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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의료원 노동자가 의료원 인근 공설운동장 40m 조명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는 등 남원의료원 사태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보건의료노조 전북본부가 전북도청 앞에서 ‘남원의료원 정상화’를 촉구하며 김완주 전북도지사의 결단을 촉구하는 108배 투쟁도 15일부터 1080배 투쟁으로 커지고 있다.

 

▲남원의료원노조 이용길 부지부장이 3일부터 남원의료원 정상화를 촉구하는 고공농성을 벌였다. 이 부지부장은 16일 부친상으로 고공농성을 중단했다.

 

보건의료노조 남원의료원지부는 7월말까지 남원의료원이 노조와 단체협약 체결 등을 약속하지 않을 경우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남원의료원 사태가 파행을 거듭하는 배경에는 지방의료원의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직원들의 희생을 강조한 남원의료원의 정책에 있다는 것이 노조와 시민사회의 지적이다. 그리고 지방의료원의 공공성을 방기하고 경영성과만을 강조하는 전라북도의 시각이 남원의료원 사태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전라북도는 2003년, 남원의료원의 적자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으로 민간위탁과 민영화 방안을 검토하고 당시 남원의료원 경영 적자의 책임을 지고 남원의료원장을 해임한 바 있다. 민간위탁 및 민영화는 무산됐지만, 자연스럽게 임기 3년의 후임 원장들의 가장 큰 숙제는 남원의료원 적자 폭을 줄이는 것이다. 실제로 노조는 2010년 정석구 원장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직원들에게 “전라북도가 구조조정의 임무를 맡겼다”는 말을 사석에서 종종 언급했다고 밝혔다.

 

▲남원의료원

 

“경영혁신의 중심에는 인건비 절감 등 직원 희생이 대부분”

 

참소리가 최근 입수한 <2013년 경영설명회> 보고서를 살펴보면 남원의료원의 적자 폭 등을 줄이기 위한 고민이 드러나 있다.

 

보고서에는 현재 상황을 ‘위기’로 규정하고 이를 ‘기회’로 여기며 경영혁신을 이뤄 ‘최상의 의료제공으로 신뢰받는 지역거점공공병원’으로 자리매김하자는 의지를 보였다.

 

▲2013년 남원의료원 경영 설명회 자료

 

그러나 경영혁신의 과제로 ‘원가절감 노력 강화’와 ‘진료 및 성장사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지만 전라북도와 중앙정부의 역할은 부재했다. 원가절감 노력이라는 말은 결국 인건비 절감 및 인력충원 억제 등 구조조정을 말한다. ‘진료 및 성장사업 활성화’라는 것도 환자 유치와 수익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그 방안 중 하나로 남원의료원은 ‘전 직원 장례식장 및 검진센터 적극 홍보로 유치’하자는 것을 두고 있다.

 

장례식장과 검진센터는 병원의 주요 수익사업으로 이를 도민을 위한 공공의료서비스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경영보고서에는 ‘포괄적서비스 확충’이라면서 공공보건의료사업 기능 강화와 지역응급의료센터 기능 강화를 언급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추진방안에 대해서는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실제 노조는 남원의료원이 인력감축과 인건비 절감 등을 이유로 응급의료센터 등 주요 공공의료사업에 대해 병원이 자기 책임을 다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경영혁신이 직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주요 적자, 공익적 결손액과 부채”

 

그렇다면 남원의료원이 현 상황을 위기로 규정하며 경영혁신을 꾀하고자 하는 이유인 ‘적자’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민주노총은 8일부터 남원의료원 정상화와 김완주 전북도지사가 문제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108배를 시작했다.

 

2008년 남원의료원의 손실액은 48억. 그 후 2009년에는 33억, 2010년에는 22억, 2011년에는 10억으로 손실액 규모를 줄여왔다. 이는 종사자들의 임금인상분 반납과 동결 등 희생이 뒤따른 결과다. 병원 측은 해마다 지속적으로 원가절감을 위해 인건비 절감을 종사자들에게 요구해왔다. 이는 해마다 공개하게 되어 있는 결산서 등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에 대한 체불임금도 9억원에 달했다. 2012년 체불임금을 포함하면 모두 17억이 현재 체불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에는 손실액이 26억으로 증가했다. 이는 2012년 노사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면서 파업 등 남원의료원이 파행으로 운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희생에 따른 보상은 차치하더라도 단체협약 체결 등 노조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가 아쉬운 대목이다.

 

보고서는 2013년 적자발생의 주요 요인으로 ‘공익적 성격의 결손액 발생’과 ‘누적적자로 인한 부채상환의 어려움’이 큰 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남원의료원은 지역개발기금 부채 93억을 올해부터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상환을 해야 한다. 의료원은 이 상환계획으로 자금난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지역개발기금은 기기 구입 등 남원의료원 설비 보강 등을 위해 사용한 것. 지역개발기금은 전라북도로부터 빌린 것이다.

 

공익적 성격의 결손액(연간 37억원 정도)도 남원의료원 적자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최소한의 의료안전망(산부인과, 응급의학과, 소아과, 응급실 운영) 등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적자다. 노조와 정치권은 이를 ‘건강한 적자’로 보고 있다.
 
“최근 5년 평균 26억, 민간 시외버스회사 지원금보다 적어”

 

 

그렇다면 전라북도가 도립공공병원인 남원의료원에 지원하는 금액은 어느 정도일까? 전라북도는 최근 언론 등을 통해 해마다 약 26억원을 남원의료원에 지원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 내막을 살펴보면 이들 부채에 대해 남원의료원과 종사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2008년과 2009년 약 50억을 지원하던 전라북도는 2010년 약 13억, 2011년 약 6억, 2012년 약 12억으로 지원 규모를 대폭 줄였다. 2013년에도 약 14억의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다 합치면 평균 26억이 된다. 민간회사라고 볼 수 있는 시외버스회사에 전라북도가 보조하는 지원액(약 35억 추정)보다 상당히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시외버스와 달리 남원의료원은 전라북도가 세운 병원이다.

 

그리고 전라북도가 예산 규모를 대폭 줄어든 시점과 직원들의 인건비 절감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시점도 2010년경으로 묘하게 일치한다.

 

전라북도 한 관계자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인건비 등 경상비 지원보다는 기능보강 등 국비와 매칭을 통해 지원했다. 2010년부터 예산이 줄어든 것은 남원의료원의 시설 신·증축이 완성됐기 때문이다”면서 “지금 남원의료원의 적자는 노조에서 주장하는 ‘건강한 적자’때문이 아니다. 남원시 인구 등 규모에 비해 인력과 시설이 많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노총 전북본부 관계자는 “전라북도가 지원하는 예산은 남원의료원이 시설 보강을 복지부에 신청하면 이에 도비 일부를 투입하는 수준”이라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인건비 및 부채 탕감 등 경상비 지원을 당연히 도립병원 운영의 책임을 지고 있는 전라북도가 해야 하는데 하지 않고 있다. 경영개선을 강조하면 이것이 구조조정 아니고 무엇이냐”고 말했다.

 

현재 전라북도가 남원의료원의 적자와 부채에 대해서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노조만의 주장은 아니다.. 이들 부채에 대한 해결을 남원의료원에게만 강요한다면 수익 중심의 의료서비스로 남원의료원이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노사갈등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어느 때보다 전라북도가 남원의료원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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