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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공부 못 한다고 혼내지 말고, 우리 아이들이 납에 노출되지 않았는지 살펴보고 발암물질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5월 10일 저녁, 군산시 회현면 대정리에 있는 회현초등학교 어린이 도서관에 20여 명의 학부모가 한 강사의 열띤 강연을 귀담아 듣고 있다. 군산교육희망네트워크와 회현초등학교가 주최한 ‘발암물질 없는 회현초등학교 만들기 학부모 설명회’ 현장.

 

▲5월 10일 군산 회현초에서 열린 '발암물질(PVC) 없는 학교 만들기' 학부모 설명회 현장.

 

회현초와 군산교육희망네트워크는 올해 ‘발암물질(PVC) 없는 학교 만들기’를 선언하고 2월부터 어린이들에게 가장 유해한 플라스틱인 PVC 없는 환경 조성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날은 3월 22일 회현초 아이들이 가져온 학용품에서 PVC 플라스틱 검사를 한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PVC 플라스틱은 부드러운 소재로 인조가죽 필통, 가방, 실내화, 지우개, 바닥장판, 벽지, 호스 등 우리 주변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학교라고 예외로 볼 수 없다. 이 PVC를 부드럽게 해주기 위해 첨가된 환경호르몬 ‘프탈레이트’는 제품으로부터 공기 중에 서서히 방출되어 먼지와 만나 인체에 흡수되고 몸 안에 쌓이면 불임을 일으키기도 한다. 최근 미국공중보건학회는 이 프탈레이트가 천식과 생식독성, 간과 신장 기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환경 질환에 취약한 어린이들에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3월 22일 회현초에서 열린 PVC 플라스틱 검사 현장.(사진 제공 - 회현초)

 

그리고 프탈레이트는 환경호르몬에 의한 피해가 심각해 유럽연합(EU)는 1999년부터 유아용 장난감과 유아용품에서 사용을 제한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그 함량은 0.1%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어린이 용품에 사용이 금지된 물질이지만 아직도 많은 어린이 용품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가 모르고 사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PVC와 함께 납과 카드뮴이 첨가된 각종 소재들은 소아암, 성조숙증, 과잉행동과 같은 문제들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납은 학습능력을 떨어트리는 원인으로 알려져, 아이큐 점수로 따지면 5~6점 정도 낮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월 22일 검사에서 아이들이 가져온 학용품. (사진 제공 - 회현초)

 

“아이들이 많이 쓰는 지우개와 필통에 발암물질이 많이 들어있다는 거 아셨나요?”
“아이용품 재질 표시 의무 조항 없어 꼼꼼히 따져봐야”

 

3월 22일 학생들이 가져온 학용품의 PVC 플라스틱 검사는 PVC의 유·무와 함께 납, 카트뮴의 함유량을 파악한다. 이 검사는 서울의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맡아 진행했다. 3월 22일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약 50여 명의 아이들이 가져온 88개의 학용품에 대해 간단한 검사와 함께 PVC 플라스틱의 위험성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10일 열린 설명회는 3월 22일 검사에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10일,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최인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분석팀장은 “3월 22일 검사한 학용품 88개 중에 26개(29%)의 학용품이 아이들에게 유해한 것으로 분석한 결과 나왔다”면서 “특히 음악과 체육교구가 상대적으로 아이들에게 유해하게 분석되었다”고 말했다.

 

이날 확인된 유해물품 중에는 줄넘기, 배드민턴 케이스, 실로폰, 필통, 지우개, 손난로 등 아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물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최 팀장은 “아이들은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알록달록한 무늬와 광택이 있는 가방, 필통 등을 좋아하는데, 이 무늬들에는 우리에게 위험한 중금속이 함유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22일, PVC 플라스틱 검사를 한 결과. 실로폰과 소고에는 납의 함유량이 굉장히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실로폰의 경우, PVC는 검출되지 않았지만 납의 함유량이 무려 60,200ppm으로 확인돼 주위를 놀라게 했다. 실로폰의 다양한 색을 만드는 데 납이 많이 사용된다고 최 팀장은 설명했다. 이 밖에 소고는 카드뮴이 42ppm, 납이 14,600ppm이 검출되었다. 실포폰과 마찬가지로 태극 문양의 노란색에서 검출됐다. 유럽의 안전 기준은 납이 40ppm, 카드뮴이 40ppm 이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이날 검사한 실로폰과 소고의 중금속 함유랑은 치명적이라고 볼 수 있다.

