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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현실의 10분의 1도 아니야

 

지난 달 22일 영화 '도가니'가 개봉했다. 오래된 일로 잊혀졌던 인화학교 사태가 다시 불붙었다.

인화학교에 11년간 근무했고, 2005년 공립학교로 옮긴 이후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는 박현정 전교조 광주지부 수석부위원장(선명학교)을 만났다.

 

▲<인화학교 전경 - 교육희망>

 

인화학교 생활은 어땠나?
 
생각도 하기 싫다. 인화학교에서 줄곧 분회장을 했는데 해낸 일이 없고 버텨낼 뿐이었다. 오죽하면 동지들을 버리고 임용시험을 몰래 공부했겠는가? 남성들은 군대 다시 가는 악몽을 꾼다던데, 나도 마찬가지였다. 인화학교를 떠나서 공립교사로 근무할 때, 인화 사태가 발생했고 대책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학교 밖 사람이기 때문에 대책위 활동이 쉬웠다. 장애인 단체 사람들과 피해학생들을 만났다. 피해 학생들한테 직접 들은 여러 가지 사실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가해자들을 처벌하고 인화학교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으나, 가해자들은 처벌받지 않았고, 우석 법인은 영원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번에 영화의 힘과 영화개봉에 맞춘 대책위의 투쟁이 있어서 여론을 '도가니'로 만들게 되었다. 결실을 볼 수 있을까 싶고, 착잡하다.
 
영화 '도가니'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러 언론사와 인터뷰를 한 걸로 아는데?
 
모 방송사 기자는 '도가니'를 읽지도 않고 영화를 보지도 않은 채 인터뷰를 요구하며 선정적 질문만 했다. 매우 언짢았다. 밤 12시가 넘도록 전화를 걸어오는 기자들이 피곤했지만 고마웠다. 처음에는 이런 관심이 의아했다. 하루에 3개 방송사의 인터뷰를 한 날도 있었다. 개봉한 22일부터 광주교육청이 국정감사를 수감하는 30일까지가 절정이었다. 막상 방송되는 것을 보면 아쉬움도 많았다.
  
영화를 보려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한다면?
 
영화 '도가니'는 픽션이다. '화려한 휴가'가 5.18을 다 담아내지 못하듯 이 영화도 사실을 다 그리지 못했다. 인권위는 퇴직교원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고, 진술능력이 어려운 학생의 가해자에 대한 고발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2000년부터 4년만 벌어진 일이 아니라 수 십 년 전부터 발생한 문제라고 봐야 정확하다.
 
인화학교 최사문 선생은 현실의 10분의 1이라고 했는데, 10분의 1도 못 그렸다고 생각한다. 소설가 공지영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고 이야기했다. 나도 그 내용을 조사과정에서 알았다. 몸서리가 처진다.
  
이런 일이 일어 날 수 있다고 보는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나?
 
장애인 대상, 사립, 사회복지법인에 위탁한 경우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 세 가지에 다 해당한 학교는 상황이 거의 비슷하다. 광주에 있는 세 개의 특수학교 가운데 인화학교와 세광학교가 사회복지법인에 속해있다. 다른 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수교육에 대한 무관심으로 학교가 아닌 복지법인 위탁이 발생한다. 법제도를 정비해서 특수법인에 위탁한 교육을 모두 위탁 취소하자. 교육기관에서 특수교육이 이루어져야지 고아원 형태의 사회복지법인에 위탁하는 것은 공교육의 후퇴이다. 이것이 도가니의 민심이다.

 

▲광주 인화학교 사태를 알린 영화 '도가니' 포스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학교를 폐교하고, 수용시설 폐쇄가 기본이다. 교육청과 시청이 경쟁적으로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 시청이 2005년 이후로 무슨 조치를 했다는 이야기를 여태껏 듣지 못했다. 이제 시청, 교육청, 구청이 함께 폐쇄하고 위탁을 취소하니 안도감이 생긴다. 이런 일을 막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특수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인화학교 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하고 교육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66일동안 진행할 때도 교육청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 때 당시 교육감은 지금 교과부 학교운영지원본부장이다.) 사회에 대한 원망이 컸다. 깨뜨릴 수 없는 철옹성 같았다. 장휘국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무엇보다도 먼저 인화 문제를 해결 할 것으로 기대했다. 우리는 작년 6월 광산구청장에 당선한 민형배 구청장도 만났다. 기대는 했으나 이렇게 빨리 일이 진척될 것이라고는 보지 않았다. 영화로 제작되면서 해결이 앞당겨졌으니 다행이다.
  
전교조 조합원이라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법인산하 작업장 근로시설 등이 폐쇄되고 학교가 사라지려하는 이 판국에도 '이 영화는 부풀려 진 것'이라며 어느 학생이 성폭행을 당했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은 교사도 있다. 전교조 활동 똑바로 하자. 대충 접어주지 말자. 자신에게도 엄격하자. 비리가 만연한 학교에 근무하다 비리 불감증마저 언다. 전교조 활동이 불감증을 막아 준다. 전교조 활동은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일이다. 자기학교 부끄러운 점을 밖에 이야기하면 결국 학교를 위한 일이 된다. 특히 사립학교에서는 그렇다. 분노하고 실천하자.

 

(제휴=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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