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한 노동자가 체불임금과 퇴직금 문제로 노동부에 진정을 냈으나, 노동부가 피진정인 출석조사(회사)를 한 달 뒤인 2월 28일까지 연기해 논란이 되고 있다. 담당 근로감독관은 2월 27일 인사발령을 받을 예정이며, 28일 출석조사는 새로 발령받은 근로감독관이 진행할 예정이어서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 노동단체에서는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질지 의문을 품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전북본부에 따르면 유아복 생산 업체인 (유)케이씨에서 지난 2010년 6월 2일부터 근무한 전00(여, 56세)씨는 회사로부터 3600원의 시급으로 산정된 임금을 받아왔다. 회사는 현행 최저임금법(2010년 4,110원, 2011년 4,320원)조차 지키지 않았으며, 2011년 11월 8일 전00씨가 퇴직하면서 요구한 퇴직금 지급도 3개월에 걸쳐 미루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진정인 전00씨에게 “이 바닥에서 일을 못하게 하겠다”는 식의 협박까지 하였으며, 전00씨는 민주노총 전북본부 법률지원센터(법률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지난 1월 25일 노동부 전주지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근로감독관의 피진정인 조사가 기본인데, 한 달 후에 잡아”

 

진정이 제기되면 노동부는 강제규정이 없지만, 대개 10~14일 이내에 노동자와 회사에 대해 출석조사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체불 경위 및 지급 시기 등을 조사하게 되고, 조사를 바탕으로 체불임금을 확정하고, 지급을 지시하게 된다. 진정 처리기한은 25일이며, 1회 연장 가능하다.

 

이에 따라 이 진정을 담당한 노동부 전주지청 근로감독관 양00씨가 이 사건의 조사를 마쳐야 하는 시한은 지난 22일이다. 그러나 양00 근로감독관은 회사 측의 출석조사를 시한으로부터 6일 뒤이며, 자신이 보직발령을 받고 떠난 하루 뒤인 28일로 잡았다. 현재까지 근로감독관 양00씨가 진행한 출석조사는 지난 6일 진정인 조사가 전부이다.

 

법률지원센터 김요한 노무사는 “임금 체불 사실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피진정인(회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기본적인 업무 절차인데, 피진정인 출석조사를 2월 28일까지 무작정 연기한 것은 자기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면서 “양00 근로감독관은 실제 조사 없이 업무를 인계할 생각이다”고 지적했다.

 

해당 근로감독관인 양00씨는 “회사가 진정인이 제기한 1년 치 체불임금 자료를 분석하고 해명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면서 “회사가 그 날짜를 28일로 잡아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또한 “출석조사는 인수인계 할 근로감독관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근로감독관, 회사 입장 전하는 전화를 왜 하나”

 

민주노총 전북본부 법률지원센터는 피진정인(회사)에 대한 출석조사를 인사발령 이후로 미룬 것 외에도 지난 6일 진행한 진정인 출석조사 당시 양00근로감독관의 태도와 진정인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회사의 입장을 전한 것에 대해서 문제를 삼았다.

 

법률지원센터에 따르면 양00 근로감독관은 2012년 2월 6일 진정인 출석조사 과정에서 “돈 받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냐. 당사자 간에 합의하라”식의 말과 함께 “기업들이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키기가 쉽지 않다. 우선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와 일을 하는 것부터가 잘못이다”라는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대해 법률지원센터는 “노동권 보호를 담당하는 근로감독관으로서의 자실을 의심케 한다”며 분개했다.

 

진정인 전00씨의 진정을 위임받은 전00씨 남편은 6일 출석조사 분위기를 “처음 조사 당시 사측 관계자도 와있었다. 당시 우리한테 기분이 나쁘게 말을 했고, 거칠게 말을 하더라.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만 늘어놓았다”면서 “말을 많이 하고 싶은 사람은 피해자인 우리인데, 자기말만 공무원이 하면 어떻하냐”고 설명했다.

