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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하면서 논란이 되는 가운데, 345kv 군산~새만금 송전탑 공사도 곧 재개될 것으로 보여 지역 주민들의 긴장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한전 전북개발지사 관계자는 새만금 송전탑 공사에 대해 “공사를 안 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공사가 시작되면 대책위에 통보를 하겠다고 말했다. 공사여건이 마련되면 5월 말이나 6월 초에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군산~새만금 송전탑 공사’는 전국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2008년부터 지역 주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사안이다. 

 

군산 국가·지방산업단지와 새만금산업단지의 전력 수요를 대비하기 위해 지난 2008년부터 한전과 군산시가 추진한 송전탑 공사는 사업 초기부터 지역주민들을 배제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진통을 겪어왔다. 군산 변전소에서 총 길이 30.6Km에 이르는 구간에 88기의 송전탑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공사는 지난 해 4월부터 중단된 상황이다.

 

군산 임피면에 있는 군산변전소에서 동진강변을 따라 설치되는 송전탑은 회현면에서 옥구읍과 군산대 인근까지 농토와 마을을 가로질러 군산국가산업단지 인근 새만금변전소(건설 중)까지 이어진다.(임피 군산변전소~대야면~회현면~옥구읍~나운3동~미성동~새만금 변전소) 문제는 대야면에서부터 새만금 변전소까지 설치되는 송전탑.

 

▲ ▲검은색 안에 있는 선이 군산~새만금 송전선로 건설 예정 구간이다. 주민들은 녹색 선을 경유하는 대안노선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대안노선은 앞으로 추진되는 위도 해상풍력단지와도 가까워 예산이 절감된다고 보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지중화와 대안노선(만경강 방수제와 새만금까지 우회 노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전과 군산시는 예산 부족과 송전탑 건설의 시급성 등을 이유로 거부해왔다.

 

작년 4월에는 한전에서 강행하는 공사를 주민들이 격렬하게 항의하며 막는 과정에서 한 때 노조들에게 폭력을 휘둘러 문제가 되었던 용역업체 ‘컨택터스’까지 동원돼 많은 주민들이 다치는 일도 발생했다.

 

‘군산~새만금 송전탑 공사’가 오는 5월 말부터 재개된다면 주민들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군산 송전선로 대책위 강경식 간사는 “아직 언제 공사가 시작되는지 알 수 없지만, 주민들의 반대가 여전한 상황에서 공사가 진행된다면 반드시 막을 것”이라면서 “특히 반대주민들이 대부분 농사를 시작하는 5월 말 강행한다면 주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공사를 막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현했다.

 

참소리는 3회에 걸쳐 ‘군산~새만금 송전탑 공사’의 문제점과 쟁점을 다룬다.

 

1. 첫 단추부터 잘못 낀 ‘군산~새만금 송전탑 공사’
2. 주민들이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는 이유, “들어만 보면 뭐하나?”
3. 한전과 군산시가 해야 할 일 대신한 주민들, “대안을 우리가 만들었다”

 

OCI의 전력 수급 요청에서부터 시작한 송전탑 공사, 주민들은 애초부터 배제

 

2008년부터 무려 5년 동안 주민들은 ‘지중화, 대안노선’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지만, 송전탑 공사 추진 과정에서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 그리고 사업 초기부터 한전과 군산시는 주민들에게 사업의 필요성과 개요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측면도 두고두고 지적될 문제이다.

 

새만금 송전탑 공사는 2008년 2월 경 동양제철화학(OCI)의 대규모 용량 신청(154kv 전력공급방안)에서부터 시작되었다. OCI의 신청을 접수한 군산시는 곧바로 한전에 의뢰했다. 한전은 현장조사 등을 통해 기존의 송전선로로는 대규모 용량 공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5월경 ‘송전선로 경과지 및 변전소 입지 선정(안)’을 작성한다. 이 입지 선정안은 향후 조성될 새만금산업단지에 전력 공급까지 감안하여 345kv로 출력을 증강하고 기존의 154kv 송전선로가 아닌 별도의 송전선로 시설을 짓자는 계획으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새만금 송전선로 건설 공사와 유사한 계획이다.

 

한전 관계자는 “당시 4월 초에 답사를 통해 노선을 검토했고, 몇몇 후보 경과지를 선정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전은 이 계획(안)을 군산시에 요청하고 같은 해 8월 18일, 송전선로 공사를 위한 MOU를 맺기로 합의한다. 이 MOU는 지역주민 의견 수렴 절차와 환경영향평가 기간과 지자체 협의 등의 추진 기간을 대폭 줄이는 것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한국전력 전북개발지사 앞에서 주민들은 지중화와 대안노선을 요구하면 군산~새만금 송전탑 공사를 반대했다. <사진 출처 - 새만금 송전철탑 반대 공동대책위>

 

 

이 같은 계획이 군산시의회에 알려진 것은 8월 초, 당시 군산시의회는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며 한전과의 MOU 체결에 앞서 주민들의 의견 수렴을 충분히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군산시와 한전은 11월 한 차례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12월 11일 일방적으로 MOU를 체결한다.

