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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007 작전 방불, 경찰 협조 없이 가능한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간부 주검 이송에서 화장까지

정재은(미디어충청)( cmedia@cmedia.or.kr) 2014.05.22 12:40

‘지회가 승리하는 그 날 화장하여 뿌려주세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염호석 양산분회장이 20일 오전 화장됐다. 노조 측은 염 분회장의 부친이 삼성전자와 보상금 합의를 끝내고 일방적으로 마음을 바꾼 후 경찰병력의 개입 하에 장례절차를 강행했다며 ‘공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고인과 유가족인 부친과 친모는 각각 유서와 위임장을 통해 노조에 장례절차를 위임했었다. 부친과 다르게 노조와 친모 측은 고인의 ‘유서 내용을 지켜야 한다’며 장례를 만류하는 상황이라 당사자들 간의 입장 차이가 있다. 


염 분회장의 장례절차 과정엔 동료인 노조 조합원과 친모의 참여가 배제되었다. 112신고 10분 만에 기동대 투입, 부산 행림병원 장례식장 ‘가짜 빈소’ 논란, 고인의 시신이 어떻게 장례식장, 화장장 등으로 운구 됐는지, 이 과정에 삼성측의 개입은 없었는지 등이 규명되어야 한다고 노조는 말한다.


서울경찰청, 경남경찰청 등 관계자는 관련해 “경찰은 112신고와 부친의 요청으로 병력을 투입했을 뿐 시신운구는 유족이 한 것”, “엠블런스로 시신을 옮겼는지 무슨 차로 옮겼는지 상황은 알 수 없다”고 말했으며, 부친과는 전화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장례절차와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해 조합원들은 “경찰이 개입해 비밀스럽고 조직적으로 시신 운구작전을 펼쳤기 때문”이라며 “삼성과 경찰이 짜고 부친을 앞세워 시신탈취에 이어 유골함마저 빼돌렸다”고 비판했다. 


서울의료원 강남분원->부산행림병원 ->영락공원->부산행림병원

“시신 중간에 사라져 새벽 6시까지 부산 전 장례식장 다녀”

‘서울71*****’ 차량 어디로...경찰, “시신운구는 유족이 한 것”


부산, 양산 등 현장에 있던 경남권 노조 조합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염 분회장의 시신 운구작전은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염호석 분회장은 17일 오후 1시 30분경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해안도로 인근 지점 승용차에서 주검으로 발견됐고,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다음날 18일 경찰은 112 신고만으로 200여명의 기동대를 투입해 ‘시신탈취’ 논란을 불렀으며 염 분회장의 시신은 이 장례식장에서 오후 7시50분경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조에 따르면 부산 행림병원 장례식장을 이동한다고 했지만, 빈소가 예약됐다 취소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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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참세상 자료사진 ]


노조 간부 이모 씨는 “언론 기자들도 행림병원으로 왔는데, 고인의 시신이 없었다. 행림병원 측으로부터 빈소 예약이 취소됐다고 통보받았다”며 “고인의 시신이 중간에 사라졌고, 이곳은 ‘가짜 빈소’였다”고 말했다. 


행림병원 장례식장 측은 빈소 예약 취소 사실을 묻자 “유가족이 관련 사실이 알져지길 거부한다고 입장을 전해와 대답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가짜 빈소’를 확인한 일부 조합원들은 이날 부산시내 전 장례식장을 다니며 확인하다 새벽 4시경 화장장인 부산 영락공원으로 고인이 시신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으로 갔다고 한다. 


이씨는 “영락공원으로 갔는데 서울에서 내려온 고인의 시신 운구 엠블런스 차량이 우리를 확인하고 급히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며 “차량번호를 찍어뒀는데 ‘서울71*****’ 이다. 같은 차량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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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 ]


그러면서 이씨는 “경찰의 작전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시신 이동작전을 펼칠 수 있겠냐”며 “이 모든 일을 부친 혼자 처리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장례식장을 찾느라 밤을 샌 조합원들은 19일 오전8시경 다시 부산 행림병원으로 빈소가 예약됐다는 소식을 듣고 조문을 한 뒤 이날 하루 종일 장례식장 앞에 있었다. 