 

또한 “회사관계자가 가고 나서, 내가 왜 이렇게 악을 쓰고 난리냐고 한마디 했다”면서 “그랬더니 좋게 하는 것이 좋지 않으냐면서 돈 받는 것이 중요하니까 좋게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양00씨 남편은 “돈을 받으려고 진정을 한 것이니 법대로 진행하여 받게 해주면 좋다고 말했는데, 근로감독관이 알았다고 하더라”며 “그래서 감독관이 성실하게 법을 준수해서 옥석을 가려줄려고 그러는 것으로 알고 출석조사를 마쳤다”고 출석조사를 마친 경위를 설명했다.

 

“회사 측 말을 대신 전하는 근로감독관 브로커냐”

 

법률지원센터에 따르면 양00근로감독관은 2월 17일 진정인 남편에게 전화를 해 회사 측 의견을 대신 전하기까지 했다.

 

진정인 전00씨 남편은 두 차례 전화를 근로감독관이 하여 회사 측의 입장을 전했다며 “지난 출석조사 때와 같은 말을 하더라. 체불임금을 청산해달라고 회사에 이야기 했는데 안돼서 진정을 했는데, 감독관의 입에서 좋게 하는 것이 좋은 거다라는 말만 들어 답답했다”고 말했다.

 

진정인 전00씨 남편은 “감독관의 말을 그래도 해석하면 체불임금 청구 진정을 포기하는 것이 좋은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서는 우리한테 일언반구도 없는 상황에서 담당근로감독관이 회사 측의 말을 대신 전하는 것은 공무원이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당시 전화통화에 대한 느낌을 전했다.

 

그리고 남편은 노동부 근로감독관에게 섭섭함을 전했다. 남편은 “회사에서 적법한 행위를 했으면, 6일 조사에서 근로감독관이 작업현장을 방문해서 조사해보겠다는 식의 말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감독관은 그 말은 안하고 회사이야기만 전하는 것이 말이 되냐. 이에 대해 따졌더니 더 이상 회사이야기를 안 전해준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실제 24일 현재까지 회사는 진정인에게 합의의사를 전하지 않았다.

 

양00 근로감독관은 “회사로부터 합의하고 싶다는 전화가 와, 기쁜 마음에 전한 것 뿐”이라면서 합의종용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이어 “감독관의 입장에서도 법적으로 가는 것보다 진정인이 받고 싶어 하는 체불임금을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에 기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6일 출석조사에서는 법률지원센터가 지적하는 말에 대해서는 “하지 않았다”고 양00 근로감독관은 말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법률지원센터는 이번 체불임금 진정과 관련된 노동부 근로감독관의 태도에 대해 “임금 체불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노동자들은 감독관들의 이러한 태도를 보일 경우 울며 겨자먹기로 체불된 임금의 일부라도 빨리 받기 위해 회사와 합의를 하고 진정을 취하하게 된다”며 “체불임금은 노동자의 정당한 노동에 대한 대가이므로 협상을 통해 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근로감독관의 태도는 최근 임금체불 등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동부의 흐름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최근 노동부는 임금 체불 전담 노동분쟁조정원 설립을 추진하거나, 체불 사업주에 대한 신용 등 행정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법률지원센터는 “이채필 노동부 장관이 임금 체불이 근로자 생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인데도 막상 사업주는 소액의 벌금만 내고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아 그다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는 지적을 했다”면서 “임금 체불 등에 대한 노동부의 입장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일선 근로감독관들의 엄격한 조사와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별도의 민사소송의 경우, 노동부의 법률 지원 받을 수 있어

 

한편, 피진정인(회사)가 진정사건 처리기간 내에 진정인에게 체불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할 경우 해당 근로감독관은 피진정인을 사법처리(검찰송치)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는 별도의 민사소송(소액심판 포함)을 제기하여 체불임금 지급을 강제할 수 있다.

 

월 소득 400만원 미만의 노동자인 경우에는 신청을 통해 노동부 무료법률구조지원사업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근로감독관은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절차과정을 도와야 한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