 

MOU 체결 전 한차례 열린 주민설명회, 그것도 마지못해...

 

이 시기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주민들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임에도 주민들과 협의나 소통의 노력을 한전과 군산시는 보여주지 않았다 점이다. 11월 10~13일까지 열린 주민설명회(송전선로 인근 6개 읍·면동인 임피, 회현, 대약, 옥구, 나운3동, 미성동)도 사실 애초 기획된 것이 아니었다.

 

한전과 군산시는 당초 10월 31일 군산시청에서 MOU를 체결하려다 무산된 바 있었다. 11월 설명회는 당시 무산에 결정적인 원인이 된 주민의견 수렴 부족이라는 군산시의회의 지적에 의해 추진된 것이었다. 이날 설명회에서도 지역 주민들은 ‘설명회 시작을 1시간 전에 연략받았다. 과거 임피 변전소 입주 당시 주민 지원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공사기간이 부족하다는 말만 한전이 되풀이하고 있다’는 등 많은 지적 사항들이 제기되었다.

이날 설명회는 군산시의회 경제건설위원회에서도 문제가 제기되었다. 2008년 11월 25일 열린 경제건설위에서 의원들은 주민설명회가 졸속으로 추진된 것이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군산시 관계자에 따르면 11월 10일(월)로 예정된 주민 설명회는 11월 7일(금)이 돼서야 해당부서에 결재가 났고, 각 지역 읍·면동 주민들에게는 설명회 당일 연락이 간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군산시가 정한 11월 10일 주민설명회는 이미 군산시의원들이 한 달 전부터 개성공단을 방문하기로 한 날로 해당 시의원들에게도 제대로 보고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산시장에게 매일하는 업무보고에도 이날 주민설명회는 빠져있기까지 했다.

 

이처럼 주민들과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된 주민설명회가 끝나고 한전과 군산시는 12월 11일 ‘군산산업단지 및 새만금지구 전력설비 설치협약’(MOU)을 체결한 것이다.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군산시와 한국전력은 2008년 12월 11일 '군산산업단지 및 새만금지구 전력설비 설치협약'(MOU)를 체결한다. <사진 출처 - 한국전력>

 

당시 한전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협약은 군산산업단지와 새만금지구의 기업입주가 차질이 없도록 전력설비 확충계획을 수립하고, 건설표준공기 9년을 대폭 단축하여 2년 9개월(당시 2010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설정했다)만에 완공한다는 목표로 하는 것을 담고 있다.

 

결국 한전과 군산시가 맺은 MOU도 공사 기간의 대폭 단축에 초점을 맞췄을 뿐, 주민들의 의견을 어떻게 반영하겠다거나 주민 불신을 어떻게 해소하겠다는 등의 주민 갈등 해소 방안은 논의하지 않았다. 또한 보도자료에는 “이번 협약 체결에도 불구하고 송전선로나 변전소 등 전력설비에 대한 건설반대 집단 민원이 다시 증가하고 있어 향후 안정적 전력공급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음”이라거나 반대 주민들의 주장을 ‘무조건 반대’ 등으로 표현하는 등 고전압 송전탑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에 대해 살펴보려는 진정성 있는 의지는 보여주지 않았다.

 

▲88기 중 42의 송전탑이 만경강 방수제를 따라 현재 건설됐다. 논란이 되고 있는 남은 송전탑들은 농지와 마을을 경유하게 된다.

 

군산시, 주민 설득 약속했지만

 

한편, 군산시와 한전은 2008년 초부터 군산시의회에 최초 보고한 8월 21일까지 무려 12차례에 걸쳐 업무협의가 있었다. 그리고 군산시의회에 보고한 8월 21일에 군산시 관계자는 주민들을 설득한 후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군산시 관계자의 말과 달리 2008년 3월부터 12월까지 과정을 보면 군산시가 주민들을 얼마나 설득하려 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주민들은 군산시와 한전의 MOU 체결이 있은 후 20여일이 지난 2008년 12월 26일 회현 농협에서 ‘송전용 철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총회’를 열고 강경 투쟁의사를 밝히기에 이르렀다. 결국  345kv 군산~새만금 송전탑 공사는 진행 초기부터 주민들을 배제하면서 5년에 걸친 갈등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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