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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논평] 총선 두 달 앞두고 나온 실명제 위반 과태료 통지서

참세상 편집팀( newscham@jinbo.net) 2012.02.14 17:58

2월 7일, 용산구선관위는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인터넷 실명인증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참세상>에 과태료 500만원 부과 통지서를 보냈다.


이 통지서는 2010년 5월31일 서울 서부지원 제2민사 재판부의 항소심 확정 판결이 있은 후 1년 8개월 만에 날아 온 확정 통지서다.


그동안 <참세상>은 인터넷 선거실명제가 주권자인 국민들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막을 뿐만 아니라 시대에도 역행하는 제도로 보고 실명제가 도입된 이후 지속적으로 불복종 운동을 진행해 왔고 실명인증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07년 대선에서 실명제 이행조치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참세상은 이 같은 과태료 처분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고, 또한 이 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매번 인터넷 선거실명제가 필요하다는 데에 손을 들어 줬다. 결국 2010년 2월25일 헌법재판소는 <참세상>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는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에서 헌법재판소는 인터넷이용자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거나 거치지 않고 자신의 글을 게시할 수 있으므로 사전검열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것으로 인터넷 실명제 논란이 끝난 것은 아니다.


2010년 5월 방한한 ‘프랭크 라 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인터넷 실명제가 사전 검열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특히 공직선거법에 의해 선거운동기간 중 실시되는 인터넷 언론사의 실명제가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0년 4월 8일 서울대 행정대학원 우지숙 교수가 ‘행정논총’에 실은 논문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의 효과에 대한 실증 연구’에 따르면, 실명제 실시 이후 게시글의 비방과 욕설 정도는 줄어들지 않았고 글쓰기 행위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인터넷 실명제의 효과가 거의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


무엇보다 인터넷 실명제로 인한 개인정보유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08년 1월 옥션 회원 1081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2011년 7월 네이트와 싸이월드 회원 350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원인이 다름아닌 ‘인터넷 실명제’라는 주장이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의 발달에 따라 의사소통의 방식도 다양하게 발달하고 법적 규제를 초월하는 경우도 발생했고, 뒤늦게 법률을 현실에 맞게 적용하기도 했다. SNS 규제에 대한 오랜 논란 끝에 2011년 12월29일, 헌법재판소는 그 동안 선거일 180일 전부터 규제해 왔던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게시판, 대화방 등에 정보를 게시하거나 전자우편을 전송하는 방법”은 공직선거법 제93조1항의 규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를 전면 허용했다.


게다가 인터넷실명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시행하는 제도로, 외국 사이트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존재한다. 실제 지난 2009년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과 유투브에도 실명제를 적용하려 했으나 “구글은 평소 구글이 하고 있는 모든 것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의 요청을 거부한 바 있다.

 

 
한편, 참세상은 과태료 부과 통지서가 2010년 5월31일 항소심 확정 판결이 있은 후 1년 8개월 만에 나온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연속으로 있는 해이고, 그동안 아무런 소식도 없다가 총선을 불과 두 달 앞두고 갑자기 실명제 위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이 의아했기 때문이다.


<참세상>이 확인해 본 결과, 이 과태료는 용산구선관위가 부과하고 통지하지만 검찰에서 선관위에 공문으로 알려 줘서 집행된 것이다.


용산구선관위 관계자는 검찰이 (과태료 부과통지서 발송) 이틀전 쯤 공문을 보내서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해당 검찰 관계자는 “과태료 처분 건이 많아 누락되었던 것을 찾아내서 이번에 부과하게 되었을 뿐”이며 “다른 의도는 없다”고 참세상에 밝혔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단순 ‘누락’으로만 볼 수 없다.


지난 헌재 판결로 인터넷과 SNS 선거운동이 선거일 당일을 제외하고 합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인터넷 실명제는 폐지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다수 인터넷 포털과 언론사들은 실명인증조치를 취해야 한다. 선관위는 조만간 해당 인터넷 운영사들에 실명제 인증조치 통지문을 발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1월10일 현재 인터넷 선거실명제 적용 대상은 모두 2,279개로 포털 및 방송, 신문, 지역, 전문 인터넷 언론사들이다. 사실상 포털을 포함한 거의 모든 여론형성기관이 실명제 대상이다.


때문에 참세상은 갑자기 나온 인터넷 실명제 위반 과태료 부과 통지문이 인터넷 공간을 다시 옥죄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을 수 없다.


<참세상>은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 인터넷 실명제 폐지를 위한 불복종 운동을 계속하고자 한다. 언론사로서 <참세상>은 다른 무엇보다 독자들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희생시키고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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