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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3일 사측에게 단체교섭 이행과 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부영그룹 계열사 무주덕유산리조트 노조가 1월 9일로 파업 68일차에 접어들었다.

 

노조는 “회사는 협상보다 불법대체근로를 자행하여 쟁의행위를 무력화시키려고 하고 있으며, 지금도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는 모두 자른다>는 말들이 수없이 떠돌고 있다”면서 “회사는 노동조합을 말살하고 있다”고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180여 명의 노조원들은 팀을 나눠 현재 무주덕유산리조트 입구와 전주 등을 오가며 시민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회사는 지난 11월 7일부터 노조원에 대해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노·사는 실무교섭은 최근까지 진행했다가 중지되었다. 

 

무주덕유산리조트노조 정연진 부위원장은 “최근 교섭을 통해 많이 좁혀졌지만 부영 회장이 호봉 등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중지된 상태”라면서 “10일 오후 2시로 교섭 요청을 넣어놓았다. 그리고 직장폐쇄는 여전히 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무주덕유산리조트는 지난 1991년 (주)쌍방울이 개장, 골프장과 스키장을 보유한 유명 리조트이다. (주)쌍방울 부도 후 대한전선을 거쳐 지난 2011년 4월 부영그룹의 계열사인 부영주택이 인수하여 운영하고 있다.

 

노사관계가 틀어진 것은 부영그룹이 인수하면서 시작되었다. 2011년부터 그동안 성실히 이행되어 오던 단체협약에 금이 갔다. 여러 가지 협약안들이 (주)부영의 다른 계열사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지켜지지 않았다. 참고로 부영 계열사 중 무주덕유산리조트만이 유일하게 노조가 설립되어 있다.

 

“기업이 바뀌니 기업문화도 바뀌었다. 그래서 정착기간이라고 생각하고 대부분 회사의 요구를 수용했다. 그런데 회사는 소통보다는 불통을 고집했다. 결재도 서울 본사로 올라가니까 현장에서 몸을 굴려서 일하는 직원들의 형편이 많이 어려워졌다. 장갑도 사야하는데, 다 결제가 오래 걸리니까 빨아서 쓰는 일이 많아졌다. 물품이 고장 나면 회사에서 처리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팀원의 장이 다 책임을 져야하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서비스부서에서 근무하는 김성수(가명)씨는 부영이 인수하고 변화된 노동환경에 대해 지적했다. 특히 서비스 등 감정노동 종사자들이 대부분인 노조원들은 이러한 노동조건의 후퇴로 인한 어려움이 가장 컸다고 한다.

 

“고객 최접점에 있는데, 제대로 서비스 노동을 수행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왔다. 회사는 200억을 투자했다고 하는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부영과 첫 단체교섭에서는 권한도 없는 사람이 나와서 교섭을 했다. 이게 불통이라고 생각한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노사관계는 2012년 들어서 더욱 틀어진다. 2011년 어렵게 맺은 고용안정협약에도 불구하고 관리자급 직원들에 대한 권고사직이 줄을 이었고,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도 거부되었다. 이와 함께 납득할 수 없는 인사이동과 사직권유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압박에 못 이겨 그만둔 사람도 있고, 사직서와 경위서를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본인도 권유를 받았다. 나중에는 퇴사 권유까지 하는데,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다 결국 급성 위계양으로 입원을 했고, 할 수 없이 사직서와 경위서를 썼다”

 

이 노동자는 회장 지인들을 서비스 하던 중 대답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한 욕설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는 노동자에게 책임을 물어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요구받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부영 인수 후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는 노사문화라고 생각해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는 ‘노동탄압’이라는 생각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 비수기에 발생하는 영업휴가 기간에도 노동자들은 나와서 일을 했고, 이에 대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영은 노조와의 단체교섭을 거부하기까지 했다. 결국 노조는 파업을 결정했고, 98%라는 놀라운 찬성률로 파업은 성사되었다.

 

노조원들 중에는 영업휴가 기간에도 나와 일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영업휴가는 비수기에 직원 절반이 번갈아가며 휴가를 가는 것이다.

 

“회사가 바쁘니 다시 들어오라고 해서 결국 들어가서 일을 했다. 그런데 임금을 주지 않더라. 임금체불이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그리고 휴가를 나간 조합원들에게는 노조 탈퇴를 종용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단체교섭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약 5번 정도의 교섭 요구가 있었지만 회사는 거부했고, 7월에서야 교섭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교섭과정에서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등의 행위가 벌어졌고, 노조는 결국 파업카드를 꺼내들었고, 찬성률은 98%에 달했다.

 

정연진 부위원장은 “단협과정에서 노조 간부를 특별승진의 형태로 승진시켜 노조자격을 제외시키거나 노조원에게 탈퇴를 종용하는 경우가 발생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약 40여 명의 노조원들이 종용에 못 이겨 탈퇴를 했다. 이는 회사가 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단협에서도 복지를 후퇴시키는 요구를 계속 해왔다”면서 “단협은 노사의 신뢰문제인데, 회사는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수(가명) 조합원도 “무주리조트가 부도가 났을 때도 일터를 지킨 분이다. 그리고 무주리조트 설립 초기부터 함께한 분들도 많았다. 그런데 회사가 이렇게 노동자들을 내모는 상황에서 모두가 화가 났다. 파업 찬성률이 98%인 것은 당연한 것이다”고 파업이 정당하다고 말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최근에는 무주덕유산리조트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정치권에서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구성된 민주통합당 노동대책위원회는 10일 무주덕유산리조트를 방문하여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노동부 전주지청은 지난 7일부터 무주덕유산리조트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들어갔다. 노동대책위원회는 이 자리에서 중간 조사 결과를 청취할 예정이다.

 

한편, 사직서와 관련해서 회사 관계자는 "열심히 일하자는 뜻에서 요구한 것 뿐이다"면서 "성실하게 교섭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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