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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사회 “구제역 살처분은 인류의 동물 학살”

경은아( 1) 2011.01.13 17:32 추천:1

구제역이 2010년 11월 29일 발생한 이후 150만 마리가 살처분 됐거나 묻힐 예정이다. 여기에 조류인플루엔자(AI)발생으로 전남지역의 닭, 오리 등 가금류 살처분 규모는 273만 마리로 예정됐다.

 

이런 대규모 살처분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2일 진보신당은 “일파만파 구제역 사태, 대안은 없나”를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었다.

 

진보신당은 토론회를 개최하며 “구제역 확산으로 인한 살처분과 그로 인한 농민과 환경피해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마구잡이식 살처분에 대한 문제의식이 팽배한 상황”이라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농촌의 공동체 및 환경파괴에 대한 심각성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그 대안에 대한 요구가 있다”며 개최 의도를 말했다.

 

토론회에는 피해 축산 농민인 박승대가 현장의 방역문제와 살처분 문제를,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에서 살처분의 문제점과 동물권을, 서울대 수의학교 우희종 교수는 구제역과 환경·사회적 문제를 주제로 토론에 나섰다.

 


정부 초기대응 큰 문제로 “차디찬 땅 속으로 묻어야...”
살처분 후에도 문제 산적, 구제역 상황 축소·은폐 말아야

 

“한마리 한 마리를 하루에 수차례씩 또 살피고 자식 이상으로 키워왔던 말만 못할 뿐 저희 가족과 같은 목장의 재산 목록 1호인 놈들을 묻어야 했습니다. 마지막 희망인 백신 접종을 맞추지도 못하고 보냈습니다. … 살처분만이 능사인지, 또 다른 방법으로 한 마리라도 사릴 길은 없는지 답답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피해 축산농민 박승대-
 

 

경기도 파주시에서 20년 가까이 젖소를 치고 있었던 새벽목장 박승대씨는 구제역이 발생한지 11일만에 젖소 106마리를 차디찬 겨울 땅속에 묻었다.

 

박씨는 “파주시에서 구제역 방역초소가 설치되고 몇 군데 마을 길목을 차단하면서 허술하게 통제하기 시작했다. 구제역이 발생한 후 삼 일간 공황상태였다. 이 기간에 구제역 감염이 확산되어 20여 축산 농가 중 한우 1농가를 제외하고 모든 농가가 매물 살처분 됐다”면서 정부의 초기대응에 큰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처음부터 늦장 대응해 전국으로 확산됐다. 바로 이 때 예방 백신 접족을 해 다른 시·도로의 확산을 차단했다면 지금과 같은 피해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 방역 당국의 초기 대응 실패와 소극적, 안일한 대책이 불러온 결과”라고 비판했다.

 

당시 “하루 반이 지나면 한 동네에서 20~30년을 동고동락하던 목장이 사라졌다. 참으로 끔찍한 나날이었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고통은 지금도 여전했다. 구제역에 걸린 혹은 의심축 살처분으로 “지하수 오염, 침출수 오염, 심한 악취가 발생하고 있으며, 식수 및 동물의 음수로 지하수를 사용하는 지역은 상수로 보급이 긴급히 요청되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축산 농가 연쇄 파산 우려, 살처분 보상의 문제 등이 산적한 문제들을 제기했다.

 

또 그는 현장에서 임상으로 구제역을 판정하여 살처분 된 것을 공식적인 통계에서 빠진 사실을 공개하며 “구제역 발생을 축소, 은폐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오히려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 방역 당국이 정확한 상황을 발표하여 축산 농가 및 일반 국민들의 신뢰와 지원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살처분 방식이 방역 실패 불러와
국내 방역체제의 총체적 재평가와 동물 질병 및 인수공통전염병 대책 세워야

 

“인간이 만든 환경의 변화나 사회의 생활 습관의 변화 등은 동물의 치명적인 법정전염병이 종간 장벽을 넘어 우리에게 오게 할 수 있다. 이 같은 경우엔 이런 새로운 질병에 전혀 무방비 상태인 인류에게 있어서 극단적인 인류 전멸까지도 생각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우희종 교수-

 

우희종 교수는 “신종 전염병이나 재발 전염병에 대한 대처 연구는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방역 현장에 접목되는 행정체제나 인적 구성은 질병의 변화하는 속도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고 방역 체제를 지적했다.

