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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차마 감지 못한 눈, 한 남기고 버스노동자 운명

노동탄압에 자결 시도 진기승 노동자 2일 밤 운명... 민주노총, "열사의 염원, 반드시 실현시키는 투쟁하겠다"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4.06.0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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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파업이 시작된 지 벌써 몇 해인가. <중략> 나 같이 억울한 해고 당하는 일이 없도록 똘똘 뭉쳐 투쟁해서 여러분의 권리 행사하세요. 그동안 동지들의 따뜻한 위로 고맙습니다. 다음 생에는 버스 기사가 대우받는 곳에서 태어나겠습니다.” <고 진기승 노동자가 남긴 유언 중에서 2014년 4월 30일>

전주시내버스 신성여객 해고자 진기승 노동자가 끝내 한을 풀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2일 밤 9시 5분경 진기승 노동자는 전주 동산동 한 요양병원에서 꼭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는 가족과 동료들의 소망을 뒤로 한 채 떠났다. 

지난 4월 30일 밤 11시 사측의 부당해고와 거짓 회유에 괴로워하며 자결을 시도한 지 33일째 밤이었다.  

동료들과 가족들은 진기승 노동자가 숨을 거두자 그동안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진기승 노동자는 미쳐 눈을 다 감지 못하고 숨을 거뒀으며, 진 노동자가 그토록 아꼈던 딸이 아버지의 한 쪽 눈을 감겨주고 오열했다.

진기승 노동자의 시신은 2일 밤 10시경 전주 송천동에 위치한 대송장례식장으로 옮겨졌고, 빈소가 1층에 마련됐다. 3일 새벽 1시 현재 민주노총은 빈소를 찾은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지만, 발인 등의 장례 절차는 신성여객의 진정한 사과와 대책 마련이 있기 전까지 미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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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노동자 숨 거뒀지만, 사측 반성도 없어”

진기승 노동자가 숨을 거뒀지만, 민주노총 열사장으로 진행 될 장례는 한동안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진기승 노동자의 자결 시도가 사측의 노동탄압에 있다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 신성여객이 전면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성여객 사업주는 지난 5월 28일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들과 면담에서 진기승 노동자의 자결 시도를 ‘5월 1일 부당해고 행정법원 판결에서 질 것을 두려워하여 시위를 벌인 것’이라는 식의 비유를 하면서 완강하게 책임을 부인했다. 

그리고 신성여객은 지난 5월 1일 1심 행정소송에서 진기승 노동자에 대한 해고가 ‘부당해고’로 인정되자 5월 19일 항소했다. 당시 행정소송 피고로 참석한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례적으로 중노위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항소를 포기했는데, 신성여객는 인정하지 못했다.  

노조로부터 진기승 노동자를 거짓 회유한 장본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관리자도 “노조가 해고는 살인이라고 주장하는데, 진기승 노동자가 죽었나? 현재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고 들었다”라는 내용으로 라디오 인터뷰를 하는 등 노조원들의 신경을 자극했다.

진기승 노동자의 운명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공운수노조 총연맹과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노동탄압이 없고, 버스노동자들이 인간적으로 대우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대책위는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강력한 투쟁을 시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긴급 논평을 통해 “신성여객은 중간관리자를 통해 악질적인 탄압을 벌였고, 진기승 노동자에게 인격적 모멸감을 줬고, ‘내가 언제 죽으라고 했냐?’는 등의 망발로 열사를 모독했다”면서 “진기승 노동자의 숭고한 뜻이 훼손되지 않도록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3일 오전 10시 신성여객 앞 긴급 집중 집회 개최를 알리고 조합원과 시민사회의 동참을 호소했다. 

윤종광 민주노총 전북본부장은 “해결된 것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진기승 노동자가 숨을 거둬 가슴이 너무 아프다”면서 “지금까지도 신성여객 사업주는 반성과 사과의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병원비도 못 내겠다고 버티는 상황이다. 진기승 노동자의 염원이 실현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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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을 찾은 동료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3일 새벽 0시 30분경 고 진기승 노동자와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한편, 진기승 노동자의 운명 소식에 동료 버스노동자들은 대송장례식장으로 속속 모이고 있다. 3일 새벽 1시 현재 약 50여 명의 버스노동자들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그리고 무소속 임정엽 전주시장 후보와 정의당 오현숙 전주시의원(전주타 덕진동, 호성동) 후보, 노동당 오정심 전북도의원(전주8 송천1동, 덕진동, 호성동) 후보 등 정치권 인사들도 장례식장을 찾아 진기승 노동자의 넋을 위로했다. 문규현 신부와 이세우 목사 등 종교계 원로들도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을 찾았다. 

진기승 노동자의 약력 


- 2009. 05. 17. 신성여객 입사

- 2010. 09. 29. 노조가입

- 2010-2011.  전북버스 1차 파업 참가

- 2012. 3월.    2차 파업 참가

- 2012. 11. 27. 해고

- 2013. 01. 24.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 2013. 02. 20. 신성여객 사업주는 진기승동지와 노동조합에 해고처분 취소통보(해고 과정 절차 문제)

- 2013. 03. 04. 사측 다시 징계위원회 개최 통보

- 2013. 03. 16. 해고

- 2013. 03. 25. 전북지방노동위회 부당노동행위 및 부당해고 구제신청 접수

- 2013. 05. 20. 지방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결정

- 2013. 08. 26. 중앙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결정 번복

- 2014. 04. 30. 23:15경 사건 발생. 중태

- 2014. 05. 01. 10:00 행정법원 부당해고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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