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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병원 강화를 위해 김완주 지사가 답해야 한다”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남원의료원 정석구 현 원장이 7월 31일 임기가 끝나지만, 전라북도는 차기 원장에 정석구 현 원장을 재임명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재임 결정은 전북 공공의료의 사망을 선고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총력 투쟁을 예고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정광수 본부장과 보건의료노조 이봉영 전북본부장은 우선 7월 8일부터 전북도청 앞에서 108배 투쟁에 들어갔다. 8일에는 108배를 5회에 걸쳐 진행하고 매일 한 회씩 늘려 1080배까지 전북도청 앞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1080배에 도달하면 김완주 지사가 응답을 할 때까지 진행하겠다고 한다.

 

▲8일부터 108배를 하고 있는 정광수 민주노총 전북본부장(왼쪽)과 이봉영 보건의료노조 전북본부장(오른쪽 두번째)

 

이들이 이렇게 108배를 하는 이유는 남원의료원 정상화를 요구하는 노조의 요구에 대해 김완주 지사가 답하라는 것이다. 기자가 찾은 10일 오후 4시. 정광수·이봉영 본부장은 108배를 7회 총 756배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날 김완주 지사는 제주도로 휴가를 떠났다.

 

“절을 할 때마다 김완주 지사가 지금 제주도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상상했다. 김 지사가 호텔에서 사우나를 할 때, 우리는 무더위에 절을 하며 자연 사우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막막하다”

 

108배를 결심한 정광수 본부장은 작년에는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 문제 해결과 버스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전주시내에서 한 달 가까이 삼보일배를 한 바 있다.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릴 때마다 문제 해결을 염원하는 정 본부장만의 투쟁 방식이었다.

 

 

“소외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전라북도가 남원의료원을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건강한 적자’라고 볼 수 있는 공공의료에 대해 전라북도가 책임져야 한다. 언제까지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공공의료를 유지하려고 하나? 이제 김완주 지사가 대답해야 할 때다”

 

얼굴에서 줄줄 흐르는 땀을 훔치며 정광수 본부장이 말을 이었다. 8일부터 정광수 본부장 옆에서 108배를 하고 있는 이봉영 보건의료노조 전북본부장도 말을 거들었다.

 

▲108배를 마치고 땀이 흐르지고, 온 몸이 쑤시지만 남원의료원 문제가 해결될때까지 이어가겠다는 이봉영 본부장

 

“전라북도에서 빨리 남원의료원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대화 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 병원에서 고용한 노무사가 교섭에 지나치게 개입하면서 그동안 파행을 거듭했다. 작년에 중단된 단체협약을 완전하게 체결할 수 있도록 전라북도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남원의료원이 공공적인 기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정석구 원장의 생각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

 

결국 노조는 전라북도가 남원의료원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전라북도와 노조 사이에서는 어떤 교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날도 전북도청은 집회가 시작하다 문을 굳게 걸어 잠궜다.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이용길 부지부장의 건강 상태가 많이 걱정된다. 그런데 이 부지부장은 오히려 108배하는 오히려 우리를 걱정하면서 전라북도가 빨리 대책을 내놨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10일 민주노총의 108배 투쟁에는 남원의료원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대책위 방용승 위원장도 함께 했다.

 

▲방용승 시민대책위원장도 10일 108배를 함께 했다.

 

“우리가 이렇게 마음을 모아서 염원하면 하늘도 감동하고 김완주 지사의 마음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원의료원이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남원의료원 정석구 원장이 노조를 올바른 파트너로 대하기를 바라고 지방의료원이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할 수 있도록 전라북도가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 기업논리로 적자다 아니다를 따지는 것이 공공의료가 아니다. 결국 무상의료로 가야하지 않겠나”

 

무더위 속에서 이날 108배를 한 민주노총과 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은 서로의 생각을 나눌 여유도 없었지만, 절을 할 때마다 바라는 마음은 같았다. 공공의료기관으로서 남원의료원이 다시 자리매김하는 것. 이것이 이들이 말하는 ‘남원의료원 정상화’였다.

 

108배가 끝나고 전북도청 앞에서는 KTX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노동자들과 불법파견 철폐를 촉구하는 금속노동자, 남원의료원 등 보건의료노동자들이 모여 집회를 가졌다.

 

▲108배가 끝나고 시작한 민주노총 집회. 지역의 많은 노동자들이 함께 했다.

 

이행섭 철도노조 호남본부 부본부장은 “작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반대가 큰 KTX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 우리 철도노동자가 여기서 무너지면 전기·가스·물 등 공공재의 민영화는 시간문제다. 어떤 희생을 치러도 반드시 KTX 민영화를 막아내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집회는 약 1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버스노동자들과 청소노동자들도 함께 자리했다. 모두가 전북지역에서 한 차례씩 임금체불, 부당해고, 노조탄압 등으로 파업과 투쟁을 벌였던 노동자들이었다. 이 사회 공적 영역에서 시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이지만, 그들의 노동 현장은 열악했다.

 

그래서일까? 남원의료원 문제와 KTX 민영화 문제에 대한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이들의 태도는 사뭇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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