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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규현 신부 은퇴, “그래도 희망입니다”

경은아( 1) 2011.01.23 20:25 추천:3

▲문규현 신부가 23일 전주 평화동 성당에서 마지막 미사를 봉헌했다.

 

생명의 신부, 평화의 신부로 불리는 문규현 신부가 주임신부를 은퇴하고 이제 새로운 길을 떠나게 됐다.

 

문규현 신부는 2006년부터 주임신부로 부임했던 천주교 전주교구 평화동 성당에서 23일 마지막 미사를 갖고, 송별식과 나눔잔치를 끝으로 주임신부로서의 임기를 마감했다.

 

송별식은 문정현 신부, 용산참사 유가족, 천주교 인권주교위원회, 평택 평화센터, 임수경, 소설가 공선옥, 평통사 강정구 대표 외, 윤난실 진보신당 부대표, 원불교 김연경 교무,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 많은 이들이 참석해 성당이 가득 찬 가운데 진행됐다.

 

편하게 있고 싶은 유혹이 들 때야말로 떠날 때
불안함 속에서 희망을 불편함 속에서 평화를

 

▲미사 강론에서 문 신부는 성당에서 편하게 있고 싶은 유혹이 들 때야말로 물러날 때라며 은퇴의 사유를 밝히고 이제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며 생명의 길, 평화의 길, 사람의 길에서 새로운 만남 새로운 길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문규현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본당 신부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어떻게 살려고 하느냐”는 우려를 들었다고 입을 뗐다. 그리곤 맞다면서 “두렵다. 불안하다”고 말했다.

 

문 신부에게 본당 사목은 “사제생활의 중심”으로 “세상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드는 생생한 현장이요, 가족처럼 기쁨과 힘을 얻는 공동체, 사랑과 정의와 평화가 넘치는 세상을 일궈나가며 우정을 만들어가는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문 신부는 “본당 안에서 편하게 있고 싶은 유혹이 들었다. 몸이 성치 않으니 더욱 그랬다”고 고백하고는 “그래서 바로 지금이 본당을 떠나야 하는 시기다”고 은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을 말했다.

 

이제 원로사목으로 살게 된 문 신부는 “세상 안으로 과감하게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더불어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신앙인의 정의로운 투신을 절실하게 기다리고 있다”며 “상실감이 가져다주는 또 다른 선물을, 내려놓음으로써 지켜지는 것들을 비우면서 채워짐을 지켜보겠다. 불안함 속에서 희망을 불편함 속에서 평화를 누려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시간은 만남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 이제 새로운 만남의 시작임을 생명의 길, 평화의 길, 사람의 길, 하느님의 길에서 만날 수 있기를, 함께 기도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함께 걸어온 이들과 송별식 가져

 

미사가 뒤에 이어진 송별식에서는 문규현 신부 약력 소개, 용산참사 유가족과 부안농민의 송별사, 홍성담 화백의 송시, 성가대 송별사, 중고등부 편지 낭독 등이 진행됐다.

 

부안농민 김진원씨는 “신부님과의 첫 만남은 85년도 소몰이 싸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가 신부님을 본 것은 좌절과 분노를 통해서였고 계속 좌절과 분노로 만나는 인연이 됐다”고 회고했다.

 

이어 김씨는 “우리는 신부님을 아쉬울 때만 찾았다. 경찰에 쫓겨 수배당할 때 숨겨달라고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신부님은 저희가 아쉬울 때 어떻게 아셨는지 먼저 다가오기도 했다. 새만금 사업으로 좌절하고 있을 때 부안에서 서울까지 3보 1배를 하겠다고 나타났다”고 말했다.

 

“분노의 정점에서 부안 핵폐기장 싸움이 있었다. 부안사람들은 신부님의 생명과 평화의 정신으로 좌절과 분노를 잘 극복해냈다. 지금 저희는 부안사람으로서 생명과 평화를 지키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품고 있다”고 밝혔다.
 
용산참사 유가족 유영숙씨는 지난 용산참사가 떠올랐는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유씨는 문 신부에게 “눈물이 너무 나올 것 같아서 건강하시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을 것 같다”며 “정말 사랑합니다”고 전했다.

 

문 신부는 성당 신자들로부터 십자가와 그간 활동을 적은 '영적예물'을 받았으며 문 신부는 답으로 3배를 올리고 송별식은 마무리됐다.

 

<문규현 신부 약력>

 

1945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1976년 사제서품을 받은 문 신부는 평화생명의 신부 혹은 통일의 신부로 불리는 만큼 35년 동안 평화, 생명, 통일, 인권 등에 힘을 써왔다.

 

1989년 평양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한 임수경 학생의 판문점 귀환에 동행하기 위해 평양에 재방북 했으며, 그 덕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2000년 들어 새만금을 살리기 위한 두차례의 삼보일배, 부안 핵폐기장 백지화 싸움에 나섰다. 현 정권에 들어서는 2008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 평화생명사람의 길을 찾아 오체투지에 나섰고, 2009년에는 용산참사 해결을 위한 단식 중 의식불명으로 4일 만에 위험한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194511() 전북 익산시 출생

197653일 천주교 전주교구로부터 바오로라는 세례명으로 사제 수품

1987년 미국 메리놀 신학대학원에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신학적 고찰>주제로 석사 과정 이수

1989년 천주교 아시아주교호의 인간개발위원회 사무총장으로 임명

1989725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로 평양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한 임수경 학생의 판문점 귀환에 동행하

                           기 위해 재방북

1989815일 임수경학생과 판문점을 통과 남한으로 귀환, 구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19988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단과 함께 방북, 평양통일대축전에 참가하여 발표한 인사말 문제로 남측 

                   환 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차 구속. 보석 가석방.

2001524일 명동성당에서 조계사까지 수경스님과 함께 새만금갯벌을 살리기 위한 첫 삼보일배 수행

2002812~2006826일 천주교 전주교구 부안성당 주임신부

2003328~65일 전북 부안 해창갯벌에서 서울까지 65일간 온 세상의 생명 평화 새만금갯벌을 살리기 위한

                                          삼보일배수행

 

한국환경기자클럽이 선정한 ‘2003 올해의 환경인상-삼보일배단수상

천주교 서울대교구 일산성당 ‘2003년 일산천주교환경상수상

시민운동가 선정 ‘2003 최고 시민운동가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가 뽑은‘2003 올해의 인물

 

2004425일 지구의 날에 수경스님, 김경일 교무, 이희운 목사 등 삼보일배 수행 성직자들과 함께 제6교보생명

                            환경문화상 환경운동대상부문 수상

2004~2006(사단법인)생명평화마중물 설립, 이사장

2006826일 천주교 전주교구 평화동 성당 주임신부 부임

200894일 평화의 길, 생명의 길, 사람의 길을 찾아나서는 오체투지 순례시작

20091022일 용산참사 해결을 위한 단식 투쟁 중 쓰러져 의식불명,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사흘만에 의식회복

2011년 1월 23일 현재 천주교 전주교구 평화동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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