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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노동자의 자결 시도, 자본과 전쟁이다"

[현장 발언과 풍경] 진기승 동지 쾌유 기원 총력결의대회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4.05.10 21:24

때 아닌 더위였다. 영상 29도까지 올랐던 전주시의 시청 광장에서 따가운 햇볕을 맞아가며 더위를 참아가며 노동자 약 1000명이 모였다. 

10일 오후 2시, 전주시청 광장에서 ‘진기승 동지 쾌유기원, 노동탄압 분쇄 총력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번 결의대회는 공공운수노조·연맹이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함께 주관했다. 그래서 전국의 공공운수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전주시를 찾았다. 멀리 제주시에서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깃발을 들고 찾았고, 강원도와 부산에서도 이날 결의대회를 위해 전주시를 찾았다. 

그렇게 모인 노동자들은 총력결의대회, 행진, 전주상공회의소 마무리 집회까지 약 3시간 가까운 집회 일정에 빠지지 않고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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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에는 버스 기사가 대우 받는 곳에서 태어나겠습니다’면서 자신에 대한 회사의 해고가 부당하다는 승소 판결을 받기 10시간 전, 노동절을 불과 30분 남겨두고 자결을 시도한 신성여객 해고자 진기승 노동자. 그가 죽음을 결심하게 만든 노동탄압에 대한 전국의 분노는 이날 발언자들의 발언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노동자를 능멸한 사업주, 용서 할 수 없다”

저마다 눈물과 분노를 억누르며 강도 높은 내용의 발언을 쏟아냈고, 뜨거운 햇볕 아래 노동자들은 그 발언 하나하나를 귀담아 들었다. 여느 집회와는 다른 풍경이었다. 

“노동자입니다. 일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 일을 통해 사람답게 살고자하는 노동자입니다. 그 노동자를 일터에서 쫓아냈습니다. 생존권을 박탈했습니다. 그리고 능멸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일자리 줄게. 저렇게 하면 일자리 줄게. 진기승 동지, 민주노조 가슴에 새기고 늘 자랑스러워하던 그 조합원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정말 많은 고민을 동지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결국 사측은 한 사람을 능멸했습니다. 그리고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그런데 그 회사 회장은 오히려 내가 죽으라고 했냐고 그 잘난 입으로 말했다고 합니다.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분노를 분노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진기승 동지 살려내고, 최소한 전주시 바닥에서 악덕사업주 발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치권이 그들과 결탁해서 노동을 탄압하는 그런 몰염치한 행동 못하게 우리 투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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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이상무 위원장은 진기승 노동자의 선택이 사측의 노동탄압과 이를 비호한 전주시 등 행정관청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에 윤종광 민주노총 전북본부장은 검찰과 경찰의 인지 수사를 촉구했다. 

“검찰과 경찰, 노동부는 한 귀중한 생명이 목숨을 잃게 만든 이 상황에 대해 현장 조사와 인지 수사를 해야 한다. 이러한 요구사항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오늘 집회는 시작에 불과하다”

또한 윤 본부장은 “아직 그 어떤 이도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해결하기 위해 어느 놈도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 “전주시는 신성여객의 사업권을 박탈하고 전주 시민과 도민 혈세가 제대로 쓰여질 수 있도록 감시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전주시 등 행정 관청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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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탄압 신성여객, 면허권을 박탈하라”

진기승 조합원을 해고한 신성여객은 2년 연속 자본잠식을 기록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 위기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 노조와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업장이다. 그래서 신성여객 면허권 박탈 등 조치를 전주시가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주시는 경영이 부실한 시내버스 회사들의 면허권 박탈보다는 보조금 증액을 하는 것을 대안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박상길 민주버스협의회 의장은 전주시를 강하게 질타했다. 박 의장은 “임금체불에 심지어 가스충전비까지 빚으로 밀려 있는 이 깡통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주. 전주시청과 전북도청의 각종 보조금이 없으면 당장 문 닫을 회사들이다”면서 “송하진 전 전주시장이 각 시내버스 업체에게 지원하고 있는 보조금을 중단했다면 우리 버스 문제는 깨끗이 해결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의장은 “그러나 전주시는 2010년 12월 8일 전북의 버스노동자들이 총파업을 결의했을 때, 가장 먼저 불법파업이라고 했다”면서 “그러나 그 파업이 불법이 아니었다는 것일 밝혀졌을 때, 송하진 전 시장과 전주시는 사과와 책임을 지지 않았다”면서 과거 버스파업 초기부터 전주시의 대응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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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결의대회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전주 시내를 지나 전주상공회의소 건물 앞까지 약 1.2km를 행진했다. 전주상공회의소는 전주시 대표적인 버스사업주 김택수씨가 회장으로 있는 곳이다. 김택수씨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호남고속은 2400원과 800원을 미납한 노동자들을 ‘착복’했다며 해고한 사업장이다. 민주노총과는 적대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노동자와 민중을 죽이는 자본의 활극 이제 우리가 멈추게 만들자”

참가자들이 전주상공회의소에 도착하면서 전경 등 경찰 병력이 상공회의소 건물 앞에 배치되었다. 그러자 참가자들은 “노동탄압 분쇄하고 인간답게 살아보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전주상공회의소 앞에서 버스사업주들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오형수 공공운수노조 전북본부장은 “이 부정한 정권은 자본과 하나 되어 세월호를 만들었고, 바로 우리 앞에 있는 건물에는 우리 지역의 토호세력들이 있다”면서 “지방정부는 이 세력들과 야합하여 우리 진기승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갔다. 이제 멈춰야 한다. 자본의 활극을 이제 멈춰야 한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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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 본부장의 발언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계란을 상공회의소 건물에 던지며 분노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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