다시 ‘가짜 빈소’...다시 영락공원 등 여기저기 예약 취소

밀양 공설화장장으로 갔는데 부친, 친모 없이 화장 강행

최종 양산 하늘공원으로...“언제 안장식 진행될 지 몰라”


20일 아침부터 시신 운구작전은 다시 펼쳐졌다. 부친이 행림병원 빈소를 지키고 있었지만, 고인의 시신이 이곳에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노조가 확인했다고 조합원들은 증언한다. 


‘가짜 빈소’가 최종 확인된 것인데, 고인의 시신이 행림병원으로 왔는지, 서울71***** 차량에 있었는지,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라고 조합원들은 말한다. 


이후 현장 조합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가짜 빈소’를 확인한 조합원들이 이날 오후 1시 부산 영락공원에 염 분회장 시신 화장 예약 소식을 접하고 오후 12시경 이곳에 도착했는데, 또 예약이 취소됐다. 


이 가운데 경남 밀양 공설화장장에 화장 예약이 잡혔다는 소식을 접하고 20여명의 조합원이 오전 11시30분경 화장장에 도착했지만, 고인의 시신은 이미 화장절차가 강행되는 상황이었다. 


이씨는 “먼저 도착해보니 오전 10시30분부터 화장을 시작했다고 했다. 우리는 부친이 행림병원 빈소에 있고, 친모가 화장장에 없는데 어떻게 화장을 강행하는지 화가 나고 이해도 안 됐다”며 “우리가 연락해 고인의 친모가 화장장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염 분회장의 친모가 오후 12시30분경 다급히 와서 아들의 유서를 지켜야 하며, 장례절차 입회를 요구했지만 유가족 대화 중 갈등이 있었다”며 “친모의 요청으로 행림병원에서 오후 1시경 화장장으로 온 부친에게 경찰은 병력투입 사실 요청만 몇 차례 확인하고 미리 대기한 병력을 투입했다”고 전했다. 


이날 경남경찰청은 염호석 분회장의 화장 절차가 진행 중인 밀양 공설화장장에 4개 중대 350여명 가량의 경찰병력을 투입해 ‘유골함 탈취’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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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삼성전자서비스지회 ]


경찰은 “112 신고가 들어와 장례 방해 등 형법에 따라 집행해 경찰병력을 투입했다”고 밝혔지만 형법이 아닌 민법 영역이라 경찰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사적인 장례절차에 끼어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고인의 유골은 화장 이후 양산 천주교 공원묘지인 하늘공원으로 옮겨졌지만 안장식은 진행되지 않았다. 이씨는 “하늘공원에 경찰병력이 배치돼 신부님이 당장 나가라고 하는 등 소란이 있었다”며 “부친이 유골을 가지고 갔는데, 언제 안장식이 진행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007 작전 방불 ‘시신 운구작전’

“수십 군데 장례식장을 예약, 가짜 빈소...부친 혼자 했겠냐”

경찰과 삼성 대상 진상조사 해야


조합원 안 모 씨는 이번 사건에 대해 SNS에 “서울서 부산으로 이송과정에서도 병원 예약, 화장터 예약 온갖 곳에 다 해놓고 우리를 속이며 따돌렸다”며 “겨우 찾아낸 빈소까지 가짜였다”고 토로하는 글을 올렸다. 


또한 “노조와 친모의 요구도 경찰이 막고 캡사이신까지 쏘며 화장장 뒷문으로 유골까지 빼돌렸다”며 “상식을 벗어난 일들의 연속이다. 열사를 이렇게 보내야 한단 말인가. 너무 한이 된다”고 적었다. 


민변의 류하경 변호사는 “의혹으로 둘러싼 장례절차가 만들어지기까지 경찰이 큰 역할을 했다. 이례적인 일일뿐만 아니라 경찰의 행동은 도무지 상식적이지 않다”며 “결과적으로 경찰은 고인의 유언을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삼성과 공권력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류하경 변호사는 이어 “공권력 남용은 국민 대다수 노동자의 요구를 무시하고 입만 막기 바쁜 경찰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며 “경찰은 법적 근거 없이 시신탈취, 유골함 탈취 사건에 개입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진상조사를 해서 경찰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수십 군데 장례식장을 예약하고 시신 없는 빈소를 만든 일이 과연 부친 혼자 할 수 있겠냐”고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은 삼성이 원하면 다 들어주는 국가기관이 아니다.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하나 의원은 이어 “고인이 죽음으로 삼성의 현실을 알리려고 했는데, 경찰은 진상조사를 통해 삼성에게 책임을 묻기는커녕 사건을 은폐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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