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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방 시내버스 보조금 27억 추가 지원, 무엇이 문제인가?

적자가 크면 클수록 회사가 웃을 수밖에 없는 구조 <br/> 부실한 심의, 혈세 낭비 지적 받을 수밖에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3.07.19 15:42 추천:1

18일 ‘전주시내버스 재정지원 심의위원회’가 두 번째 회의를 열고, 기존의 보조금에서 27억을 추가로 시내버스 5개 회사에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결정은 전주시의회 예·결산심의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최종 판단될 전망이다.

 

▲6월 3일, 민주노총 버스노조와 시민사회단체는 전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버스보조금 증액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

 

참소리는 18일 열린 심의위 안건을 입수하고 살펴본 결과 몇 가지 의문점을 짚어본다.

 

전주시내버스 재정지원 심의위원회는 올 초 전주시의회가 ‘전주시 시내버스운송사업 재정지원 조례’를 만들면서 처음 구성·운영되는 위원회다. 전주시 부시장을 위원장으로 완산·덕진경찰서 교통담당 경찰, 전주시의회 추천 시의원, 공인회계사, 언론인, 변호사, 시민단체 등 직능대표 총 13명으로 구성됐다. 

 

당초 심의위는 적자 노선의 재정지원, 무료 환승과 전주·완주 요금단일화에 따른 손실 지원, 대폐차 지원 등 전주시내버스 업체에 지급되는 보조금의 규모와 방법 등을 논의한다. 그러나 18일 열린 심의위에서는 적자 노선의 재정지원에 대해서만 논의를 하고 결정했다. 이날 결정된 26억은 적자 노선의 재정지원이다.

 

"보조금 인상 규모만 정하는 심의위? 첫 단추부터 잘못"

 

재정지원 심의위원회가 구성된 것은 2010년 12월 대규모 버스파업 이후 전주시내버스의 부실 운영 및 전주시의 지도·감독 부재 등의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래서 올 초 처음 시행되는 재정지원 심의위원회는 그동안 전주시의 보조금 지급에 대한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주시가 작성한 안건은 전주시내버스 보조금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보다는 적자노선 재정지원 규모를 결정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크게 3가지 재정지원 규모를 전주시는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 안들은 각각 2012년 말 용역을 통해 분석한 적자노선 손실액 42억의 50%, 65%, 80%(보조금 지급률)를 지원하는 것이다.

 

▲전주시가 작성한 재정지원 심의위 안건지.

 

심의의원들은 검토의견서에 1안, 2안, 3안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 중 가장 많은 것이 채택된다.

 

심의위원으로 참여한 오현숙 시의원은 “우선 보조금 지급 유무에 대해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전주시가 일방적으로 제시한 보조금 지급률들 중 어느 것으로 갈 것이냐는 것으로 논의가 진행됐다”면서 “지금의 심의위는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회계장부조차 제대로 정리되지 못하고 있는 등 경영 부실의 의혹들이 해결되지 않았고, 이에 대해 전주시의 대책도 마련되어 있지 않는 상황에서 보조금의 규모를 결정하는 것은 부실은 덮는 결과”라면서 “심의위가 그 부실에 눈 감아 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충분한 심의가 이루어졌나?

 

심의위에 제출된 안건을 살펴보면 심의위원들이 충분히 검토를 하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전주시가 별첨자료로 ‘시내버스 재정지원 타 지자체 세부항목 비교’(2012년)을 보면 전주시는 2012년 99억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차량운행대수 382대로 나누면 1대당 지원금액이 2,500만원으로 타 지자체에 비해 보조금 지원이 적다는 것이 전주시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 항목에는 전주·완주 단일화 요금 26억 등 전주시가 버스회사들에 지급하는 보조금의 일부가 빠져있었다.

 

전주시 관계자는 “이 항목은 전주시 정책에 의해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재정지원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타시·도 역시 이 항목은 빠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항목이라는 것은 각 시·도 예산서를 토대로 정한 것으로 전주시가 자의적으로 구분한 것이다. 전주·완주 단일화 요금이 재정지원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심의위원들의 몫으로 남겨둬야 했다.

