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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여성친화도시 익산의 합창단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 "갑의 횡포"

합창단 간부가 벌인 성추행과 인권침해, 경찰 불구속 기소... 위계관계 앞에서 피해자들 속앓이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4.12.23 10:44

전북 익산시립합창단에서 인사 등 전반의 업무를 관장하는 고위 간부가 합창단원들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익산경찰서는 지난 22일 여성단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된 익산시립합창단 고위 간부 A씨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A씨가 여성합창단원 3명을 7차례에 걸쳐 성추행했다고 조사 결과를 밝혔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 3명이 지난 10월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피해자들은 모두 13차례에 걸쳐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이중 목격자 등이 있는 것들에 대해서만 혐의가 인정됐다.


참소리 취재 결과, A씨는 성추행뿐만 아니라 카톡 등을 통해 누구와 밥을 먹고 퇴근했는지 등의 구체적인 경로를 보고하도록 하는 등 인권침해 문제도 확인됐다.


최근 서울시향 성추행 및 폭언, 서울대 교수의 여제자 성추행,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경기진행요원 성추행 혐의 등 이른바 갑에 위치에 있는 권력자에 의해 행해지는 인권침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전라북도도 예외는 아니었다.


“허벅지, 귀 만지고 죽을만큼 싫었어요”... 불이익 받을까 두려웠던 시간  


참소리는 22일 익산의 한 카페에서 최초 고발한 당사자 3명을 만나 자세한 경위를 들어봤다.


“2008년 4월부터 여러 차례 성추행이 있었어요. 다른 여성들도 당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동료들과 모임이 끝나면 바래다주겠다고 하면서 귓불을 만지고 허벅지도 만졌어요. 화도 내보고 달래도 봤지만... 그때뿐이었요. 시간이 지나면 또 그런 일들이 벌어졌어요” <피해 합창단원 가>


“단원 모임을 갖거나 공연이 있을 때 포옹을 하고 귀를 만지고 그래요. 자신은 추행 의사가 없다고 하는데, 죽을만큼 싫었어요. 신입단원에게 심하니 조심하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어떻게 그분에게 전달되었죠. 불려가서 주의를 받기도 했어요. 그 때, 그런 거 말하고 다니면 모텔 갔을 거라는 등의 제게 불리한 소문이 날거라고 말했죠” <피해 합창단원 나>


“지난 4월부터 추행이 시작됐어요. 저녁에 전화를 해서 중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하고 하면서 만나자고 하고 엉덩이를 발로 차고 그랬어요. 단원들의 위생 휴가 문제를 제게 말하면서 ‘너도 생리통이 심하니’라며 묻기도 했고, 어느 날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해서 거절했어요. 나중에는 휴가 때 같이 해외에 나가자면서 유럽으로 연수를 같이 가자는 말까지 했죠” <피해 합창단원 다>


이처럼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지만, 이들 모두 어디 하소연조차 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고통을 겪었다. 이들은 간부 A씨가 인사 평가(평정)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익산시립합창단은 2011년경 한시적 계약직이던 합창단원들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2년 미만의 단원들은 인사 평정에 따라 계약이 만료되면 그만 둘 수도 있는 등 고용이 불안한 상태다. 이번에 고발에 나선 3명 중 2명이 현재 계약직 신분이다.


“그 분의 말에 반대하면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알 수 없어요. 실제로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말도 했고, 이번 고소 건으로 자르겠다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익산시에 대책 마련 주문하자, “월차 쓰고 잠시 쉬는 것 어떠냐”
분란 일으킨 사람들로 낙인, “괴롭다”


이 같은 말들이 이들에게는 ‘폭언’에 가까운 것이었다. 스스로 고통을 감내하던 이들은 지난 7월 우연히 대화를 하던 중 간부 A씨의 전횡이 자신에게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 행동에 나섰다. 그러다 지난 9월 합창단원 중심으로 노조가 결성되었고, 노조는 이 문제를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로 정하고 익산시에 문제를 제기했다.