 

말랑말랑한 지우개의 경우, 아이들이 자주 만지기도 하지만 입에 넣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PVC가 검출됐다. 최 팀장은 “지우개는 연구소에서 자세히 검사를 하면 프탈레이트가 검출된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시중에 말랑말랑한 지우개는 되도록 사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추운 겨울 많이 쓰는 손난로에서는 PVC와 함께 납이 234ppm이 검출됐다. 손난로도 PVC와 함께 프탈레이트가 함유되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최 팀장은 전했다. 이처럼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중금속과 PVC 플라스틱이 아이들이 쓰는 학용품에 많이 노출되었다는 것은 학부모들에게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이날 설명을 들은 회현초 3학년 학부모 함지영(여, 29) 씨는 “평소에는 아이들이 쓰는 학용품에 이런 발암물질이 있다는 것을 전혀 신경 쓰지 못했다”며 “갓난아이를 키우는 데, 아이 젖병도 다시 살펴봐야겠다. 항상 무엇을 고를 때 가격만 신경 썼지 이렇게 재질을 비롯해 꼼꼼히 살펴봐야한다는 생각을 못했다”고 발암물질에 많은 관심을 갖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 이처럼 발암물질에 노출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제품들을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최 팀장은 “보다 안전한 제품을 고르기 위해서는 재질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어린이 용품과 문구는 재질표시가 없는 것이 현실. 아직 한국은 어린이 장신구에는 법적 기준인 안전품질표시사항에 ‘재질’이 포함되어 있지만, 어린이 장난감 등은 재질표시를 의무사항으로 두지 않았다.

 

그래서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국민행동(준)’은 ‘초등학교 다니는 우리 아이!! 튼튼하고 건강하게 생활하기 위한 3대 수칙’을 정하고 홍보에 나서고 있다. 3대 원칙은 학교 안의 유해물질에 대한 관심을 가질 것과 학교 주변의 위험한 제품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할 것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발암물질 없는 군산 회현초 만들기 이제 시작

 

한편, 이날 학부모 설명회에 앞서 노동환경건강네트워크는 회현초등학교 내 시설과 물품들에 대한 검사도 진행했다. 이날 진행한 검사 결과는 오는 6월에 학부모 설명회와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PVC 플라스틱 검사를 통해 3가지 평가를 한다.

 

김신범 노동환경네트워크 소장은 “기존 교실의 책상의 경우 PVC가 발견됐지만, 회현초가 새로 꾸민 교실에서는 의자와 책상 모두에서 PVC 재질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아이들을 위해 좋은 것을 구입하려 한 학교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여기서부터 발암물질 없는 학교 만들기는 시작”이라고 말하며 회현초의 노력에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한국사회는 아직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중금속 등에 대해 위험하다는 인식이 적어 상품 시장이 엉망이다”며 “그러나 우리들의 눈이 두려우면 분명 상품 시장도 변화가 올 것이다”며 앞으로도 발암물질에 대한 관심과 함께 주변 환경을 바꾸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회현초는 앞으로도 ‘발암물질(PVC) 없는 학교 만들기’ 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학교와 아이들이 쓰는 물품과 학교 환경에 대한 검사와 함께 PVC를 비롯한 발암물질에 대한 제대로 정보를 학부모와 교사 모두가 제대로 알기 위해 준비된 것이다.

 

이와 발맞춰 회현초는 PVC가 없는 교실과 주변 환경 조성에 박차를 가할 예정. 이를 위해 학교의 PVC가 함유된 물품 중 대체 가능한 것에 대해 확인하고 감소방안을 제시하는 간담회를 기획하고 이 결과를 홈페이지 등에 올려 자료를 나눌 계획도 가지고 있다. 현재 1학년 교실의 책상과 의자는 PVC가 없는 것으로 갖췄다.

 

회현초 박길보 학교장은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있어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관심을 가졌다”면서 “발암물질 없는 교실을 하나하나 만들고 있으며 이제 구매를 하더라도 발암 물질 없는 것을 우선순위로 둬서 교실부터 변화를 만들어 갈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계획을 통해 오는 2016년까지 발암물질 없는 교실을 완성해 갈 것”이라며 “발암물질 없는 학교 만들기가 다른 학교까지 전파될 수 있도록 여러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우리아이!! 튼튼하고 건강하게 생활하기 위한 3대 수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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