 

이어 “한국에서의 구제역 창궐과 이에 대한 방역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구태의연하고 경직된 살처분 방식은 2001년 이후 구제역 통제를 위해 백신 사용이 적극적으로 고려되고 있음을 생각할 때 결과적으로 방역 실패를 불러왔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국내에서 실시하고 있는 일정 거리 내의 살처분 조치는 초기 발생 상황에서 유효할지는 몰라도 이미 국내 곳곳으로 확산된 상황에서는 별로 유효한 방법은 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특히 우 교수는 초기 방역 과정에서 “농장주는 의심질병 상황을 수의사나 관계 당국에 알리지 않고, 알려도 초기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간이 항체키트 검사만으로 법정전염병에 대한 진단이 마무리됐다. 이런 상황에서 관계된 이들이 주변의 다른 농장을 방문하는 상황이 연출됨으로써 전국적 확산 기회를 만든 점”을 들어 방역 체제를 비판했다.

 

우 교수는 “국내에서 단순하고 획일적인 가축 살처분 방식만이 적용됐다는 것은 국내 방역체제의 총제적 재평가와 관련 행정 기구의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서 변화된 환경 및 사회 조건에 의해 예상하기 어렵게 빈번히 등장하고 있는 동물 질병 및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장식 집약 축산을 동물복지 지향적으로 바꿔야
예방적 살처분 중단, 전면적인 백신 실시부터


농장동물들이 인류와 함께 살아온 수천년의 세월 동안 오늘날처럼 인간이 이기적으로 동물들을 잔인하게 착취한 역사는 없었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더 싸게 많은 고기를 얻기 위해 동물을 무제한 착취하는 집약식 공장식 축산이 만연되어 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전진경씨는 “사람들이 만든 대형 재앙 속에서 죄없이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고 있는 동물들의 권리문제”를 잊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전씨는 “동물도 절대 침해받지 않을 고유의 권리를 가진다는 개념이 동물권의 핵심”인데 “오늘날 농장동물들은 동물권의 견지에서 볼 때 아무런 권리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동물복지 측면에서 이번 구제역 대처에서 드러난 문제점으로 “청정국 지위에 대한 막연한 집착으로 백신 접종 시기를 놓쳐 100만이 넘는 동물들을 죽였고, 적법한 살처분을 위한 어떠한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아, 이번에도 어김없이 대다수 동물들이 생매장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매장을 비판하며 “과도한 밀집, 유전적 단일성, 비위생적인 공장식 집약 축산의 환경은 작은 바이러스 하나도 이번 사태와 같은 재앙으로 발전하게 하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공기를 타고 300km까지도 날아갈 수 있는 구제역 바이러스를 여행객 통제와 축산농가 여행신고, 검역과 살처분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판이다”고 방역 당국의 대처를 꼬집었다.

 

또한 정부가 뒤늦게 돼지에게 접종하겠다고 했지만, 어미돼지와 종돈에 한정한데 대해 “아무리 많은 돼지를 죽여도 어미돼지와 종돈만 있으면 ‘공장’을 재가동 할 수 있다는 발상에 의한 것으로 동물들의 복지와 권리에 대한 한치의 고려도 없는 이 정부의 안이하고 낙후된 상황 인식을 재확인해 준다”며 비판했다.

 

전씨는 이제라도 전면적인 백신을 실시하고 예방적 살처분을 중지하라고 촉구하면서 “2010년 4월 일본도 구제역 사태를 겪었지만 그들은 다소 늦게나마 백신 정책을 병행해 살처분 수를 28만 정도로 막을 수 있었고 우리나라도 2000년 구제역 발생시에 효과적인 백신 정책으로 살처분 수를 2000여 마리로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살처분 시에도 동물이 죽을 때까지 그들의 복지를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점을 들어 우리나라도 OIE 회원국으로 국제적으로 공인된 안락사 약제를 쓰자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전씨는 근본적으로 대규모 동물 전염병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축산의 토대 자체가 친환경적 동물복지 지향적으로 바뀌어야하고, 외부로부터 질병이 유입되더라도 저항할 수 있는 건간한 개체들로 키우고 질병을 이겨낼 수 있는 환경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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