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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송전탑 막느라 가을걷이도 못하는 농민들

용설록( icomn@icomn.net) 2013.10.08 12:45

2일부터 재개된 밀양 765㎸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가을걷이를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주민들은 2일부터 시작된 송전탑 현장도 지키면서 가을걷이도 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밀양시 단장면 96번 송전탑 부지에서 만난 곽동출 할머니(80)는 “우리 집은 97번 철탑과 300m도 안 떨어져 있어 철탑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한다”며 “농사는 못 지어도 철탑은 막아야 한다”고 했다. 곽 할머니는 “대추와 밤 농사를 짓는데 밤이 떨어져도 줍지 못했다”고 했다.

 

▲철탑 건설에 반대하며 농사짓는 밀양시 상동면 고답동 천병재 씨(73)가 밤 늦게서야 감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 용석록 기자 [출처= 울산저널]

 

도곡면에서 만난 천병재(73) 고답동 동장은 “올해는 감을 다 못 따고 버리게 생겼다”며 부지런히 손을 놀린다. 공사 현장을 지키려고 산에 올라갔다 내려온 뒤에도 밤이 늦도록 쉴 틈이 없다. 부인 김모 씨(72)는 “아침밥도 못 먹고 한 시간을 걸어 산으로 올라가 경찰한테 고함 질렀지, 집에 오면 할 일이 태산이지, 버티기 힘들다”고 했다. 천씨 부부는 70대인데 동네에선 젊은 축에 속한다.

 

같은 동네 강순옥 씨(63)는 2일 산에서 경찰이 공사 현장에 못 들어가게 막고 싸우다가 경찰한테 밀려 넘어져 밟혔다. 뼈에 금이 가서 병원에 입원중이다. 병원에서 만난 강씨는 감을 따지 못해 곶감업자한테 올 농사(감 수확)를 다 팔았다. 1,600만원 나오던 감나무 밭을 800만원 받고 넘겼다.

 

도곡마을 주민들은 한전이 공사를 시작한다는 2일 새벽 3시 반에 산에 올라갔다. 경찰이 산 중턱에서 1차로 막고 공사장 부근에서 또 막아 현장엔 들어가지도 못했다. 경찰은 한전 직원은 출입시키고 마을 주민들은 통제했다. 경찰은 마을 주민들이 지고 올라가는 배낭까지 뒤져 검문했다.

 

도곡마을 주민 박모 할머니(70)는 “경찰이 가방에 손을 넣고 물건을 휘저으며 검사하고, 검사 안 받으려고 비키면 경찰 몇 명이 몸을 잡고 검사했다”고 했다.

 

김모 할머니(70)도 “가방에 도시락밖에 없는데 경찰이 매일 검사한다”고 했다. 주민들은 경찰이 소속을 밝히지도 않고 검문한다고 증언했다. 이에 담당 경찰은 주민들이 휘발성 물질이나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올라올까 봐 안전 때문에 검문하고 소속을 밝히고 검문한다“고 말했다.

 

109번 송전탑 부지는 도곡마을회관에서 한 시간 가량 가파른 산을 올라가야 한다. 공사 자재는 헬기로 운반한다. 산에서 만난 70~80대 노인들은 산에 올라가는데 두 시간이나 걸린다.

 

주민 김모 씨(72)은 “보증금까지 내고 계약했던 사람이 고압 송전탑이 들어선다는 걸 알고 매매를 취소했다”며 동네 전체가 땅 매매도 안 되고 농협에서 대출도 안 해준다고 했다.

 

주민들은 “여태 땅 파먹고 살았는데 집 압류당한 것과 똑같다. 공사를 막아야 하는데 경찰이 지키고 헬기가 날라 다니니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며 말했다.

 

한편 한국전력 밀양특별대책본부 박장민 대외홍보조정관은 “현재 초록색 조끼를 입혀 협력사 80여명의 작업자를 공사현장에 투입했고, 노란색 조끼를 입은 한전 정직원 540명으로 방호조를 구성해 현장에서 마찰 때 주민들의 안전을 돕는 역할을 맡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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