“인사 권한을 가진 A씨의 문제를 개인이 제기하기는 힘들다. 시립합창단에 들어온 이들은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런 이들이 불이익을 감수하며 부조리를 제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노조를 만든 것은 이런 문제들에 있어 공동 대응을 위한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전라북도문화예술지부 익산시립예술단지회>


그러나 노조가 만들어지면서 합창단 내에서는 고소인 3명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생겼다. A씨를 비롯해 간부급 인사들은 이들이 노조의 조종을 받고 이렇게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합창단 피해 단원 (가)씨는 “저 같은 경우 연차가 있는데, 수석 단원이 되기 위해 이렇게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돈다고 해요”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성추행보다 더 이들을 옥죄는 것은 마치 조직 내 분란을 일으킨 당사자라는 주변의 불편한 시선이다. 윤종규 익산시립예술단지회장은 “책임있는 임원들이 이 사태에 대해 방기하고 있습니다. 조직 내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해결해야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전혀 그런 조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노조는 익산시와 첫 노·사 상견례를 가졌다. 노조는 공식적으로 간부 A씨와 피해 단원들이 한 공간에서 근무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대책을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익산시는 성추행으로 검찰에 기소된 상태에서 문책을 한 판례가 없기 때문에 신중을 기할 문제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23일 오전 이 사실에 대해 확인하고자 익산시에 문의를 했지만 담당 관계자들은 병가 등으로 자리에 없었다.  


윤종규 지회장은 “노사 상견례에 사측 대표로 참석한 노무사가 오히려 피해 단원들이 몇 일간이라도 월차를 쓰고 쉬는 것이 어떻겠냐고 오히려 제안을 해왔습니다. 만 1년도 안 된 단원은 월차로 얼마 없는데, 시에서 내온 대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형편 없습니다”고 말했다.


불구속 A간부, “열심히 하자는 뜻에서 (귀만 만졌다)”, "노조가 뒤에 있다"
성폭력예방치료센터, “보통 가해자들의 일반적인 진술”


불구속 기소된 간부 A씨는 “열심히 하자는 의도에서 (귀를 만진 것)이고, 공연팀 등 여러 사람이 있을 때 한 것이다. 이제 와서 이렇게 제기하는 것은 노조가 생기는 과정에서 의도가 있다고 본다”면서 귀는 만졌지만, 성추행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그리고 고소인들이 주장하는 단 둘이 있는 과정에서의 성추행에 대해서는 카페 등을 같이 가기는 했지만 성추행은 없었다고 전면 부인했다.


또한, “예술단이다 보니 일반 직장과 다르고 다른 곳처럼 노래만 하지 않고 춤도 추고 하다보니 일반적인 스킨쉽이 이뤄진다. 고소한 3명 중 2명(신입단원 급)은 노조에 휘둘리는 것 같다. 노조가 생기고 집행부 퇴진을 생각고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 중심에 내가 있으니 그러는 것”이라며 노조에서 벌이는 공작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다) 합창단원에게 제안한 연수에 대해서는 "신입단원으로 적응력이 빨랐다. 한 친구랑 같이 가기로 한 연수였는데, 그 친구가 힘들다고 했다. 그 와중에 한 이야기로 진지하게 한 이야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전북성폭력예방치료센터 황지영 소장은 “보통 성추행 가해자들은 일관되게 격려의 의미로 만졌다고 진술한다. 그런데 허락받지 않고 만진 것이 추행이다. 그리고 단 둘이 있는 사이에서의 성추행도 피해자 여럿이 일관되게 진술하는 등의 신빙성과 일관성이 있으며 성추행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은 직장 상사에게 무엇인가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그리고 옳고 그름의 판단 자체를 할 수 없는 문화가 있다. 행정에서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을 해야 한다. 특히 익산시는 여성친화도시를 모토로 하고 있다. 여성이 살기 행복한 도시라면 절대 간과하지 못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면서 익산시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피의자 A간부, 신입단원 상대로 일일 동향 보고 받기도... 노조, “인권침해”


한편,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성추행 문제만이 아니다. 노조에 따르면 간부 A씨는 신입단원들을 상대로 ‘일일 동향보고’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간부 A씨는 신입단원들에게 “당분간 일일보고를 해야겠다. 사람을 만난 것에 대해 카톡으로 보고했다. 합창단원들 누구랑 먹고 했는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해라”고 요구했다. 


A씨는 아침에 누구랑 출근했고, 어떤 이유로 누구랑 식사를 했고 연습과정에서 특이사항과 퇴근 방식 등 보고해야 할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일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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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당사자는 신입 단원으로 너무 뛰어나고 이쁘다보니 다른 단원들과 문제가 있어서 일과 보고를 하라고 했고, 하루 받았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당사자가 말해서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조는 “개인의 사생활까지 간섭하고 노조 내부 동향까지 파악할 의도가 보이는 굉장히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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