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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경향신문이 “정부와 한국전력공사(한전)의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맺은 원전 수출 계약 때문”이라는 변준연 한국전력 부사장 발언을 보도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신고리 원전을 모델로 삼은 UAE 원전 수출계약에 따라 신고리 3호기가 2015년에 상업운전을 못 할 경우 0.25%의 지체보상금을 UAE 측에 내야 하기 때문에 시급히 밀양 송전탑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향에 따르면 변준연 한국전력 부사장은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UAE 원전을 수주할 때 신고리 3호기가 참고모델이 됐기 때문에 (밀양 송전탑 문제는) 꼭 해결돼야 한다. 2015년까지 (신고리 3호기가) 가동되지 않으면 페널티를 물도록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경향에 “UAE 측에서 최근 신고리 3호기의 적기 준공 여부를 지속적으로 물어오고 있다”면서 “UAE 현지에 짓는 원전과 같은 모델이 제대로 지어져서 원활히 돌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UAE 외의 다른 국가에도 한국형 원전을 세일즈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모델의 가동이 지연되면 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변준연 부사장 발언에 신빙성이 있음을 확인해 줬다.

 

이 같은 한전과 정부의 입장은 이미 지난 2월 21일 원자력 발전소의 해외 진출을 촉진해 신성장 동력을 마련키로 한데서도 엿볼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중 UAE 원전 운영정비 및 지원계약 체결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특히 일부 언론이 “5월초에 일본이 220억 달러짜리 초대형 터키 원전사업권을 가져간 데 이어, UAE와 원자력협정을 체결했다”며 일본의 원자력 수출 행보에 강한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며 정부의 대처를 강조하기도 한 시점도 묘하게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를 전후로 나왔다.

 

이번 한전 부사장 발언과 정부의 원자력 수출 정책을 종합하면 그동안 한전과 정부의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하지 않으면 올 12월 말에 가동하는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호기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불가능해 겨울 전력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송전탑 반대 대책위는 “신고리 발전소를 지나가는 단선송전선로가 울산과 부산으로 들어간다”며 “그 선로와 신고리 3호기를 연결시키면 올 겨울 급한 불을 끌 수 있다”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한전은 묵살해 왔다.

 

김제남 진보정의당 의원도 “한전이 작년 국정감사와 국회 공청회에서 고리~신울산 345kV 송전선의 용량증대가 가능하다고 밝혔기 때문에 굳이 밀양 송전탑이 없어도 신고리 3호기 전력 수송자체도 가능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총발전량이 1,400MW인 신고리 3호기가 전체 전력공급(2013년 하계기준 8,100만kW)의 1.7% 밖에 되지 않아 전력대란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바 있어 한전의 주장은 더 설득력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변준연 한전 부사장의 발언은 송전탑 공사를 막고 있는 밀양 주민들의 타오르는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반대대책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수출 위약금을 물지 않기 위해 자국민, 그 중에서도 70대 80대 노인들을 폭염 속에 산꼭대기에서 경찰과 맞서게 하는 이런 패륜이 대체 어디 있느냐”며 “무관심한 국민들과 무식한 노인들이라고 엉터리 정보로 현혹하고, 속셈은 따로 차리고 있다”고 맹비난 했다.

 

대책위는 “한전은 UAE 원전 수출 문제와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에 관련된 진상을 즉각 공개하라”며 “밀양 송전탑 공사는 이제 완전히 명분을 잃었다. 죽음의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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