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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의료원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전라북도가 73년 건립한 남원의료원은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중 하나로 정석구 현 원장이 노조와 갈등을 빚으면서 작년 말부터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그동안 지방의료원의 고질적인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임금반납, 무상근무, 인원감축 등 희생을 노동자들이 감수했지만, 정석구 현 원장은 단체협약 해지 및 갱신 거부 등 노조와 갈등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남원의료원

 

2013년 초에는 노동부 등 관계기관의 중재 아래 노사가 교섭의 실마리를 찾았지만, 병원 측이 일방적으로 단협을 해지하고 일부 조합원에 대해 중징계를 하면서 교섭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7월 전라북도는 8월부터 시작하는 남원의료원 새 원장에 정석구 현 원장을 재임명한다. 노사갈등과 공공의료 마인드가 부족하다며 노조와 시민사회, 전북도의회 일부 의원들이 강하게 반대했지만, 전라북도는 정 원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원장 후보를 선출하는 추천위원회는 비밀리에 진행됐으며, 이에 대한 문제제기에 전라북도는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7월 8일부터 시작된 민주노총이 김완주 지사의 결단을 촉구하는 1080배가 4주차에 접어들었고, 노조도 병원 앞 천막농성 및 촛불문화제를 등을 벌이고 있다. 이제 남원의료원 파행의 끝이 ‘해피엔딩’일지, ‘새드엔딩’일지의 선택지는 전북도청과 남원의료원에게 달린 듯 하다.

 

남원의료원 노사의 단체협약은 오는 9월 종료된다. 노조는 남원의료원 정석구 원장이 노조와 대립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전면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어느 누구도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참소리>는 7월 26일 92년부터 2004년까지 12년간 남원의료원 원장을 역임한 강충구 현 남원산림조합장을 만났다. 

 

강충구 남원산립조합장 약력

1992년 3년 임기 남원의료원장 선임, 이후 4차례 재선
2004년 6월 남원의료원장 퇴임
2004년 7월 강진의료원장 선임
2008년 남원산립조합장 당선, 2011년 재선

 

수상 : 1999년 지방공기업 경영대상 행정자치부장관상

 

“지방의료원 적자는 태생적인 것, 정부가 해결해야”

 

26일 오후 남원산림조합 1층 집무실에서 만난 강충구 조합장은 질문을 하기 위해 찾은 기자에게 “남원의료원 사태의 핵심은 무엇인 것 같나?”는 질문을 던졌다. 질문거리만 생각하다 돌발 질문에 짐짓 당황했지만, 조심스럽게 “남원의료원은 지방의료원의 적자를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 이를 위한 개선을 직원들의 희생 전가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어 “도립병원으로서 의료를 책임져야 한다는 전라북도의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원의료원 문제의 적자는 공공병원이기에 전라북도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판단한 기자에게 강 조합장은 지방의료원의 태생적 적자에 대한 설명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강충구 조합장 : 83년에 도립병원을 지방공사 의료원으로 전환할 때, 지방의료원은 부채를 안고 시작했다. 도립병원 당시 설정하지 않았던 직원들의 퇴직기금을 당시 내무부가 각 의료원의 직원 수에 따라 규모를 설정하고 지역개발기금으로 충당하도록 했다. 남원의료원은 그래서 30억원의 부채를 안고 시작했다. 그것이 의료원 적자의 가장 큰 덩치이다. 그 부채와 이자를 갚을 길이 없으니 다시 빚을 내 갚고, 또 빚을 내고 이런 형태가 반복된다. 이 악순환을 30년 동안 반복하니 적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남원의료원, 지엽적인 문제로 갈등 키워”

 

Q. 34개 지방의료원 중 그럼 왜 유독 남원의료원만이 이렇게 문제가 되고 있나?

 

강 조합장 : 작년 7월, 34개 지방의료원과 보건의료노조는 중앙교섭을 통해 임금 협상을 했다. 중앙노동위원회 중재 끝에 노사는 3.5% 인상을 수용했다. 이것은 중앙정부의 중재이기에 합의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남원의료원은 경영부실을 이유로 수용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리고 노무사를 고용해 노조와 협상을 일임한다.

 

노조 입장에서 중앙노동위원회 타결안을 병원이 수용해야 마땅한데 병원이 반대하니 과연 대화가 이뤄지겠나. 그러니 노조가 그동안 체불임금 등 문제를 들고 나왔다. 그러니까 병원은  노조와 단체교섭 과정에서 임명권, 징계권 등의 수정을 요구한다. 협의가 아닌 합의사항이라 원장 손발이 다 묶여있다는 것이다. 결국 노조를 자극하고 파업까지 이르게 만들었다.

 

그런데 원장은 단체협약 때문에 경영을 못하겠다고 해놓고 임상병리사를 행정직으로 직종전환을 시켜 관리부장으로 승진을 시키고 간호과장도 연공서열을 고려하지 않고 임명했다. 노조 협의 없이 인사권을 행사해놓고 단협에 묶여 경영을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노동조합의 응집된 단결력을 긍정적인 면으로 보고 힘을 합쳐 화합을 이끌어내고 남원의료원이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병원으로 거듭나자고 해야 하는데, 지금의 상황에서는 요원해 보인다.   

 

▲7월 2일부터 7월 16일까지 남원의료원 노동자가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정석구 원장 재임을 반대하는 고공농성을 벌였다.