 

▲전주시가 작성한 타 지자체와 재정지원 비교표(2012년). 천연가스 자동차보급 항목(검은선)이 있지만, 전주시는 적지 않았다. 또한 예산지원총액(파란선)으로 99억이라고 보고했지만, 전주완주 요금 단일화 지원금 등을 포함하면 120억이 넘는다.

 

또한 천연가스자동차 보급은 항목에 포함시켜 놓고 지원액을 적지 않았다. 천연가스 자동차 보급에 따른 전주시의 보조금은 16억이다. 이들 지원액을 포함하면 2012년 전주시가 시내버스회사들에 지급한 보조금은 120억을 넘는 규모이다.

 

“회사가 제출한 경영개선 계획안, 달랑 1페이지?”

 

재정지원 심의위가 보조금 총액의 규모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 적자노선 재정지원 규모를 지원하는 것으로 권한을 축소하더라도 약 60억 수준의 전주시 예산에 쓰임을 결정하게 된다.

 

특히 적자노선 재정지원이기에 회사들의 경영개선 및 운영계획에 대한 충분한 소명과 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나 5개 회사가 제출한 경영개선 및 운영계획을 살펴보면 부실하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수준이다.

 

참소리가 입수한 각 시내버스 회사들의 ‘전주시내버스 수입금 증대를 위한 대책안’은 각 회사가 동일하게 1페이지로 되어 있었다.

 

대책안에는 △서비스 향상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힘 이용도 향상 △시내버스 운용과 관련한 비용 절약 방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교통사고 최소화를 통한 회사의 지출 감소를 목표로 몇 가지 안이 제시됐을 뿐이다. 시민들의 세금이라고 할 수 있는 전주시 예산 중 약 60억의 쓰임을 결정하는 심의위원들이 검토하기에는 불성실한 자료라고 생각할 수 있다. 회사가 제출한 자료는 5월 27일 제출한 것으로 1달 이상의 시간동안 전주시는 더 구체적인 안을 회사에 요구하지도 않았다.     

 

▲전주 한 시내버스 회사가 제출한 개선안. 다른 시내버스 회사들도 비슷한 개선안을 1페이지 분량으로 제출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18일 심의위에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몇 가지 문제점들이 노출된 상황에서 재정지원 심의위가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그런데 재정지원 심의위는 19일 표결을 통해 26억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적자가 크면 클수록 회사가 웃을 수밖에 없는 구조”

 

“지금의 보조금 지급 방식은 적자가 크면 오히려 회사가 좋아할 수밖에 없다”(오현숙 시의원)

 

오현숙 시의원의 말처럼 심의위가 적자노선의 재정지원 규모만을 정하는 구조라면 회사는 적자가 클수록 더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료가 부실한 상황에서 회사에게 경영개선을 요구하고 강제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은 꿈도 꿀 수 없다.

 

현재 전주시는 2014년부터 인센티브제도(서비스 및 경영평가)를 도입하여 적자노선 재정지원액 중 운영이 부실한 회사에 대해 100% 지급이 아닌 차등지급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버스회사들의 경영개선을 강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주시 관계자는 “적자노선 재정지원에 대해 일부 단체와 노조는 사장 배불리는 것이라고 하는데, 적자가 나는 노선을 뛰기 때문에 적자가 발생하고 이 지원은 전국 지자체에서 다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시내버스는 사양사업이다. 적정한 보조금을 줘서 개선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논란이 되는 시내버스 보조금 사업에 대해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남상훈 민주노총 민주버스본부 전북지부장은 “우리가 제기하는 것은 그동안 전주시가 지급한 보조금이 투명하게 쓰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파업을 통해 버스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실태를 제기됐지만, 그 점은 수년째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전주시는 경영개선을 하라고 줬지만, 과연 버스경영 실태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해 제대로 살펴봤나? 이에 대해 우리는 전주시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현재와 같은 구조와 관행 속에서 보조금이 지급된다면, 계속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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