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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사업주 욕심 때문에...119 부르지 않아 목숨 잃는 노동자

제2롯데월드 사망 사고, 산재 은폐 위해 민간병원 구급차 불러 늦게 도착

윤지연(참세상)( newscham@newscham.net) 2014.04.17 09:37

15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응급처치를 받지 못해 죽어가는 노동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업주가 산업재해를 은폐하기 위해 119 구급차를 부르지 않아 후송 중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지난 8일 오전 8시 18분 경, 제2롯데월드 건설 현장에서 배관점검 중이던 노동자 황 모 씨가 배관 뚜껑에 머리를 맞은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인 8시 20분 경, 롯데건설 측은 서울아산병원에 전화를 걸어 구급차를 불렀다. 하지만 구급차는 사고 발생 22분이 지난 8시 40분 경 현장에 도착했다. 


구급차의 도착이 늦어지자, 현장 인부들은 8시 38분 경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119는 신고 7분 만인 8시 45분 경 현장에 도착했다. 이미 황 씨가 구급차에 실려 간 뒤였다. 결국 황 씨는 병원 이송 중에 구급차 안에서 사망했다. 


이종훈 의원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을 향해 “그는 배관 뚜껑에 머리를 맞았다. 응급처치를 하면 살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왜 회사는 7분 만에 오는 119를 놔두고, 22분 만에 도착한 아산병원 구급차를 불렀겠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방하남 장관의 대답은 “정확한 경위는 모르겠다.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본다”였다. 


방 장관의 대답에 이종훈 의원의 질타는 더욱 강해졌다. 방하남 장관을 대신해 불려나온 박종길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결국 “(롯데건설이)산업재해 처리가 아닌 공상으로 처리해 산재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건설업체를 비롯해 다수의 사업장에서 산재를 은폐하기 위해 119를 부르지 않는 것은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119에 신고를 하면 산업재해로 접수되는 데 반해, 민간 병원 구급차를 부를 경우 공상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회사에서는 우선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회사 자체의 응급차량이나 심지어 트럭을 이용해 부상자를 지정병원으로 이송하고 공상처리를 하곤 한다. 


회사에서 산업재해를 은폐하는 이유는, 산재 건수가 적을수록 회사의 산재보험이 감면되는 구조 때문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산재보험 요율특례제도인 개별실적요율제는 산재사고 시 보험처리를 하지 않으면 다음해 보험료가 할인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산재보험 특례요율제도를 통해 감면되는 보험료 규모는 한 해에 1조 1,376억 원에 이른다. 


지난 2012년에는 현재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황 모 씨가 탈의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에도 하청업체는 119를 부르지 않고 1톤 트럭 뒷자리에 황 씨를 싣고 병원으로 옮겼다. 결국 황 씨는 심폐소생술 도중 목숨을 잃었다.


이종훈 의원은 “지난번에도 탈의실에서 쓰러진 모 기업 하청노동자를 트럭 뒷자리에 실어 병원으로 옮기다 결국 응급처치를 받지 못해 죽었다”며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는데 노동부는 어떤 조치도 없었고, 또 똑같은 사고가 대기업 현장에서 벌어졌다”고 울분을 토했다. 


공기단축을 위해 하청업체가 무리하게 동시작업을 진행하는 관행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현대제철 아르곤가스 질식사고 문제도 지적했다. 한 쪽에서는 보수 작업을 하고, 또 한 쪽에서는 가스 배관작업을 동시작업 했다. 이 과정에서 하청업체 간에 어떤 작업이 이뤄지는지 연락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제2롯데월드 건설 현장에서도 공기단축을 위해 무리한 동시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굉장한 자괴감이 든다. 이 문제를 지적할 때마다 고용노동부는 일벌백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제2롯데월드 현장에 전담 감독관이 10명이 들어가 있었는데도 이런 사건이 또 터졌다. 도대체 알면서도 봐주는 거냐. 아니면 볼 마음조차 없는거냐”라며 “산재를 은폐하려다 응급처치도 제대로 못 받은 채 사람이 죽어가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고용노동부는 매번 죄송하다는 말로 넘어간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질타했다.(기사제휴=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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