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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천 개의 촛불 “2MB심판, 반값등록금 실현하라”

김도연( newscham@newscham.net) 2011.06.08 11:43 추천:5

등록금 문제가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반값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촛불공동행동이 열흘째를 맞은 7일 7시, 광화문 청계광장 주변으로 대학생과 시민 천여 명이 모여들었다.

 

▲[출처= 참세상]

▲[출처= 참세상]


MB정부에 대한 심판의 의미를 담아 ‘6월 7일은 2MB 기말고사의 날’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정동영 민주당 의원, 이종걸 민주당 의원 등도 참석했다.


이날 집회를 불허한 경찰은 지금까지 대학생들이 촛불집회를 진행해 온 광화문 KT 앞부터 집회신고를 낸 장소인 청계광장까지 에워싸고 출입을 봉쇄했다. 때문에 집회는 청계광장 맞은편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집회에 참여한 누구도 기죽거나 불안해하지 않았다.


연대발언에 나선 윤희숙 한국청년연대 공동대표는 “지난 2008년 촛불의 경험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탄압을 받으면 받을수록 우리 편이 많아지고 국민들이 우리를 지켜준다는 것”이라며 “여러분은 반드시 이길 것이고 이명박의 처음과 끝은 촛불로 장식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출처= 참세상]


박혜경, “여러분이 옳고 여러분이 맞다”


집회에서 학생, 시민들의 가장 큰 호응을 얻은 것은 ‘날라리 선배’들의 무대였다. 이날 집회를 찾은 ‘선배’는 박대웅 MBC 기자와 허재현 한겨레신문 기자. “언론에서 등록금 문제를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사실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문을 연 박대웅 기자는 “반값등록금이라는 말은 2004년 4월 이주호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한나라당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처음으로 공식화했고 그 다음 이 말을 박근혜 의원, 그리고 대선후보 시절 이명박 대통령이 사용했다”며 “이처럼 반값등록금이 한나라당 공약이라는 것이 확인됐음에도 당선된 이후 반값등록금을 공약한 적 없다고 말하는 것은 변명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허재현 기자는 “지난주 <한겨레21>에서도 보도했지만 외대에서는 총장과 교수들이 교과부 감사 때마다 피부 관리, 치과 비용 등으로 4억 원을 사용하는 등 대학에서 등록금을 엉망진창으로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박대웅 기자는 “학교 등록금 사용 내역을 보려면 국립대는 open.go.kr에서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되고 사립대는 교과부에 내역을 청구하거나 사립대 회계정보 시스템에 들어가면 소상한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수 박혜경 씨의 공연 모습. 이날 집회에서 박혜경 씨는 <레몬트리> <안녕> <주문을 걸어> <고백> 네 곡을 연이어 열창했다. [출처= 이명익 <노동과세계> 기자]


이날은 특별히 ‘날라리 선배 무대’ 2탄도 준비됐다. 2탄에서 등장한 가수 박혜경 씨는 대학생들과 시민들을 향해 “여러분이 옳고 여러분이 맞다”는 응원메시지와 함께 노래 4곡을 선사해 열화와 같은 함성을 한 몸에 받았다. 또 한 명의 ‘선배’ 정혜신 정신과 의사는 “국민들이 상처를 받으면 그 상처를 보살피고 치유하라고 우리가 세금을 내는데 그들이 상처를 내고 있다. 무언가 잘못되고 뒤바뀐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 사람이 폭력에 노출되는 것은 방사능에 피폭되는 것과 같다”며 경찰을 향해 “폭력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선한 명령’을 내렸다.

 

▲이날 민주노총 여성연맹 조합원들은 집회현장에서 직접 주먹밥을 만들어 참가자들에게 돌렸다. [출처= 이명익 <노동과 세계> 기자]

 

시민들의 간식연대는 이날도 이어졌다. 경희대와 중앙대 민주동문회는 집회 장소에 음료수 1천 개를 보내왔으며 민주노총 여성연맹 조합원들은 현장에서 직접 주먹밥을 만들어 돌렸다. 한 시민은 “늦어서 미안하다. 힘내라”는 메시지와 함께 캔커피 60개를 전했으며, 또 다른 시민은 ‘몽○통○’을 지원해 집회 참여자들이 미처 배고플 틈이 없었다.


한편 경찰은 이날도 “미신고 불법집회를 하고 있다”며 집회 중인 약 7시 55분과 8시 14분, 9시 5분 세 차례에 걸쳐 해산 명령을 내렸으나 학생들을 강제로 해산하거나 연행하지는 않았다.


“등록금은 2008년보다 공감가는 이슈...거리에 안 나올 수가 없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평범한 서민들의 연대가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이 세 번째 집회 참여라는 이웅 씨는 “나도 대학생 자녀가 있고, 내가 대학을 다니던 80년대 중반에 비해 등록금이 10배 가까이 오른 만큼 등록금 문제는 당연히 공감할 수밖에 없다”며 “(집회에) 안 나올라야 안 나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출처= 참세상]

▲[출처= 참세상]

 

그는 이어 “주변에 보수적인 사람들조차 대학생들을 연행한 데 대해 부정적이고 실제로 지난 토요일에 비해 집회현장에 시민들이 많이 늘었다”며 “등록금문제는 2008년보다 더 공감되고 폭발력 있는 이슈인 만큼 시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늘어날 것이다. 잘못 대처하면 정부 스스로 하야하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주일 째 집회에 참석해 온 김영은 씨는 “반값등록금뿐 아니라 반서민적인 MB정부의 모든 정책들에 대한 반대를 표현하려 나왔다”며 “오는 10일에는 상당한 시민들이 MB정부를 반대하기 위해 거리로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위대, 을지로입구까지 행진...시민들 박수로 응원


집회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거리에서 학생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응원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출처= 참세상]

 

오후 10시, 세 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집회가 마무리되고 천여 명의 대학생들은 청계천변 인도를 따라 동대문 방향으로 행진을 진행했다. 하지만 경찰은 약 200여m를 채 넘지 않은 지점에서 이들을 가로막았다. 이에 박자은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의장은 “이 나라에는 시민들이 인도로 갈 자유조차 없느냐”며 강하게 항의했고 대학생들은 “평화행진 보장하라” “반값등록금 실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우회했다.


곳곳에서 경찰들이 학생들의 행진을 에워싸고 가로막았지만 그때마다 시민들이 평화행진을 막는 경찰들을 뒤에서 잡아끌어 길을 터주었다. 또 을지로와 종로 곳곳의 길가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던 직장인들도 “반값등록금 실현”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대학생들을 향해 “잘한다”며 박수를 보내는 등 응원과 지지를 표현하기도 했다.

 

▲[출처= 참세상]

 

이날 대학생들은 을지로입구까지 행진했고 10시 40분 경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정리 집회를 가진 뒤 10일 ‘더 큰 항쟁’을 기약하고 자진해산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닫힌 광장을 열기 위해 8일부터 저녁 6시마다 소라광장 앞에서 반값등록금 정당 연사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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