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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가장 오래된 전주 삼양다방, 다시 문 열어요"

1952년 개업한 전주 동문거리 삼양다방, 전주영화소품창고와 함께 1년 만에 다시 오픈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4.06.21 02:18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전주 삼양다방이 21일 다시 문을 연다. 지난해 6월 세 들어 있던 건물이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면서 영업을 중단했던 삼양다방은 새 건물주의 후원과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노력으로 옛 모습을 살려 최근 복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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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문을 연 전북 전주의 삼양다방이 21일 새롭게 오픈한다. (사진 제공 - 삼양다방운영위원회)

1952년 문을 연 삼양다방은 경남 진해의 흑백다방, 서울 대학로의 학림다방과 더불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다방이다. 초기에는 한국전쟁으로 피난 내려온 연예인들과 영화인들로 성행했고, 전주문화방송이 있던 1970대에는 언론인들과 문인들이 즐겨 찾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월의 무게를 견뎌내던 삼양다방은 다방 문화의 쇠퇴 앞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어르신들의 대표적인 사랑방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다방의 생활적 가치 살리며 문화예술공간으로 다시 태어나”

삼양다방이 다시 문을 열 수 있게 된 건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노력과 건물주의 후원이 컸다. 지난해 11월 삼양다방을 살리기 위해 원로문화예술인들의 모임인 ‘계절회’와 근현대 전문가, 동문예술거리협의회, 도시재창조포럼 등의 관계자들이 모여 한 차례 집담회를 가졌고, 지난 3월 삼양다방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복원과 운영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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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잠시 문을 닫았던 구 삼양다방의 모습

이들은 삼양다방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의미가 중요하다는 뜻 아래 다방이 가지고 있는 생활적 가치를 살리자는 뜻에 마음을 모았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거점으로 삼양다방 복원의 의미를 확인했다. 이런 문화예술인들의 마음에 새 건물주 최인욱 씨가 응답했다. 

삼양다방운영위원회 이수영 위원장은 “개발논리로 추억이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소중한 기억을 살리는 것에 새 건물주 최인욱씨가 화답했다”면서 “공간에 들어가는 설비에서부터 무상임대까지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민간 자본과 지역 시민사회·문화예술인들이 협업으로 전주의 역사문화를 활용하는 것은 전국적으로도 드문 사례”라면서 “다방이 가지는 역사 속의 생활적 가치를 살리고, 세대 간의 소통의 문화를 만들어 도시재생의 모델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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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다방이 재오픈과 전주영화소품창고 개관식 기념 엽서. 배경 사진은 1970년 전주문화방송 사옥 시절

“옛 이야기로 세대가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겠다”

삼양다방 복원과정에서 기존의 삼양다방을 운영했던 이춘자 사장의 도움도 소중했다. 이춘자 사장에게 기존의 집기류와 전시품을 받아 내부 인테리어를 할 수 있었고, 쌍화차 등 삼양다방 스타일의 비법도 전수하여 메뉴도 과거와 비슷하게 구성할 수 있었다. 

현대식 건물에 근대식 다방의 모습을 갖추게 될 삼양다방은 일명 ‘다방커피’를 중심으로 쌍화탕, 오미자 화채, 미숫가루 등을 판매하게 될 예정이다. 또한 ‘한방힐링커피’라고 이름 붙여진 커피도 선보인다. 한약재가 들어가 카페인의 수치를 낮춘 이 커피는 개발자의 도움을 얻어 판매할 예정이다. 

앞으로 삼양다방은 이야기가 있는 다방으로 옛 이야기를 젊은 세대들과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 여러 프로그램을 구상하여 선보일 계획이다. 그리고 삼양다방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지역 문화예술에 재투자하여 복원의 의미도 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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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다방이 다시 태어났지만, 구 삼양다방 시절 도구들은 그대로 사용한다. 

전주영화소품창고, “무료로 전북에서 제작된 영화 소품 볼 수 있다”

한편, 삼양다방과 함께 새롭게 리모델링된 건물(지인빌딩) 지하에는 ‘전주영화소품창고’도 들어서 영화도시 전주의 이미지도 구현한다. 이곳에서는 전라북도에서 촬영·제작된 영화소품을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게 된다. 전주영상위원회가 영화 소품을 무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21일부터 운영될 소품창고에서는 최근 흥행영화 ‘역린’, ‘그림자 살인’, ‘7번방의 선물’, ‘조선미녀삼총사’ 등 유명 영화들의 소품을 관람할 수 있다. 전주영화소품창고는 무료로 개방되어 삼양다방과 함께 일상 속의 문화공간으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결정한 건물주 최인욱 씨는 “삼양다방과 전주영화소품창고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재미를 잘 전달했으면 좋겠다”면서 새롭게 시작하는 문화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삼양다방 복원과 전주영화소품창고의 만남, 현대적 의미 살린 것 같아 좋다

한방힐링커피 적극 추천, 수익은 분명 문화예술에 환원

 

공간을 무상 제공한 건물주 최인욱씨 인터뷰

편집자 주 : 최인욱씨와 대화를 문답 형식으로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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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다방 복원 등 공간을 내어주는데 선뜻 동의한 이유가 있나?

 

처음 건물을 매입했을 때는 삼양다방을 복원할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매입 후 이야기를 나누면서 삼양다방의 가치를 알게 됐다. 그리고 건물을 수익사업을 위해 구매한 것이 아니라 큰 재미를 이곳에서 만들고 싶었다. 윤활유 같은 삶의 방편으로 접근했는데, 시민단체들이 원하는 것과 가깝게 접근했다.

 

삼양다방 복원을 통해 기대하는 것이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나와 시민단체의 융합, 돈과 컨텐츠의 조화가 성공모델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곳이 어떻게 활용되었으면 하나?

 

삼양다방 하나만 가지고 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것이 많다. 삼양다방이 개업한 1952년 이곳 전주에는 영화인들이 많았고, 이들과 문화예술인들이 많이 사랑해주던 곳이었다. 그런 점에서 영화 쪽에서도 함께했으면 했는데, 그런 바람이 잘 맞아 전주영화소품창고가 들어설 수 있었다. 삼양다방이 자체 수익이 나면 (운영주체들과 함께) 더 큰 목표를 달성했으면 좋겠다. 하나의 문화단체가 만들어지는 것 등의 밀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시민단체와 개인이 만나 문화와 경제 가치를 창출하는 성공 모델이 되었으면 한다.

 

삼양다방 복원에 있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다방은 사회현살을 대변하는 문화공간이다. 2013년 현재에 맞는 정신계승이 필요하다고 본다. 단지 최고령 다방에 오세요라고 해도 관광객들이 사진만 찍고 가는 정도였다. 거기에 그친다면 재미가 없다. 그런 점에서 전주영화소품창고와 함께 재미를 전달해야 한다. 이곳만의 재미가 결부되어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삼양다방이 잘 되고 돈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수익금은 분명히 환원할 것이다. 전주를 찾는 관광객이 500만이면 1%가 찾을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무료로 개방되는 전주영화소품창고는 이번에 영화 역린에서 현빈이 사용한 활 등 여러 값진 소품들이 전시할 계획이다. 그리고 소품창고를 찾는 관광객들은 꼭 삼양다방에서 커피를 많이 마셔달라(웃으며).

 

커피 이야기가 나왔는데, 삼양다방 메뉴 중 추천하는 것이 있나?

 

한방힐링커피를 추천한다. 전주에서 한약방을 하시는 분이 도움을 줘 메뉴로 구성할 수 있었다. 카페인이 부담스러운 분들을 위해 한약재를 이용하여 줄였다. 특허를 받은 커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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