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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노동부 자동차 3사 불법파견 면죄부 논란

김용욱( newscham@newscham.net) 2010.11.24 19:04 추천:1

고용노동부 사내하청 실태조사에 노동계 강력반발


고용노동부가 24일 발표한 사내하도급 실태조사 결과를 두고 불법파견 업체 면죄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고용노동부 실태조사는 지난 7월 22일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를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하면서 시작됐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조사결과 발표에서 기아차 소하리 공장. GM 대우, 르노 삼성자동차 3개 사업장 모두 불법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노동부는 “점검을 완료한 GM대우,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 르노삼성자동자는 원·하청근로자의 작업내용이 구분되고, 작업공정이 분리되어 혼재작업을 하지 않는 등 적법 도급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강력히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단기준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외형적 계약관계에만 형식적으로 의존한다는 지적을 전혀 개선하지 않은 결과”라며 “대법이 주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은 업무의 종속성에 대해서는 아예 점검조차 안했다”고 비판했다. 대법 판결은 누가 업무를 전달하느냐가 아닌 누가 지시내용을 결정하느냐를 중요하게 봤다.

 

민주노총은 “심지어 지난 12일 서울고법은 혼재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의장부의 컨베이어 라인뿐만 아니라, 차체와 엔진 공장 그리고 보조공정의 도급 역시 위장이며 불법파견에 해당된다고 판결한 바 있지만, 노동부는 이러한 법의 판단도 완전히 무시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실태조사 결과를 발효한 권영순 고용노동부 고용평등정책관은 “기본적으로 ‘사내하도급이 파견이냐’?를 판단할 때 ‘사내하도급업체의 독립성이 있느냐?’는 것과 ‘원청이 직접적으로 노무지휘권을 행사했느냐?’를 판단 한다”며 “자동차 3개 업체는 작업공정이 분리되어 있고, 실제로 노무인사 채용에 있어서 사내하도급업체가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따라서 현대자동차 같이 혼재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정 자체가 분리되어 있고, 실제 노무지휘는 사내 하청에서 직접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파견으로 보지 않았다”고 판정 이유를 밝혔다. 권 정책관은 이어 “사내 하도급으로 줬다 하더라도 실제로 사용을 원청에서 했을 때 파견이라고 보는데 실제 노무지휘권 행사는 직접 사내하도급업체에서 행사하더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 업무지시나 근태관리에 누가 영향 미쳤나를 봐

 

그러나 대법 판결은 제조업 컨베이어벨트 업종을 중심으로 내렸지만 판결의 핵심은 업무지시나 근태관리에 실질적으로 누가 영향을 미쳤는가를 중심으로 봤다는 데 있어 논란이 일 전망이다. 특히 대법원은 사업주가 위장도급의 전형으로 내세운 현장대리인에 대해 명확한 규정을 내렸다. 대법의 판단은 도급사 현장대리인이 업무지시를 전달했어도 실질적인 원청 사용주의 역할을 누가 했는가를 봤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7월 22일 대법은 “누가 업무를 전달하느냐가 아닌 누가 지시내용을 결정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봤고, 도급인이 전달하거나 지시 명령이 도급인에 의해 통제되어도 원청이 업무지시를 한 걸로 봐야한다”고 판시했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당시 판결을 두고 “도급사 현장대리인에 대한 판시를 한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 동안 노동부나 1심 법원 등은 현장대리인이 작업지시를 하는 방식으로 도급인과 원청인이 업무협의를 해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내리지 않기 때문에 불법파견이 아닌 도급계약이라 인정해 왔다. 대법이 이렇게 판단했는데도 고용노동부는 여전히 실질적인 작업 지시자를 판단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점규 금속노조 교섭국장은 “06년 7월 1일 서울지방법원에서 현대차 하청업체 근로자가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승소하자 기아차는 마치 독립성이 있는 것처럼 조치를 다 했다. 라인을 한 쪽으로 몰거나 비정규직 만 모아서 일을 하거나 부수적인 작업지시서나 근태관리를 업체가 하게 한 것”이라며 “그러나 대법이나 고법판결은 거대한 컨베이어 시스템 첫 시작부터 완제품 공정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독립적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다. 누가 작업 지시서를 썼느냐는 아무 판단 근거가 안 된다”고 반박했다.

박 국장은 “처음 대법 판결이 나오자 노동부가 7월 29일 밝힌 입장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혼재작업과 의장 라인만 해당한다고 했다. 이때 이미 대법 판결을 은폐 왜곡 축소하려는 의도를 보였다”며 “심지어 노조가 실태조사를 거부하자 몰래 숨어들어가 면죄부만 줬다. 파렴치한 행위다”라고 맹비난 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발표에서 조선업종은 5개 사업장 점검결과 원․하청업체 간에 불법파견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대우조선해양만 사내하도급 업체 간 불법파견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7~8월 사내하도급 업체 8개소 32명이 다른 사내하도급 업체 2개소에 근로자 1인당 8~9시간 파견사실을 확인했다”며 “파견시간이 8~9시간에 불과하고, 인력운영에 여유가 있는 업체에서 작업량이 많은 업체로 유휴인력 활용차원으로 이루어졌으므로 향후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고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도 민주노총은 “조선업종은 정규직 보다 많은 수의 불법파견이 만연돼있다고 정평이 난 부문임에도, 노동부는 원‧하청 불법파견은 없다고 안이하게 판단했다”며 “경쟁관계에 있는 하청업체 간에 상호 인력파견이 이뤄졌다는 점은, 원청의 지시와 감독이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임에도 노동부는 이를 추가로 파악하지 않고 단지 경고조치만 내렸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2011년 사내하도급 실태점검은 올해 점검결과 불법파견이 확인된 전자·IT업종과 금년에 점검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대형마트 등 서비스·유통을 중심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 노사정위원회 의제별 위원회에서 12월 중으로 사내하도급·파견 제도개선 등을 위한 의제별 위원회 구성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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