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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신성여객 한명자 대표, 보조금 유용으로 불구속 입건

시민사회진영은 보조금 횡령 의혹도 제기

편집팀( icomn@icomn.net) 2014.09.05 10:44

9월 3일, 신성여객 한명자 회장이 초저상버스 구입을 목적으로 지급받은 보조금을 다른 목적으로 이용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전주 덕진경찰서에 따르면 신성여객은 올해 6대의 초저상버스를 구입을 위해 지급받은 6억 300만 원을 포함해 지난 4년 간 버스 14대를 구입하면서 13억 9천만 원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성여객은 감사를 피하기 위해 자동차 제조사에 대금을 지불한 것처럼 하고서 돈을 다시 되돌려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을 기준으로 전주 5개 시내버스 회사가 초저상버스 구입을 위해 지자체와 환경부로부터 보조받는 금액은 대당 1억 2,600만원에 달한다. 전주시가 지급하는 초저상버스 보조금과 대폐차 지원금이 각각 98,206,000, 10,000,000원이고, 환경부로 부터 지급받는 보조금은 18,500,000원이다.


현재 경찰이 적용하고 있는 혐의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같은 법 22조와 41조는 보조금을 유용했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예견되었던 문제

횡령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높아


이미 수년 째 전주시내버스 보조금을 둘러싼 논란이 있어왔던만큼, 이번 일을 바라보는 시민들 대다수는 "터질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시민사회진영에서 현재의 보조금 지급 방식으로는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해왔던 내용도 우려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사실이었음이 현실로 드러났다.


현재 전주시내버스 업체에 지급되는 보조금 중에는 저상버스보조금과 같이 목적이 분명한 보조금도 있지만 적자노선, 무료환승, 벽지노선지원 등의 보조금은 용도가 정해져있지 않아 주먹구구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동안 전주시는 "버스만 제대로 운행되면 보조금을 횡령하는 게 아닌 이상 어디에 사용하든 상관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기도 했다. 애초 사용처가 정해져 있지 않은 보조금이 다수이다 보니, 보조금이 적절하게 사용되었는지 검증할 방법이 뾰족히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보조금 유용"을 전제한 보조금 지급이었던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사용처가 제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보조금 "횡령"도 쉽다는 데 있다. 현재 적자노선보조금은 회사가 제출한 수입, 지출 자료를 토대로 적자액을 산출해서 결정된다. 만약 회사가 수입을 축소하고 지출을 부풀리면 보조금을 적정액보다 많이 지급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용처가 제한되어 있지 않은 현재 방식에서는 보조금을 부풀려 지급받더라도 인건비, 유류비 등 어떤 항목으로든 회사 경영에 사용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


예를들면 전주시는 A여객의 1년 운송수입이 100억원이고 지출이 120억원일 때 20억 원의 적자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만약 A여객의 실제 지출이 110억 원인데 회계장부에는 120억 원으로 기재해 놓았다면 지급하지 않아도 될 10억 원 상당의 보조금이 오지급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조금을 포함한 전체수입이 120억 원, 지출은 110억 원이 되어 사업주는 10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사업주가 운송수입금 중 10억 원을 사용하지 않고, 지급받은 보조금을 전액 인건비, 유류비로 사용했다면 전주시의 보조금 감사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맹점이 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이번에 밝혀진 신성여객의 보조금 유용이 단순히 유용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횡령"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는 "자동차 제조사에 자동차 대금을 지불했다 되돌려 받은 방식은 일종의 자금세탁"이라며, "회계상에는 자동차대금으로 지출된 금액이 실제로는 지출되지 않은 것인데 적자보조금은 회사가 제출한 회계자료를 토대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부풀려 지급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전주시는 신성여객이 회계용역보고서 작성을 위해 회계법인에 제출한 자료를 확보해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신성여객 규탄 목소리 높아


신성여객의 보조금 유용 입건에 대해 전북 도내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잇따라 규탄입장을 발표했다.


정의당 전북도당 오현숙 대변인은 성명을 발표해 경찰이 "저상버스 보조금만이 아니라 버스회사 회계 전분야에 대한 수사를 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이번 일은 "전주시의 보조금 관리감독이 허술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전주시에 "현금수입금과 보조금 지출근거를 점검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북평화와인권연대와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공동성명에서 "장애인들의 투쟁과 요구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만들어졌는데, 저상버스를 구입하라고 지급한 보조금마저 회사 대표 마음대로 유용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여 "심각한 자본잠식으로 인해 부실경영이 이루어지면서 보조금이 유용된 것"이라며 보조금 유용의 근저에 부실경영의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전북노동연대도 "부정을 철저히 수사하기 위해서는 압수수색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회사 전체의 회계와 보조금 사용내역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앞으로 전주 시내버스 전체로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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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 보도자료. 올해 4월, 천안 시내버스 사업주 전원이 보조금 횡령으로 구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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