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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쌍용차의 이상한 ‘다기능화’...또 구조조정 예상

심형호(미디어충청)( cmedia@cmedia.or.kr) 2012.01.20 14:20

지난해 완성차 회사들이 장시간 근로에 대한 개선안 중 쌍용차가 내놓은 ‘다기능화’에 대해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가 비판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7일 고용노동부는 완성차 회사인 현대, 기아,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에서 근로기준법상의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하는 등 상시적 장시간 근로가 이뤄지고 있다고 발표하고 각 회사에게 개선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출처: 자료사진]


고용노동부의 지시에 따른 각 회사들의 개선계획서를 살펴보면 크게 인력충원과 설비투자 두 가지로 구분해서 볼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1400여명 이상 신규채용(현대 900명, 기아 500명)과 2013년부터 전 공장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 실시, 공장간 물량이동 및 전환배치, 총 3599억 원의 설비투자 안을 밝혔다.

 

한국GM은 200여명의 인력충원과 2078억 원대의 설비투자 안을 밝혔다. 르노삼성은 신규충원 계획은 밝히지 않고 일부 공정을 2조 2교대에서 3조 3교대로 전환한다고 밝혀 인력충원이 예상된다.
 
특이한 것은 쌍용차의 개선안이다. 쌍용차는 5개 완성차 회사 중 가장 높은 38.2%의 판매량 증가를 달성했음에도 인력충원 계획을 밝히지 않고 조립 1.2팀 인원을 대상으로 ‘다기능화’ 훈련을 통해 상대적으로 생산량이 많은 조립 3팀의 연장근로에 투입하는 안을 내놓았다.

 

또 쌍용자동차지부에 따르면 사측의 개선안에 주5회 연장근로와 토요일 특근을 주4회 연장근로와 토요일 특근으로 변경(평택공장), 개인의 연장근로 현황을 담당부서장에게 피드백 하여 내부관리 강화(창원공장), ‘12년 인력 전환배치 및 물량 이동 노사합의 추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즉, 신규인력 충원, 설비투자 등을 통한 노동 강도 완화가 아닌 다기능화, 전환배치를 통한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는 것으로 풀이 된다.

 

이와 같은 내용은 지난 3일 열린 쌍용차의 시무식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 됐다. 사측은 2013년 목표 판매량을 전년 대비 8.8% 증가 된 12만 3000대, 매출달성 목표를 3조원으로 설정했으나 인력충원이나 설비투자에 대한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 부문의 강력한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재무성과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각 사가 발표한 국내생산 차량 대수(해외 생산 제외)


상황이 이러하자 쌍용자동차지부는 사측의 개선안에 대해 강하게 문제제기 하고 있다. 노동부의 시정명령에 따라 사측이 신규인력 충원 계획을 세우면 무급휴직자에 대한 복직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77일간의 옥쇄파업 후 노사는 ‘무급휴직자들은 1년 경과 후 생산물량에 따라 순환근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고 합의 한 바 있어 복귀를 기다리고 있는 무급자들이 460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쌍용차지부는 “법만 지켜도 수백명이 현장에 충원되어야 하며, 완성차 업체 전체적으로도 일자리 창출이 대세이다”며 “쌍용차는 하루빨리 해고자 복직을 포함한 인력충원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기능화’에 관련해 지부는 조립 1.2팀의 희망자들을 조립 3팀의 잔업으로 보내는 것이 “현장의 구조조정을 통해 마른수건 쥐어짜겠다는 것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비난하고 있다.

 

다기능화를 통한 노동의 유연화가 작업자 간의 공정 특성을 사라지게 해 사측 입장에서는 효율이 증가하고 적은 인원으로도 공장을 운영할 수 있게 해주지만, 노동자들에게는 노동강도 강화와 인력 감축의 빌미 제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직접적인 투자 이야기가 없는 현 상황에서 쌍용차지부는 또 다시 마힌드라의 '먹튀 자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정운 쌍용차지부 재정총무실장은 "이번 개선안을 보고 다시 한번 쌍용차에 대한 미래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것이 확인 됐다"며 "쌍용차와 마힌드라가 비젼 선포식을 통해 2013년까지 16만대, 2016년까지 30만대 판매를 목표로 세웠지만 직접적인 투자가 제시되고 있지 않은 현 상황에서 마힌드라도 상하이차처럼 먹고 튀는 행보를 보여 줄 것이라고 예상 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용노동부의 요구에 완성차 회사들이 표면적으로 장시간 노동 근절과 일자리 늘리기를 개선안으로 제출했지만 노사관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개인별 연장근로 관리, 공장간 물량이동과 전환배치 등의 계획들이 포함 되어있어 노동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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