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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민주노총, 7월 버스 총파업 '배수의 진' 선언

민주노총, "6월 말까지 신성여객 사태 해결 없으면 파업 불가피"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4.06.23 21:54

부당하게 해고당한 전주시내버스 신성여객 버스기사 진기승 씨가 숨을 거둔 지 22일이 지났다. 민주노총 신성여객지회는 고인에 대한 명예회복과 사측의 사과, 피해배상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이에 대한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고인이 부당한 해고와 사측의 회유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자결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노조는 사측의 진정한 사과 없이는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6월 말까지 사측의 진정한 사과 없으면 지역 총파업 조직하겠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 전북본부가 신성여객이 고인에 대한 노조의 요구사항을 받지 않을 경우 7월 초 지역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주시내버스 문제가 6월 말까지 가시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4년 전 버스파업에 버금가는 투쟁을 벌이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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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북본부가 7월 초, 지역 총파업을 조직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총파업이 성사될 경우, 전주시내버스 노조가 대거 동참할 것으로 보여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1일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버스노동자들이 고 진기승 열사의 상여를 매고 행진하는 모습. 

지난 21일 전주 공설운동장과 전주 시내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때 윤종광 민주노총 전북본부장은 “신성여객 투쟁이 무너지면 전주지역 버스노동자들이 무너진다. 전주지역 버스노동자들이 무너지면 전체 노동자들의 삶이 무너진다”면서 “민주노총의 선택지는 이제 없다. 합법과 불법을 가리지 않고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면서 지역 총파업의 뜻도 함께 시사했다. 

윤종광 본부장은 “우리 곁을 떠나간 진기승 열사가 장례도 치루지 못하고 차가운 냉동고에 22일 가까이 안치되어 있다”면서 “사람의 생명보다 더 중한 것은 없다. 살인적인 노동탄압과 농락에 대한 사측의 진정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어떤 투쟁도 중단 없이 진행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관계자도 “7월 2일 민주노총 전북본부 임시대의원대회가 개최되고 이 자리에서 지역총파업 결의에 대한 대의원들의 입장을 들을 계획”이라면서 “민주노총 전북본부가 지역 총파업의 뜻이 강한만큼 대의원들도 이 뜻을 존중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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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주시내버스 5개사가 7월 초 공동 파업을 시사하고 있다. 신성여객 고 진기승 노동자에 대한 사측의 진정한 사과가 없다면 노조는 파업 등 강력 투쟁을 하겠다는 뜻을 밝혀, 2010년 12월 8일 1차 파업에 버금가는 투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21일 전국노동자대회 행진 대오가 경찰에 막혀 전주시내에서 연좌 투쟁을 하고 있는 모습. 

"4년 전 버스파업 재현, 7월이면 가능하다"

또한 공공운수노조 전북지역 버스지부의 제일여객과 전일여객 2개지회도 지난 주 노동부 전주지청에 단체교섭 관련하여 조정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정신청이 들어가면서 오는 7월 3일까지 노·사가 교섭에 진전이 없다면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하여 7월 4일부터 합법 파업을 벌일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전북지역 버스지부 정태영 사무국장은 “2개 회사는 교섭에 있어서 사측의 안을 노조에 내놓지 않고 있다. 노동부가 주관하는 3차례 교섭(조정)에서도 불성실하게 나온다면 노조는 4일 이후 투쟁에 있어서 파업을 포함한 투쟁을 기획할 수밖에 없다”면서 쟁의권을 확보하는 대로 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투쟁의 뜻을 밝혔다. 

이처럼 민주노총 전북지역 노동자들의 파업이 가시화되면서 지역사회에서 전주시내버스 문제 해결을 위한 김승수 전주시장 당선자의 노력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3일 오후에는 전북시민사회단체들이 전주시내버스 문제 해결과 신성여객 면허권 박탈을 요구하는 1만인 선언을 풍남문 광장에서 열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관계자들은 전주 남부시장에 위치한 김승수 전주시장 당선자 인수위원회를 방문하여 김승수 당선자의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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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전주시내버스에서 벌어지는 노동탄압이 노사만으로 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밝히며 전주시 등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7월 1일 취임하는 김승수 전주시장 당선자가 행정권한을 사용하여 신성여객의 면허권 환수 등의 강령한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 당선자에게 적극적인 노력을 요구하는 것은 전주시내버스 5개사에 지급되는 보조금을 전주시가 지급하기 때문이다. 그 규모는 약 180억 원으로 전주시내버스 5개사의 경영구조 상 이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노조는 대중교통의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전주시가 노·사 파행의 책임을 사측에 강하게 물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인수위 면담 자리에서 이창석 민주노총 전북본부 사무처장은 “전주시내버스 노동자 980명 중 민주노총 조합원이 약 530명이다. 열사 투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투쟁의 폭발력은 상당하다”면서 “(김승수 당선자가 송하진 전 전주시장과 같이 행정권한을 사용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이 문제에 개입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현재까지 민주노총은 주말 전국 규모의 집회와 전주 신성여객 승무거부 투쟁, 저녁 5시에 열리는 전주시내 행진 투쟁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6월 말과 7월 초까지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다면 더 큰 규모의 투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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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전주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행진 행렬. 민주노총은 7월 파업 등 강력한 투쟁을 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관계자는 “경찰도 그렇고, 전주시도 그렇고, 노조와는 대화조차 기피하는 사측에 대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노조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면서 “이는 사측의 부당해고와 교섭해태 등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상황의 해결을 노조의 힘으로만 풀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노조의 힘으로 푼다는 것이 파업 말고 뭐가 있겠나? 전주시와 경찰, 노동부가 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노동탄압을 중단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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