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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찰, '시국미사 강론' 박창신 원로신부 소환 통보

정의구현사제단, "국가보안법 혐의로 소환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 억압"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4.09.01 14:50

지난해 11월 22일 군산 수송동 성당에서 열린 시국미사에 대한 색깔론이 다시 시작됐다.


전북경찰청은 당시 시국미사 중 강론을 한 박창신 원로신부를 1일에 소환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은 외부 기관으로부터 박 신부의 발언이 북한을 이롭게 할 목적이 있어 이적성이 있다는 감정 결과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석종 전북경찰청창은 이례적으로 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법 절차대로 박창신 신부를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보수세력이 박 신부 강론 의도적으로 왜곡”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박창신 신부의 소환 방침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제단과 단체들은 1일 오전 전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미사의 강론은 누가 들어도 하느님의 말씀인 복음을 세상에 선포하는 것인데, 정부와 보수언론 및 관변단체들은 강론의 일부분의 내용을 종북 좌파라는 색깔론으로 해석했다”면서 “박 신부의 강론을 국가보안법 혐의로 수사하려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는 독재 권력의 악행이며, 박 신부의 진심을 왜곡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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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 작년 11월에 열린 시국미사에서 강론을 한 박창신 신부에 대해 경찰이 출석을 요구하자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전북경찰청 앞에서 열렸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이번 소환이 천주교 미사 중 진행되는 강론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종교탄압이라는 점도 분명하게 밝혔다. 사제단 한 사제는 “미사 중 강론은 교황과 주교도 개입하지 않는 사제 고유의 권한”이라면서 “정부가 미사 중 강론을 두고 수사를 하는 것은 천주교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명백한 종교탄압”이라고 말했다.


또한 단체들은 시국미사가 있은 지 9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박 신부를 소환 조사하겠다는 것은 다분히 의도가 있다는 점도 주장했다. 단체들은 “대통령 퇴진을 담아 시국선언을 발표한 전교조 교사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진실과 정의를 요구하는 사람들을 탄압하는 것은 공안정국을 만들겠다는 의도”라면서 “박 신부에 대한 출석 요구는 세월호 정국에서 다시금 한국사회의 고질병인 종북 논쟁을 일으켜 국민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불순한 음모”라고 주장했다.


송년홍 천주교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  대표신부는 “이 사안을 교황님이 있을 때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묵혀뒀다가 교황님이 가시고 보름도 안되어 조사하겠다는 것은 분명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전했다.


박창신 신부는 이번 사안에 대한 모든 일을 사제단에 위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제단은 “박창신 신부의 강론 내용과 발언은 모두 인터넷 상에 공개가 되어 있으며 경찰도 알고 있는 내용이다”면서 “박 신부는 더 할 말도 없고 조사받을 것도 없다”며 경찰의 소환 조사를 거부할 방침이다. 


한편, 박창신 신부의 강론에 대해 보수단체들은 올 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모두 4건의 고발과 4건의 진정이 접수됐다. 보수단체들은 1일 오전 전북경찰청에서 박창신 신부가 소환 조사에 응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종북으로 노동자, 농민들의 요구 탄압하지 말라”는 강론이 국가보안법 위반?


경찰과 보수단체들이 문제를 삼고 있는 박창신 신부의 강론은 지난해 11월 22일 군산 수송동 성당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 중에 25분간 진행됐다. 이날 시국미사는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이 드러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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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22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군산시 수송동 성당에서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를 열었다.


박 신부는 강론을 통해 “부당한 권력과 잘못된 재물인 세상의 죄는 많은 사람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인권을 침해하며, 희망 없는 세상, 억압과 착취가 난무한 어지러운 세상으로 만들어간다”면서 “그러나 지금 예수님을 믿는 신앙인들은 세상의 죄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죽은 다음에 천당만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들의 신앙”이라면서 현실을 외면하는 종교에 대해 비판했다.


또한, 박창신 신부는 강론에서 노동자, 농민, 서민을 비롯해 이들의 위하는 정당과 세력을 종북으로 몰아 억압하는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의 태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박 신부는 “우리는 참 잘 사는 세상에 산다고 그런다. 그런데 누가 노동자가 되려고 하는가? 농민의 아들들이 장가를 갈 수 있나?”고 말하며 “노동자, 농민, 서민은 이 나라의 산업화 과정에서 엄청난 희생을 감수한 이들이다. 그런데 이들을 위하자고 하면 종북주의자라면서 비난한다. 이들이 우리의 적인가”라면서 정권의 종북몰이가 가난한 서민들을 누르는 것에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된 ‘연평도 포격’과 관련된 발언은 NLL 문제를 언급하면서 남북이 대화와 교류·화해를 통해 평화통일로 가는 방향을 모색해야 하며 정부의 대북 적대 정책을 비판하면서 나왔다. 박 신부는 정부의 대북 적대 정책도 결국 종북문제로 이용되어 노동자·농민·서민을 탄압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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