 

Q. 남원의료원은 공공병원이다.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나?

 

강 조합장 : 병원 측에서 제안한 임금문제와 구조조정 문제, 단협사항. 이것은 아주 지엽적인 문제이다. 병원을 운영하는데 큰 틀에서 생각을 해야 한다. 남원의료원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야 한다. 공공병원으로서 남원의료원의 위상을 파악해야 한다. 남원을 비롯한 전북 동남권 지역은 의료 취약지구이다. 진주와는 또 다르다. 의료원이 잘 운영되면 장수, 순창 등 전북 동남권과 구례, 곡성, 함양 등 주변 모두에 혜택이 돌아간다. 그리고 갈수록 농촌이 노령화되고 핵가족화 되면서 농촌지역의 의료문제는 중요하다. 혼자 사는 노인이 많고 자식들은 돈벌이를 위해 도시로 이주했다. 이런 환경에서 의료만큼은 지역에서 확실히 보장해줘야 한다.

 

가령 운영과정에서 10억, 20억 적자가 났다고 생각해보자. 직원들이 나태해서 생긴 적자가 아니다. 그 혜택은 주민들에게 간 것이다. 만약 남원의료원이 없어졌다 생각하면 이 지역 환자들은 도시로 가야 한다. 그 비용이 얼마겠나? 이런 것을 다 생각하면 적자가 아니다. 남원시에서는 그래서 정상화될 수 있도록 붙잡아야 한다. 지금 남원의료원은 노조가 나쁘다고 질타하고 대부분의 시민들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무서운 착각이다. 일이 잘못돼 의료원이 폐쇄되고 민영화되는 것은 남원시민들이 자신의 발등을 찍는 것이다. 후회하면 늦는다.

 

Q. 적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다.

 

강 조합장 : 박근혜 정부도 선의의 적자는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적자가 더 늘더라도 의료원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고 노사가 한 뭉치로 환자에 전념한다면 주민들도 의료원을 사랑하게 된다. 그럴 때 어느 누가 의료원이 적자가 많다고 문 닫자는 말을 하겠나. 응급실, 중환자실, 산부인가 등 다 적자가 난다. 그런데 산모가 순산이 아닌 난산할 경우 외지로 산모를 옮긴다는 것은 큰 부담이다. 안심하고 산모가 분만할 수 있도록 정신적으로도 보장을 해줘야 한다. 원장은 오로지 환자에게 충실하고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임무다. 그리고 적자에 대한 대안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3~40억의 적자를 안고 시작한 지방의료원이다. 정부에서 해결해줘야 한다. 전체 의료원이 한 목소리로 요구해야 한다. 국민이 필요한 전기를 정부가 감당하는 것처럼 말이다.

 

▲남원의료원은 공공병원으로 전북지역 동남권 및 경남, 전남 일부 지역의 공공의료를 책임지고 있다.

 

“남원의료원, 지역사회 혜택 줄 수 있는 것 고민해야”

 

Q. 남원의료원장을 4번 재임하고 강진의료원장으로 3년간 있었다.

 

강 조합장 : 2004년 12년간 원장을 하고 의료계에서 떠날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강진의료원 노조에서 내가 비교적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나를 사실상 ‘보쌈’해갔다. 그 3년동안 강진의료원 신축의 토대를 만들었다. 당시 군수와도 강진의료원 발전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했다. 특히 당시 각 지자체마다 귀농인을 유치하려고 혈안이 됐는데, 군수에게 제안을 했다. 군청과 의료원이 MOU를 체결해서 귀농인들이 정착할 때까지 모든 의료를 무상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서로에게 좋은 것이다. 지자체는 귀농을 유도할 수 있고, 귀농인은 정착 때까지 의료 부담을 더는 것이니 큰 혜택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노사가 안정됐기 때문이다. 당시 강진의료원 노조도 나와 생각을 같이 했다. 의사소통으로 문제가 풀렸기 때문에 단체협약은 그저 문서일 따름이었다. 그리고 노조도 자기 생계수단이고 평생직장이니까 병원에 대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온다. 

 

Q. 귀농인 대상으로 상당히 좋은 정책 같다. 남원에서도 가능성이 있나?

 

강 조합장 : 최근 남원의료원 문제로 남원시의회 의장 면담에서도 이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귀농인 유치를 위해 이 같은 정책을 담보할 수 있는 곳은 남원의료원 뿐이다. 정석구 현 원장이 눈을 크게 떠서 시와 협의하고 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데, 되겠나. 지금은 노사가 한마음이 되고 소통을 해서 남원의료원이 사랑받는 병원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작년부터 남원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남원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시민사회대책위'를 구성하여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남원의료원 정상화, 노조 불신으로 불가능. 경영진 생각 바꿔야”

 

Q.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남원의료원 정상화를 위해서는 경영진의 책임이 무척 중요하다고 보는 것 같다.

 

강 조합장 : 경영자로서 직원의 애로사항을 듣고 도와주며 타협을 해야지 인력구조조정을 하려 들면, 직원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억압적으로 경영을 하면 주민들이 피해를 본다. 지금 정석구 원장의 경영은 개인병원 경영 개념이다. 의료원과 지역주민을 생각한다면 하찮은 단협사항을 가지고 이렇게 갈등을 끌 이유가 없다. 횡령, 착복을 하지 않는 한 빚은 늘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의료원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며 풀어갈 궁리를 해야지 자기가 해결하겠다고 의료원 직원들의 희생을 강요하면 직원들이 얼마나 불쌍하냐. 일생을 바친 직원들이 200여 명이다. 일거리를 만들어서 실업자를 구제한다는 마당에 눈 뻔히 뜨고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실업자로 만들어놓는 행정이 어딨나. 특히 도민의 생명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직인데, 활성화 방안은 없고... 지금의 앙금이 풀어지지 않는다면 그 책임을 갖고 정석구 원장은 내려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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