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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렙법 통과, 한나라당과의 야합인가?

이상원(참세상)( newscham@newscham.net) 2012.01.10 19:49

 

▲광고는 미디어렙으로.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지난 5일 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에서 미디어렙법이 야당의 반대 속에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되었다. 13일, 국회 본회의만 통과하면 미디어렙법이 입법된다.


그런데, 어렵다. 어제 미디어렙법을 찬성했던 사람들이 오늘 반대하고, 오늘 반대하던 사람들이 내일은 찬성한다. 어려운 법률 용어가 난무하고, 학술 용어가 난무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도 막막하다. 미디어렙법만 해도 어려운데, KBS 수신료 인상 문제까지 더해지니 알 길은 더 막막해진다.


다행히 어려운 미디어렙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글이 트위터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박대용 춘천 MBC 기자가 쓴 글이다. 박대용 기자는 “미디어렙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알기 쉽게 정리했습니다. 언론이 보도하지 않고 있는 진실도 담았습니다” 라며 자신의 블로그(http://biguse.net)에 글을 공개했다. 박 기자의 글은 언론노조, 시민단체, 야당, 여당의 입장 변화가 왜,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원칙론 vs 현실론
“큰 틀에서는 편집권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때문”


미디어렙법의 찬성과 반대가 좌우되는 가장 큰 쟁점은 원칙론과 현실론의 충돌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등은 원칙론을 펴며 종편 광고를 반대하는 최초안을 고수하고 여야가 합의한 미디어렙법안 처리를 반대했다. 언론노조와 언론연대는 법안이 많이 부족하지만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 우선 수용하자는 현실론을 펴고 있다.


박 기자는 “미디어렙법에 대해 원칙론만 주장하면 현실을 간과하고, 현실론만 주장하면 원칙이 훼손되는 딜레마에 빠진다” 면서도 “이번 미디어렙법 입법의 현실론은 원칙론의 이해 속에서 내려진 결론” 이라고 설명했다. 10일, 현재 본회의 의결을 기다리고 있는 입법안은 현실론을 따른 법안으로 종편의 미디어렙 적용 2년 유예를 골자로 한다.

 

▲원칙론과 현실론 [출처: 박대용 기자 블로그]

 

이어 그는 “민언련 등의 주장은 사실 두 달 전 언론노조 주장과 다르지 않다” 며 “지난 두 달 사이에 종편 출범과 SBS 홀딩스의 광고직접영업, 12월26일 MBC 자사렙 설립 공식선언이란 변수가 나타나면서 입법을 지연할 수 없어 현실적 선택을 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일부 독소조항을 포함한 법안을 언론노조가 수용한 것을 두고 “중소매체의 권익보호라는 부분도 있지만, 큰 틀에서는 편집권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때문” 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자들이 보도하고 싶어도 보도할 수 없는 영역이 정권측의 청와대 뿐만 아니라 자본측의 노동영역까지 확대될 수 있다” 라며 “미디어렙법 없이 방송사가 직접 영업할 경우 대기업 광고주 눈치보느라 노동관련 보도가 사라질 우려가 커진다” 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과의 야합인가?
“한나라당 원안은 미디어렙법 입법 반대”


그는 한나라당 미디어렙법안을 수용한 야합이라는 비판에 대해서 “한나라당 원안은 미디어렙법 입법 반대” 였다며 “히스토리를 전혀 모르는 것” 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실 법안 내용은 이미 두어달 전에 나온 것” 이라며 “언론노조는 독소조항이 포함된 미디어렙법을 받을 것인지를 두고 두 달 간 노조 소속 각 본부, 지부 대표자들과 10여 차례에 걸쳐 회의 한 결과 연내 입법과 시행령 제정, 총선 후 개정이라는 차선책을 선택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한나라당 미디어렙법안은 총선을 앞두고 언론노조의 압박 때문에 억지로 내놓은 안” 이라며 “한나라당은 지금이라도 언론노조가 미디어렙법 하지말자고 하면 손털고 일어날 것” 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KBS 수신료 인상을 함께 주장한 이유도 미디어렙법 입법을 지연시키고, 여의치 않으면 “4월 총선을 같이 해줄 언론을 찾으려” 는 핑계거리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KBS 수신료 인상은 KBS, MBC, SBS, 종편 모두에 이득을 준다.

 

▲KBS 수신료 인상이 미치는 영향 [출처: 박대용 기자 블로그]

이 설명에 따르면, 5일 밤 야당이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의결을 반대했던 이유도 설명된다. 미디어렙법을 통해서 종편과 SBS 등 직접영업하는 방송사에 규제를 하려 하는데, KBS 수신료를 인상해버리면 미디어렙법을 통한 규제가 약해져 버리는 것이다.


MBC에 희생 강요?
“MBC 만큼은 지켜야 겠다는 생각 때문”


이어 그는 MBC를 공영렙에 포함하는 미디어렙법안에 대해 MBC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 “MBC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MBC 만큼은 지켜야 겠다는 생각 때문” 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지난 12월26일 자사렙 설립을 공식선언한 MBC 마저 SBS, 종편 등과 함께 직접영업을 하게 될 경우 벌어질 사태를 우려한 것이다. 그는 “방송사가 광고를 영업하지 못하게 한 건 광고주와 직접 상대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 이라며 “광고를 대가로 보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자회사를 통해 광고 직접 영업을 하게 되면 지금보다 보도의 신뢰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고 우려했다.


그는 “광고영업을 방송사가 직접하면 광고주에게 불리한 보도는 하기 어렵고, 유리한 보도를 기자들이 제작하게 될 것” 이라며 “방송사가 광고 영업하겠다고 나서면 기자들이 편집권을 지킬 수 없다고 항의해야 하는게 정상” 이라고 주장했다.


“종편 허가 자체가 불법”
“총선 이후 허가 과정의 불법을 낱낱이 가릴 것”


끝으로 그는 “언론노조는 종편 허가 자체가 불법이라고 본다” 며 “규제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허가 취소 혹은 폐지 대상이라고 보기 때문에 총선 후 의회 권력이 교체되면, 종편 청문회를 통해 허가 과정의 불법을 낱낱이 가릴 방침” 이라고 설명했다.


즉, 미디어렙법안 처리를 두고 원칙에 위배되고, 한나라당과 야합 한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서 원칙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미디어렙법이 이달 중에 입법 되지 않으면, 앞으로 일 년 이상 입법이 지연되고, 결국 미디어렙법 입법의 효과는 사라지게 될 것” 이라며 미디어렙법의 규제 없이 종편, SBS, MBC의 광고직접영업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미디어렙법 입법 통과와 무산. [출처: 박대용 기자 블로그]

“손발을 다 못 묶을 것 같으니 이번에는 손이라도 묶자는 거예요. 미디어렙법 입법하자는 것도 같은 논리. 손발이 다 풀린 채로 놔두면, 당장 내일부터 약육강식의 정글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라며, 그는 미디어렙법 입법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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