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

지난해 9월, “정부재정지원 및 학자금 대출 제한대학”으로 선정된 이후, 11개 학과 폐과라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원광대에서 29일 오후 11개 폐과 학생 500여명이 대한 본관을 점거하고 “비민주적인 폐과결정 철회, 대학구조조정 철회”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29일 오후 1시 30분경부터 시작된 이번 대학본관 점거농성은 폐과가 결정된 11개 학과 학생대표로 구성된 ‘11개 학과 폐지에 대한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조직하고 결정하였으나, 상당수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점거농성에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점거농성은 30일 예정인 원광대학교 이사회에서 이번 11개 학과 폐과가 안건으로 논의될 것을 예상하고 이를 막기 위해 시도되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내일 이사회에서 논의하지 않는다고 대학본부 측에서 이야기를 했으나, 지금까지 상황으로 볼 때 믿을 수 없다”며 “내일 폐과결정이 철회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점거를 풀 수 없다”고 말했다.

 

▲원광대 대학본부

 

비상대책위원회 강준일(가명) 대변인(미술대학 3학년)은 “이번 11개 학과 폐과결정은 학생과 교수를 비롯한 대학구성원의 민주적인 논의 속에서 결정되었다기보다 대학본부와 총장의 비 민주적인 결정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이번 대학본관 점거 농성의 배경을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총장과 대학본부 측은 지난 3월 5일 폐과사실을 해당 학과 구성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언론을 통해 알렸다”며 “우리는 끊임없는 대화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우리의 입장과 대안은 묵살되었다”며 원광대의 11개 학과 폐과 결정에 대해 강력하게 불만을 제기했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11개 학과의 폐과 결정은 작년 한차례 무산된 바 있다. 이후 해당학과들은 교수와 학생들의 간담회, 교수협의회 회의 등을 통해 폐과를 통한 구조조정보다는 통합을 통한 합리적인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광대는 지난 3월 7일 11개 학과에 폐과를 공식적으로 통보했다. 이후에도 비상대책위원회는 3월 19일 긴급하게 전체 원광대학교 학생을 상대로 탄원서를 약 4000부 정도 받아서 폐과 학생대표들이 총장을 직접 만나 “폐과만은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원광대학교의 폐과 방침은 달라지지 않았다.

 

 

강 대변인은 “이번에 11개 학교 폐과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취업률이다”며 “그러나 인문/예술 계열을 취업률로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술대학의 경우 폐과가 결정된 학과는 ‘순수미술, 환경조각, 도예, 서양, 한국화’ 5개학과로 순수예술에 포함되는 학과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강 대변인은 “한국화와 서양화를 묶거나, 환경조각과 도예를 묶는 방식의 통합으로도 사실상 합리적으로 학과구조조정이 가능하다”며 “정부로부터 받는 재정지원금 약 50억 때문에 이렇게 폐과 처분을 받는 것 같아 너무 억울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11개 학과 폐과 결정 등을 비롯한 원광대 구조조정에 대해서 교수협의회 역시 강력하게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섰다.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도 이번 점거농성에 함께 하고 있다.

 

교수협의회는 지난 22일 성명을 통해 “3월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원광대가 11개 학과 폐과를 발표했다”며 “22일 현재까지 교과부의 최종통보는 있지 않았지만, 폐과결정을 교무위원회, 대학평의원회,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발표한 것은 원광대 집행부의 독단이며 학생과 학부모를 철저히 무시한 비교육적인 처사”라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도 농성에 함께하고 있다.

 

또한 “인문학, 예술 등 기초학문은 더욱 활성화시켜 우리 대학을 대표할 학문으로 육성해야 할 대상이지 폐과 운운할 수 있는 학과들이 아니다”며 “이번 폐과 결정은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광대학의 건학이념까지 포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3월 7일 원광대는 기자회견을 통해 11개 학과의 폐과를 알렸다. 11개 학과는 △인문대학 : 철학과, 독일문화언어전공, 프랑스문화언어전공, 국악전공, 무용전공 △미술대학 : 한국화전공, 서양화전공, 환경조각전공, 도예전공 △사회과학대학 : 정치외교학 으로 대다수가 인문·예술 등 기초학문이 폐과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