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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노개투 총파업, 총파업만 투쟁이라는 트라우마 던져”

윤지연(참세상)( newscham@newscham.net) 2012.01.20 02:01

민주노총이 2012년 정치총파업을 선언하고 나섰다. 한국 노동사회의 최대 현안인 비정규직 철폐와 정리해고 중단, 노동법 전면 재개정 등을 쟁취하고, 진보적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매년 민주노총의 선언적 총파업이 예고 돼 왔던 상황에서, 또 다시 소위 ‘뻥파업’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현재 민주노총의 조직 동원력을 비롯한 투쟁 동력, 지도부와 집행부의 의지, 정치적 상황 등으로 볼 때, 총파업을 성사시키기 위한 제반적 조건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1996년에서 1997년까지, 민주노총 사상 최초, 최대의 정치파업으로 회자되는 노동법개정 총파업 투쟁에 대한 의미와 재평가를 통해 2012년 정치 총파업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은 18일, 노동법개정 총파업 투쟁 15주년을 맞아 민주노총에서 ‘노동법 개정 총파업투쟁의 현재적 의미와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출처 - 참세상>

 

노개투 총파업, 어떤 의미를 남겼나
 
1996년 12월 26일, 정부 여당이 노동법과 안기부법을 날치기 통과시키면서 민주노총은 26일부터 1997년 1월 17일까지 24일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 기간 동안 한 번 이상 파업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은 81.8%로, 528개 노조 중 40만 3,179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또한 하루 평균 168개 노동조합의 18만 9,119명이 파업에 참가해 파업참가 누적 규모는 모두 3,206개 노동조합 359만 7,011명에 이른다.

 

민주노총은 노개투 투쟁을 최초, 최대 규모의 정치파업이라 규정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 투쟁으로 노동법 재개정과 파업지도부 구속 철회라는 성과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노개투 총파업은 민주주의의 투사이자 각계각층을 주도하는 노동자 정치투쟁의 원형을 보여줬다”며 “남한 노동자계급은 경제, 조합주의적 세력을 넘어서 ‘국민, 민중적’ 혹은 ‘헤게모니적’ 세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또한 총파업투쟁은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선 전 세계 노동자투쟁의 모범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허영구 민주노총 전 수석부위원장 역시 “노개투 총파업의 일차적인 성과는 국회에서 통과되고 대통령이 서명한 법률을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폐기했다는 점”을 성과로 들었다. 또한 그는 지도부와 조합원들 간의 소통과 치밀한 준비과정을 통해 총파업의 조직력이 완성됐다고 평가했다.
 
허영구 전 수석부위원장은 “당시 1조합원 1교육은 중요한 투쟁지침이었으며, 이는 가장 기본적인 조합원 실천부터 시작한 셈”이라며 “파업돌입을 앞두고는 리본 패용과 차량스티커 배포, 전 조합원 머리띠 매고 작업하기, 작업시간 노동가 부르기 등 구체적이고 치밀한 준비과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태현 연구원장 또한 “각 연맹과 지역본부에서 간위노조에 대한 지도에 철저히 임했으며, 중앙차원의 지도부의 선도적 투쟁도 전개됐다”며 “또한 지도부와 현장의 대중적 민주적 결합, 진정성, 열정이 당시에는 이뤄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노개투 투쟁에서의 한계가 지적되기도 했다. 김태현 원장은 “결정적인 한 방이 없었다”며 “총파업 투쟁이 정치적으로는 승리했지만, 상급단체 합법화와 정리해고제의 2년 유예 외에는 날치기법이 그대로 적용된 법 개정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그는 “이는 노동조합 조직력과 결정적 투쟁력,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진전이 동시에 요구됐다”며 “조직 내부적으로는, 산업, 그룹, 지역으로 나뉜 조직을 산별노조로 재편하고 다양한 정파와 의견을 민주노총으로 통합시켜야 할 과제도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2012년 투쟁, 돌파구는?
 
96, 97 노조법개정 총파업 투쟁의 평가에 따라, 현재 민주노총에 대한 진단과 2012년 총파업을 위한 논의도 이어졌다.
 

▲<사진출처 - 참세상>


김태현 원장은 “최근의 민주노총 파업은 충분한 결의와 대중적 교육, 선전 등 주체적 노력 없이 일방적 선언이나 상층의 결의만으로 추진되는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 역시 “지금의 민주노총 상황은 위기의식이 없는 위기상황으로, 패배의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며 “현재의 노동운동 상태에 대한 과제 등을 현장으로 보내, 원인에 대한 분석을 현장에서 극복하도록 하면서 실천방향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조 교수는 “민주노총은 다른 나라에서도 유례없이 비정규노동자 문제로 16번이나 총파업을 했지만 동원정도는 2, 3만 명으로 비참했다”며 “어쨌든 투쟁의지는 보여줬지만 다만 역량이 없었는데, 최근 변화를 보면 역량 뿐 아니라 의지조차 잃어가고 있는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민주노총은 정신적, 육체적, 투쟁적, 기상 등 모든 면에서 굉장히 노쇠해졌다”며 “현재적 과제는 다시 노동법 개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태현 원장은 해결 과제와 관련해 “노동조합이 대중조직으로서 갖는 성격에 걸맞게 다양한 정치적 의견과 견해를 포괄할 수 있도록 내부의 정파와 의견그룹이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임원 선출구조나 내부 결정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민주노총의 임원선출구조가 승자독식의 구조하에 51%의 지지율 만으로도 전체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서 김 원장은 “또한 지도부와 현장의 대중적 민주적 결합을 이뤄내야 하고, 조합원 대중이 자발적 결사체로서의 모습으로 거듭나도록 주체성과 창발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노총이 96,97 노개투 투쟁으로 ‘총파업’ 트라우마에 갇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갑득 금속노조 전 위원장은 “파업 만능주의로 민주노총이 망했다”고 진단하며 “노개투 당시 국민과 함께하는 운동을 위해 수백만 부의 유인물을 배포하며 다양한 선전전을 진행했는데, 이런 우호적인 지지를 끌어내지 않는 한 역사를 변화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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