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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방송사의 병영체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전북도교육청이 학부모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병영캠프를 추진하고 있어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7공수특전여단, 과거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압 부대로 알려져
“고생을 통해 가족 간 유대관계 회복 기대”

 

전북도교육청은 최근 8월 중 3박 4일 일정으로 익산의 7공수특전여단이 진행하는 병영캠프에 학부모·자녀 80여 명을 선발, 참가비 전액을 지원하여 보내겠다며 수요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북도교육청 교육혁신과 관계자는 “병영캠프는 본인이 스스로 선택하여 고생을 하러가는 것”이라면서 “고생 등을 통해 가족 간 유대관계 등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병영캠프를 준비한 이유를 설명했다. 전북도교육청이 병영캠프에 학부모·자녀를 보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

 

이어 관계자는 “본인도 방송사 병영체험 프로그램을 보고 아이와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현재 80명 중 60여 명의 학부모·자녀가 희망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번에 병영캠프를 실시하는 7공수특전여단은 최근 ‘광주사태’, ‘북한군 침투’ 등 역사왜곡으로 곤욕을 치루고 있는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작전에 투입됐던 부대로 알려져 있다.

 

교육혁신과 관계자는 “사설기관의 경우, 가격이 비싸고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면서 “인근의 35사단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병영캠프만 하고 있었으며, 7공수특전여단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방중에 실시하고 있어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8월 예정된 병영캠프는 ‘특공무술 시범, 장비견학, 레펠(하강훈련) 등 공수지상 훈련, 야간행군, 낙하산 끌기, 화생방, 나라사랑 프로그램(태극기 그리기, 애국가 4절 쓰기 등), 은거 훈련’ 등 다양한 군사훈련 및 병영체험을 준비했다.

 

아동·청소년 병영캠프, 국제아동인권기준에도 위배 소지 있어

 

전북도교육청이 이번 캠프를 준비하면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군사훈련이 인권과 교육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크게 고려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진다.

 

교육혁신과 관계자는 “다른 학부모 교육도 여러 가지 있지만, TV를 보면서 하면 좋겠다는 순수한 의미로 준비하는 것”이라면서 “부대를 방문하여 지난 캠프 등을 살펴봤는데, 군대식 문화 및 상명하달 등에 대한 문제점을 느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병영캠프는 최근 4~5년 간 국방부의 주도적인 추진으로 점점 늘고 있는 상황이다. 국방부가 2012년 밝힌 바에 따르면 2011년 상반기에만 육군의 청소년 안보교육 지원이 총 749회로 전년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더욱이 작년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캠프 등에서 사격훈련도 실시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된 바 있다.

 

89년 한국 정부가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 중 29조 아동교육의 목표에는 “아동이 인종·민족·종교 및 원주민 등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이해, 평화, 관용, 성 평등 및 우정의 정신에 입각해 자유사회에서 책임 있는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준비”라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이 협약에 비준한 국가는 아동이 전쟁 등 적대행위에 직접 참여하지 않도록 보장하고, 아동의 징집을 삼가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비춰볼 때,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병영캠프 및 안보교육이 국제인권기준에 반하여 아동의 인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크다는 지적은 오랫동안 제기됐다.

 

참여연대는 작년 5월 3일 성명을 발표하고 “국제규범은 과거 전쟁과 군사독재에 아동을 동원했던 역사적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형성된 것”이라면서 “어린이날 등에 살상무기를 동원하는 군사교육은 민간부문에 대한 군의 지나친 개입이며, 교육과 같은 비군사적 영역에 군이 개입하는 크게 잘못된 선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TV프로그램의 인기 등에 편승한 병영체험 프로그램은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채민 활동가는 “유사 군사훈련이 교육과 체험으로 청소년에게 시행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지에 대해 공론화가 필요하다”면서 “예를 들어 ‘군기를 잡는다’는 흔한 표현은 복종을 강요하는 것이다. 결국 병영캠프에서 배움은 이런 복종을 배우는 것인데 과연 타당하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과거 ‘징벌’로 활용된 군사훈련, 지금은 ‘학교폭력 예방’?

 

전북도교육청이 학부모·자녀를 보내려고 하는 병영캠프는 이미 전북지역에서 과거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2008년 전주의 한 고등학교가 두발단속, 등의 학칙을 위반한 학생 90여명을 선정하여 강제로 해병대캠프에 입소시키려다 문제가 돼 취소했다.

 

당시 학교는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말을 잘 안 들어 힘이 든다”며 해병대캠프가 징벌성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과거 징벌로 활용된 병영캠프, 큰 차이가 없어보이는 도교육청 병영캠프에서는 '학교폭력 예방'의 목적도 담았다. 참소리가 입수한 수요조사 기획안을 살펴보면 목적으로 △가족공동체 인식 함양 △협동 능력 향상 및 포기하지 않은 무한 가능 정신 함양 △‘나’ 아닌 ‘우리’라는 공동체의식 배양 △애국심 고취 및 학교폭력 예방 △밥상머리교육의 장 등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군대식 상명하달, 복종 등 군대에서 강조하는 문화는 한국사회에서 개선해야 할 조직문화들과 닮아 있다. 또한 군대에서 ‘고생’을 통해서 배우는 ‘협동’은 사실 살상이 벌어지는 참혹한 전쟁에서 승리와 생존을 위한 것. 과연 이런 ‘협동’이 전북도교육청이 강조하는 ‘소통’과 ‘협력’의 공동체 실현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

 

그리고 병영캠프에서의 ‘고생’은 과거 전주 모 고등학교처럼 징벌적인 훈육으로 이용된 전례가 있다. 이는 전북도교육청이 ‘이중 처벌 반대’와 ‘경쟁교육 금지’, ‘가해 및 피해 학생에 대한 적극적인 치유책 마련’ 등의 학교폭력 대책의 그림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전교조 전북지부 오동선 정책실장은 “학교에서 캠프를 가도 조교 등에 강압적으로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마당에 교육청에서 병영캠프 등을 주선하는 것은 김승환 교육감의 철학과 맞지 않다”면서 “교육은 평화교육을 해야지 군부대를 통한 전쟁교육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철회돼야 한다. 그리고 7공수특전여단은 과거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진압부대였는데, 호남권의 교육청이 이 부대와 하는 것을 도민들이 용납할 수 있겠나?”라며 앞으로 대응을 예고했다.

 

한편, 작년에는 임실의 모 초등학교에서 인근 부대와 함께 무기 전시 및 모의 사격 훈련을 벌여 전교조를 비롯한 지역시민사회단체가 거세게 반발하여 임실 관내로 확대하려던 행사가 취소된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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