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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압 송전탑 건설로 9년째 몸살을 앓고 있는 밀양 주민과 함께 희망을 노래하는 콘서트가 12일 오후 경남 밀양시 밀양역 광장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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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콘서트-밀양의 봄'을 찾은 밀양주민들과 참가자들이 핵발전소와 초고압송전탑 반대 피켓을 들고 희망콘서트를 보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약 2000여 명이 찾은 이번 콘서트 이름은 '희망콘서트 - 밀양의 봄'. 그동안 함께 송전탑 건설을 저지해온 몇몇 마을이 한전과 합의한 가운데 남아 있는 밀양 주민들은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한전은 4개 마을의 최종 저지선이라 볼 수 있는 산 중턱 움막을 14일까지 자치 철거하라는 계고장을 붙이고 강제 철거 및 침탈을 예고하고 있다. 더욱 밀양 주민들에게 연대가 절실한 때이다. 

이번 행사 사회를 맡은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움막과 구덩이를 파고 애달픈 하루를 보내는 주민들과 많은 사람들을 모아내는 자리"라고 콘서트 성격을 설명했다.

김덕진 사무국장은 "발목의 한 곳이 최근 아팠는데, 온 신경이 그곳으로 쏠렸다"면서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픈 곳이 밀양이다. 모든 신경은 지금 밀양에 쏠려 있다. 만약 한전이 용역을 끌고 이곳을 쳐들어 온다면 반드시 그 곳에는 우리가 있을 것이다"면서 오는 14일부터 이어질 강제 침탈에 대해 경고했다.  

행사 시작은 민중가수 임정득씨가 맡았다. 임정득씨는 "지금까지 힘들게 버텨왔는데, 돈 몇 푼에 싸움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을 어르신들로부터 들었다"면서 "우리가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 이곳에 오니 큰 힘이 된다"며 자신의 노래 <소금꽃나무>와 민중노래 <강> 등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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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가수 임정득씨

이날 행사에는 노조탄압에도 굴하지 않는 유성기업 노동자들도 찾았다. 지난 굴다리에서 150여일 고공농성을 한 바 있는 홍종인 민주노총 유성기업노조 지회장은 "고공농성 중 밀양 어르신들이 찾아와 인사를 나놨다. 직접 지은 농산물을 가져와 '죽지말고 건강하게 버텨 이기자'는 말을 해줘 큰 용기를 얻었다"면서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도 밀양 어른신들의 투쟁도 모두 같은 싸움이다. 돈으로 장난을 치고 폭력적인 공권력들의 진압도 모두 같은 이야기다. 우리가 뭉치고 진실을 위해 싸운다면 꼭 승리할 것"이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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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주민들로부터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는 유성기업 노동자들

행사 중반에는 밀양 주민과 하승수 녹생당 공동운영위원자 등이 이야기 손님으로 한 토크쇼가 진행됐다. 이야기 손님으로 나선 구미현 밀양시 단장면 용회마을 주민은 "한전의 야비한 공작으로 주민들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밀양의 정신은 살아있다"면서 "현재 꽂혀지지 않은 송전탑 온 몸 던져 막을 것"이라고 앞으로 투쟁의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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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김경태 목사, 엘리 삼각산 재미난학교, 구미현 밀양 주민, 이재욱 한겨레 기자,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하승수 녹색당 운영위원장은 "밀양 어르신들이 이 짐을 짊어지고 싸울 일이 아니고 모든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해야 할 투쟁인데 어르신들에게 너무 많은 짐을 맡기고 있다"면서 "밀양이 우리에게 단지 송전탑 문제 뿐 아니라 탈핵과 원전, 핵발전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보여줬다. 송전탑으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이 밀양에서 힘을 받았다. 밀양 할매, 할배들의 싸움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토크쇼가 끝나고 이어 송경동 시인이 나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을 반대 투쟁을 하고 있는 밀양 어르신들을 위한 시를 낭송했다. 송 시인은 "얼마 전 이곳을 방문했을 때 헬기가 포크레인을 옮기는 모습을 봤다"면서 "그 모습은 용산에서 쌍차, 기륭과 그 모든 노동자 민중의 탄압 현장에서 자본이 쳐들어오는 것이었다. 밀양 지키기는 미래의 안전과 평등, 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 시인의 시낭독이 끝나고 밀양할매들로 구성된 '밀양할매합창단'이 나와 <고향의 봄>을 피켓과 함께 들고 나와 불러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다. 밀양 할매들은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오늘도 산에 오른다"며 앞으로 다가올 공사 재개에 계속 맞설 뜻을 피켓으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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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할매합창단이 행사 중반에 나와 <고향의 봄>을 부르며 밀양 주민들의 마음을 담은 피켓을 들었다. 

