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

노동/경제 삼성전자서비스 노사 비공개 실무교섭 재개

여전한 깜깜이, 금속노조 비공개 교섭 받아...“원청 사용자성 숨기려고 철통 보안”

정재은(미디어충청)( jbchamsori@gmail.com) 2014.06.16 00:14

삼성전자서비스 노사가 임단협 재개를 위한 비공개 실무교섭을 재개하기로 13일 확정했다. 염호석열사대책위원회 박정미(금속노조 정책국장) 대변인은 “13일 낮 12시부터 열린 금속노조 산하 삼성전자서비스지회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실무교섭을 재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정미 대변인은 회사 측이 비공개 교섭의 일종인 “블라인드 교섭을 요청했다”며 노사 양측의 교섭단 구성과 교섭위원 등에 대해 함구했다. 박정미 대변인은 “노조는 삼성에서 교섭위원으로 누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관련해 어떤 것도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회사뿐만 아니라 노조 측 교섭단 구성과 교섭위원에 대해서도 박 대변인은 마찬가지로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노조의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교섭재개와 입장을 알린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 측이 비공개를 조건으로 교섭을 요청하면서 노사 양측은 지난 5월 25일부터 실무교섭을 했다. 하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6월 2일 최종 결렬됐다. 이번 실무교섭이 재개되기 전, 삼성은 지난 10일부터 직접 나서 노조와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양쪽에 비공식적으로 교섭 재개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1:1 비공개 교섭에 회사 교섭위원도 안 밝혀
“원청 사용자성 숨기려고 철통 보안”...회사 교섭안 나와


복수의 노조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삼성은 회사와 노조가 각각 1명씩만 참여하는 비공개 실무교섭을 제안했다. 사측 교섭위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노측은 조건준(금속노조 경기지부 교선부장) 교섭위원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회사는 노조 활동 보장과 임금체계 문제 등 노사 갈등의 핵심 교섭쟁점에 대해 마지노선 교섭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한 관계자는 “회사는 타임오프 9천 시간 제공, 임금은 기본급과 성과급으로 구성하되 기본급은 월 120만 원 교섭안을 냈다”며 “더불어 폐업한 3개 센터를 재개장하고 노동자 전원 고용 승계, 경총이 아닌 협력사와 노사 임단협을 체결하는 등의 안이다”고 밝혔다. 

[출처: 미디어충청]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등은 관련해 원청의 교섭 참가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철통 보안 비공개 교섭을 요청한 만큼 삼성 원청이 이번 실무교섭을 주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노조 한 관계자는 “삼성 작업복을 입고 근무하는 서비스기사가 삼성 직원이 아니라 협력사 직원이라며 원청 사용자성을 부정하고, 위장도급을 숨기고, 노조와의 직접 교섭도 피하는 곳이 바로 삼성”이라며 “삼성이 직접 노사 교섭에 나선 사실이 알려지면 삼성이 위장도급을 스스로 인정하게 되니까, 철통 보안을 유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건희 회장 건강악화에 경영 승계 문제가 부각되면서 삼성전자가 비공개로 직접 노사 교섭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번 결렬된 실무교섭도 매번 장소를 옮겨가며 비밀리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삼성의 이 같은 태도는 헌법을 위배하고 76년간 무노조경영을 유지하며 노조를 인정하지 않은 한국 최대 재벌의 단면을 보여준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노조를 혐오의 대상으로 인식해 온 삼성은 이번에도 어떻게든 원청 사용자성은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간접고용 문제를 회피하고, 노조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고 있다. 

회사 교섭위원도 모르고, 주체 빠진 전례 없는 금속노조 교섭
“노조가 중개인? ‘삼성은 특수’하다는 자기검열·착각에서 벗어나야”


삼성의 요청으로 비공개 실무교섭이 재개되고, 여전히 사측 교섭위원조차 밝혀지지 않자 노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회사 측 교섭위원도 모르는 비공개 1:1 실무교섭은 노조 전례에도 없던 일뿐만 아니라, 민주노조를 지향하는 금속노조가 공개 교섭 원칙도 지키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조 관계자들조차 회사 측 교섭위원이 누구인지 모른다며 “기본 형식을 갖추지 못한 기형적인 교섭”, “비정상·비공식 교섭” 등의 말을 하는 분위기다. 노조 한 관계자는 “삼성이 몰래 교섭에 나오게 한 게 초기 성과라고 볼 수 있지만, 노조가 계속 비공개 교섭에 동조하면서 가면 곤란하다”며 “노조의 민주적 절차가 있는 데 ‘삼성’이라는 ‘특수성’을 한 번 봐주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속노조 현장조합원은 “현장노동자의 요구와 삼성의 요구 사이에서 금속노조가 복덕방 중개인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고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금속노조 위원장과 이건희 회장이 삼성의 노조 인정 여부를 놓고 단판 짓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사측에서 누가 나오는지도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장에는 소위 ‘독대’라고 사장과 노조 대표자가 1:1로 만나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이 경우도 교섭 쟁점이 명확한 상태에서 서로 문제를 풀거나 명분을 쌓기 위한 노력 정도로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현장조합원은 “금속노조가 1:1 비공개 실무교섭을 인정한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회사 측 누가 나와 교섭을 하겠다고 것도 모르는데 이를 받은 노조가 정상이냐. 이게 뒷거래이지 무슨 노사 교섭이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출처: 미디어충청]

특히, 투쟁과 교섭의 직접 당사자인 지회 관계자들조차 회사와의 직접 교섭에 참여하지 못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노사 실무교섭에서 교섭안을 조정하고 노조 회의를 통해 본교섭에서 확정한다고 해도, 교섭 전반에서 직접 당사자가 배제됐다는 지적은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노조 관계자는 “주체가 교섭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회사 안을 가져와서 묻는 형식이 됐다. 교섭의 기본 형식도 구성되지 않아 삼성이 노조를 인정해 교섭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번 노사 비공개 교섭에 대해 금속노조 현장조합원은 “금속노조는 산하 모든 사업장이 비공개 교섭을 요구하면 ‘현실이다’라며 다 받아들일 건가”라고 꼬집으며 “노조는 ‘삼성은 특수하다’는 자기검열과 착각을 하는 건 아닌 지 되돌아봐야 한다. 삼성은 최근 약간의 선행, 보시를 하려는 태도를 보인 것뿐이다”고 일축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의 전국 협력사에서 근무하는 서비스기사들은 지난 해 7월 노조를 결성했다. 협력사로부터 교섭권을 위임받은 경총과 노조는 9월부터 임단협 교섭을 했지만, 올해 4월 최종 결렬됐다. 임단협 교섭 결렬과 맞물려 염호석 양산분회장이 5월 17일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노조는 5월 19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며 전면파업 중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