람들이 다 알루 보입니다.

 

방이 좀 좁아서 그렇지 발코니도 널찍하지요. 봄이 오면 텃밭을 가꿔서 가을에 걷어먹을 생각입니다.

 

저 나름으로 크레인 생활 수칙도 정했습니다. 양치질은 짝수날만 한다. 세수는 윤석범 동지 장가가는 날은 꼭 한다. 샤워는 국경일 날 한다. 오늘은 빨랫줄 매고 빨래해서 널었습니다.

 

여러분들 중에 35미터 크레인 위에서 군고구마 먹어본 분 계십니까? 아마 '명바기'도 그건 못했을 겁니다.

 

오늘 아침엔 밑에서 부르고 난리를 칠 때까지 늦잠을 자서 많은 분들이 놀랬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지닌 상처는 깊고도 아픕니다. 8년동안 한번도 주익씨 이름을 편하게 불러본 적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김주익이라고 발음하는 순간 대화는 거기서 끊어지곤 했습니다.

 

저는 지금 주익씨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하루를 보내고 주익씨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잠을 잤고 주익씨가 살아생전 마지막 봤던 세상의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저는 주익씨가 못해봤던 일, 너무나 하고 싶었으나 끝내 못했던 내 발로 크레인을 내려가는 일을 꼭 할 겁니다.

 

그래서 이 85호 크레인이 더 이상 죽음이 아니라 더 이상 눈물이 아니라 더 이상 한과 애끓는 슬픔이 아니라 승리와 부활이 되도록 제가 가진 힘을 다하겠습니다.

 

2011년1월7일 김진숙


"한진조합원들을 살리는 것이 김진숙 동지를 살리는 길이다"

 

 

한진중공업 채길용 지회장은 투쟁사를 통해 "어제부터 여러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단결된 대오 흐트러질까봐 걱정이 된다. 김진숙 동지가 85호 크레인을 선택한 것은 분열되지 않고 단결하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지회장으로서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현장에서 올라오는 여러가지 의견들을 다 받아안을 것이다. 김진숙 동지가 위에서 투쟁하고 밑에서는 우리 조합원 동지들이 열심히 투쟁하자. 현장 의견 다 받아안아서 이 투쟁 승리로 이끌어 낼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민주노총부산본부 운영위원들은 "김진숙 동지가 올라갔다는 소식을 듣고 상당히 허둥댔다. 하지만 허둥대지 말자고 생각하면서 김진숙 지도위원이 '고층아파트에 이사오셨구나'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사 오셨으니까 집들이를 해야 하고 집들이 선물을 준비해야겠다. 집들이 선물은 한진중공업 조합원 동지들을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박수치면서 집들이를 하자. 한진 조합원들을 살리는 것이 김진숙 동지를 살리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문철상 지부장은 "현장에서 제기되는 여러가지 의견들이 분열의 소지로 보이는 것은 정리돼야 한다. 김진숙 동지가 올라간 것은 분열의 원인의 싹을 조기에 짜르겠다는 의지로 난 해석한다"며 "3가지를 주문 드리겠다. 첫째, 이 투쟁 내부 분열로 망치지 말자. 둘째, 한진자본이 정리해고를 발표해 산자와 죽은자로 갈라치기 하더라도 결코 흔들리지 말자. 셋째, 김진숙 동지가 외롭지 않도록 지역의 금속노조 지회, 민주노총 부산본부 조합원 동지들이 책임을 다해야 한다. 희망을 만드는 85호 지브크레인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연사들의 발언 사이에 우창수 노동가수의 노래공연과 부산몸짓패의 몸짓 공연이 이어졌다.

 

민주노총부산본부 윤택근 본부장은 "정리해고 분쇄 투쟁의 승리를 위한 조건들이 갖춰져 있다. 부산본부가 힘있게 싸움에 결합하고 있고 진보정당과 시민단체들이 연대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이 모든 것을 걸겠다. 산별대표자회의를 통해서 모든 것을 걸겠다고 결의했다. 진보정당 시민단체들이 싸우겠다고 하고 있다. 지역본부가 부족하면 연남권을 조직하겠다. 이조차 부족하면 민주노총 전체를 조직하겠다. 정리해고 분쇄 투쟁에 민주노총이 모든 것을 걸고 함께 하겠다"고 결의했다.

 

지브크레인 85호기 위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은 결의대회를 지켜보며 박수도 치며 손을 흔들어줬다. 이날 결의대회는 김진숙 지도위원을 향한 연대의 함성과 박수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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