행사의 마지막은 포크가수 윤영배씨와 밴드 안치환과 자유들이 맡았다. 안치환씨는 "송전탑 건설 중단의 당당한 미래를 위하여"라면서 자신의 노래 <위하여> 등 많은 노래를 불렀다. 

‘희망콘서트 – 밀양의 봄’ 참가자들은 행사가 끝나고 “우리는 밀양에 또 올 것이다. 밀양 할매 할배들이 싸우는 곳에서 꼭 만날 것이다. 함께 싸우고 함께 이긴다. 핵발전소 필요없다. 송전탑 필요없다”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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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동 시인은 밀양 투쟁에 많은 사람들이 연대할 것을 호소하는 시를 낭송했다.

한편, 이계삼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은 기자와의 짧은 인터뷰를 통해 "52기의 송전탑 중 47기가 공사를 완료했고, 5기가 남았다. 4기를 현장에서 주민들이 움막을 지어 저항하고 있다"면서 "움막을 사수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며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한 연대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무국장은 "지금 밀양에 필요한 것은 대화와 중재다. 하지만 한전과 정부는 힘으로 주민들을 짓밟으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한전은 최소한의 양보라도 해야 할 것이다. 주민들의 요구를 귀 담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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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밀양 주민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적었다.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 위원장인 김준환 신부는 "비장한 마음으로 주민들이 당장 내일부터라도 들어올 수 있는 경찰을 막기 위해 움막을 지키고 있다"면서 "큰 싸움을 앞두고 무슨 문화제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여기 모인 사람들을 보고 희망을 느낀다"고 말하며 밀양을 찾아 희망을 주기를 바랬다.  

희망콘서트가 열린 당일 밀양시 단장면 100번 송전탑 건설 현장으로 굴삭기를 비롯한 공사장비가 헬기로 옮겨졌다. 100번 현장 맞은편 101번 공사현장은 용회마을 주민들이 최후까지 막겠다며 움막을 짓는 등 저항을 준비하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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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번 송전탑 부지 현장에서 바라본 100번 송전탑 부지


지금 밀양으로 가야해요

송경동

밀양으로 가요
잠깐 하던 일을 멈추고
우리 함께 밀양으로 가요

지금 밀양에서
우리들의 내일이 잘려나가고 있어요
우리들의 희망이 파헤쳐지고 있어요
우리들의 정의가 끌려가고 있어요
우리들의 인권이 파묻히고 있어요
우리 모두의 생태계가 짓밟히고 잇어요
우리 모두의 민주주의가 가로막혀 있어요

더 늦기전에
후회하기 전에 
밀양으로 가는 자동차를 타요
기차를 타요 버스를 타요
가서 함께 외쳐봐요

우리에겐 헬기가 나르는 전쟁의 하늘이 아니라
잠자리가 나르는 평화로운 하늘이 필요하다고
모든 생명의 숨구멍을 막는 개발의 레미콘이 아니라
저 무자비한 파괴의 포크레인이 아니라
모든 살림의 작은 호미와 부드러운 삽날이 필요하다고
죽음의 전기가 아니라 눈먼 핵발전이 아니라
어떤 이윤에도 눈 멀지 않은
어떤 폭력에도 굴하지 않는
모든 인간들의 존엄하고 정의로운 마음의 발전이라고
우리에게 송전되어야 하는 것은 
무한 소비의 욕망이 아니라 
무한 소유와 축적의 빈틈없는 전선이 아니라
어디선가 다시 새로운 사회를 향한 연대의 전선이, 투쟁의 전선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는 희망이라고
어디선가 불의의 바벨탑이 허물어지고 정의의 탑이 세워지고 있다는 송전이라고

함께 힘을 모아봐요 
저 순박한 할매 할배들에게
굴착기 바가지에 들어가 앉아있는 할머니에게
헬기 난간에 몸을 묶은 할머니에게
쇠사슬에 몸을 묶은 할머니에게
나무에 목줄을 걸고 있는 할머니에게
흙무덤을 파고 감자처럼 웅크리고 앉은 할머니에게
유모차에 마지막 남을 생을 싣고 산허리를 오르는 할머니에게 

우리가 함께 서겠다고 우리 모두가 100기 200기 300기 500기 
1만기 10만기 100만기 일천만기의 연대의 전선으로 함께 서겠다고 약속해요

우리가 함께 싸우겠다고
우리가 함께 저들을 묻어버리자고
저 더러운 권력의 머리를, 꼬리들을 다 잘라버지라고
저 흉악한 자본의 시대를 끝내버리자고
그리고 우리와 함께
이 밀양에 새로운 꿈을 심자고
이 세상에 새로운 믿음을 심자고

우리 함께 지금 밀양으로 가요.
늦기 전에 더 늦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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