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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밀양 송전탑 문제는 바로 우리 문제입니다

강문식(전북노동연대)( 1) 2013.05.22 15:00

밀양 시골 마을에 송전탑을 짓기 위해 한국전력의 건설장비가 들이닥치고 있다. 오늘로 사흘 째, 80이 넘은 어르신들이 목줄을 매달아놓은 채 송전탑 건설을 막겠다며 포크레인 앞에 스러지고 있다. 1년 전에는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인 주민의 죽음도 있었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공사 중단을 외치는데도 한국전력 자본과 공권력은 꿈쩍도 않는다.

 

▲출처 : 울산저널

 

밀양 송전탑의 배후는 고리 핵발전소

이렇게 사람의 목숨을 짓밟으면서까지 송전탑을 지어야한다면 그래도 뭔가 그럴듯한 이유가 있겠잖은가? 찾아보니 한전이 송전탑 건설이 당장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올해 9월 완공 예정인 신고리 발전소 3호기 때문이다. 새로운 발전소가 지어지니 그 전기를 수송할 송전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 전기가 제대로 수송되지 않으면 전력수급에 차질을 빚게 된다는 이야기도 반드시 곁들인다.

 

경상남도는 이미 전력자급률이 190%에 달하니, 신고리 원전 3호기에서 생산된 전기는 경상남도에서 소비되지 않는다. 본래 신고리-북경남-수도권을 잇는 765kV 송전탑이 건설 계획이 있었지만 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북경남-수도권 송전탑 건설 계획이 폐기되어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북경남으로 전송된다. 이 전기는 영남권, 특히 대구 일대에 전기를 공급하게 될 것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핵발전소를 한반도 남쪽 끝자락에 지었고 그곳에서 생산된 전기를 대도시가 이용해야 한다. 그래서 대규모 송전탑이 필요하고 현재 계획대로라면 밀양 송전탑을 지나는 전기는 수도권까지 가지는 않겠지만 대구를 중심으로 소비될 것이다.

 

님비? 보상? 우리가 바라는 건 정의와 민주주의!

한전은 송전탑 반대 투쟁을 님비, 떼쓰기 쯤으로 치부해버리지만 실상 여기에는 에너지의 생산과 사용을 둘러싼 온갖 불평등이 녹아있다.


한반도 전체 생산전력의 40% 가량(14만 GWh)이 수도권에서 소비된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필요한 전력의 40%(5만 8천 GWh)에 불과하다. 서울만 놓고 보자면 전력자립률은 고작 3.7%(모두 2007년 기준)다. 부족분은 당진화력발전소와 울진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공급받는데 이를 위해 당진, 울진에서 수도권까지 765kV 고압 송전탑이 건설되었다. 대도시에서 사용할 전기를 위해 그 전기의 생산․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도시 바깥에 사는 사람들(그 전기를 사용하지도 않는)이 떠안는다. 이런 상황은 현재 전력 생산과 수송이 매우 비민주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 도시 사람들의 과다한 전력소비가 밀양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걸까?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나라가 연간 1인당 5천-7천 KWh의 전력을 사용하는데 한국은 1인당 8479 KWh를 소비했다.(2009년 기준) 이명박 정권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에너지 절약을 호소하며 공공기관 냉난방 온도, 에스컬레이터 운행시간을 제한했다. 한여름, 겨울에는 예비전력이 바닥이 났다며 전력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보도가 수시로 이어진다. 전기요금이 낮아서 전기를 낭비하는 것이라며 전기 요금 인상 바람을 솔솔 분다.


이런 호들갑은 그럴 듯해 보이기도 하지만 여기에도 누가 전기를 사용하는지는 빠져있다. 한전이 발표하는 전력사용량을 보면 가정용(주택용) 비율은 20% 남짓하고 나머지 70%는 공업․상업용으로 쓰인다. 실제 같은 통계에서 가정용 전기의 1인당 사용 전력은 연간 1088KWh에 불과했다. 밀양의 송전탑을 지나게 될 전기 중 반절 이상은 기업의 생산에 쓰이고 이 생산에서 발생한 이윤은 고스란히 기업주에게 돌아간다는 뜻이다.

 

이쯤 되면 자본주의의 흔한 풍경이 겹쳐진다. 누구는 뼈가 삭도록 일하고 누구는 그 노동의 결과물을 독점하면서 호의호식한다.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 민중에게 고통을 떠안기는 자본주의의 논리가 밀양 송전탑 건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에너지 생산과 사용은 그 과정 자체가 정치적이며, 소수이익-다수피해전가 원칙에 가장 합당한 에너지가 바로 핵에너지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핵발전의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웠지만 여전히 핵발전은 확장되는 중이다. 그 위험성은 이 사회 다수인 노동자․민중에게나 해당하는 말이지, 핵발전으로 만들어진 전기를 사용해 이윤을 남기는 그들에게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막말로 핵발전소가 터진다면 과연 박근혜와 이건희가 죽고 다칠까? 정말 그 전기가 꼭 필요하다면 이 사회에서 전기로 가장 큰 수혜를 입는 대기업 총수 집 옆에 송전탑과 발전소를 지을 일이다. 이 편이 훨씬 합리적이고 민주적이지 않은가?

 

소수의 이익 때문에 다수가 고통 받는 사회는 불의하고 비민주적인 사회다. 밀양 송전탑 저지 투쟁에 연대하는 것은 주민의 생존권을 지키는 것이면서, 핵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과 에너지 생산과 사용에 투영되어 있는 자본의 논리에 맞서는 것이다. 80 넘은 어르신들이 목숨 내놓고 맞서는 현장 이야기는 너무 눈물 겹고 마음을 무겁게 한다. 한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우리는 정의가 승리할 것으로 믿고 죽을 각오로 싸울 겁니다." 이 야만에 맞서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달려가자!

 

765kV 송전탑 건설 중단을 위한 긴급탈핵버스

일시 : 2013년 5월 24일 ~ 25일
전주 출발 : 5월 24일 18:00 전주 종합경기장
숙박 : 밀양 곳곳의 마을회관
문의 : 010-5894-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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