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

[편집자 주]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4대강 사업과 토지리모델링 사업 탓에 해당 지역 농민들의 피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토지리모델링 사업은 4대강 준설토를 인근 상습침수지역에 메워 농지를 높이는 사업으로 전북지역은 익산시 웅포, 성수, 용안 등 3개 면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참소리는 민주노동당 익산시당과 함께 세 지역을 다니며 농민들을 만나 자세한 상황을 들었다. 앞으로 3호에 걸쳐 이 지역에서 농민들이 어떤 피해를 보고 있는지 연재할 계획이다.

 

 

대붕암리. 속 타는 심정을 정부는 모르는 것일까?

 

익산시 웅포면 대붕암리는 지난 8월부터 시작된 토지리모델링 사업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마을 중에 대표적인 곳이다. 마을 앞에 넓게 펼쳐진 농지들에 준설토 매립이 이루어졌다. 이곳은 농지가 낮아 예전부터 침수가 종종 일어났다. 그래서 논을 높여준다는 말을 듣고 많은 농민이 좋아했다. 게다가 농어촌 공사에서는 좋은 흙으로 높여준다고 하니 농민 중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금강하구에서 첫 삽을 푸고 마을 논으로 준설토를 실은 덤프트럭이 들어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마을 대책위원장 엄은섭씨는 “덤프가 마을 길을 다니면서 피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가끔 물을 뿌렸지만, 분진에다 소음까지 하루 약 80대 이상이 돌아다녔다. 그래서 집에 금이 간 집도 있고, 먼지 때문에 버스정류장에서 사람들이 오래 기다리지를 못한다.”며 4대강 사업이 시작되고 나서의 고충을 전했다.

 

대붕암리는 농지 침수와 인근 주택의 파손 정도가 심각하다. 지난여름부터 최근까지 마을 도로를 달리는 덤프트럭으로 인한 소음피해와 분진피해도 컸다. 마을을 다니면서 만난 농민들에게 당시 피해 상황을 소상히 들을 수 있었다.

 

침수를 막으려고 흙을 덮었는데 마을이 침수될 지경...

 

“작년 8월에 비가 내렸는데, 물이 차올라 농지가 침수되었다. 예전에는 마을과 뒷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배수가 잘돼 마을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는데, 농지리모델링을 하면서 넓은 논들을 높이다 보니 물이 역류해 다시 마을과 리모델링 대상이 아닌 농지를 덮쳤다. 아직도 대책을 세워주지 않으니 올해도 또 그럴 것 같아 걱정이다.”

 

작년에 큰 피해를 본 농민은 당시 상황을 전하며 농지로 안내했다. 아무리 피해가 예상된다고 하지만 농사일을 멈출 수는 없는 일. 피해를 보았던 농지를 트랙터로 갈고 있던 농민의 얼굴은 그늘져 있었다. 그리고 농지 옆에는 빠져나가지 못한 물들이 썩어가며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이제 곧 장마철이 다가온다. 작년의 피해가 올해 안 온다는 법은 없다. 대비를 잘하고 대책을 마련한다면 모르겠지만, 농민의 말을 들어보면 익산시를 비롯한 관계관청에서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 썩은 물이 고인 웅덩이를 보며 한 농민은 기자를 재촉한다.

 

“여기 와서 다 찍어가라. 이 동네 전체, 약 100호가 되는데, 이 전체 물이 여기서 막힌다. 이거 누구한테 하소연하냐? 기자 양반이 나서서 익산시에 이야기 좀 해달라. 우리말은 들어 먹지를 않는다.”

 

 

집이 갈라졌는데, 아직도 대책이 없어...

 

대책없는 건, 침수문제뿐이 아니다. 도로 인근의 집들은 곳곳이 갈라져 주민이 불안을 떨고 있다. 집이 갈라지는 것은 당장 눈에 보이는 일이고, 집은 살아가는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에 주민은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여러 사람이 봐도 우리 집이 최고로 피해를 보았어. 피해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고, 나이 든 할머니 혼자 산다고 무시하는 것도 이만저만이 아니야. 지난번에는 현장사무소에 찾아갔는데, 오히려 날 잡아먹으려고 하더라니까. 왜 개인이 혼자 와서 이러냐는 거야. 그리고 예전부터 집이 갈라진 것 아니냐면서 나를 바보취급 하더라고”

 

도로 바로 옆에서 혼자 사는 00 할머니는 계룡건설 현장사무소에서 받은 설움에 병까지 났다고 한다. 사실 병이 나지 않을 수도 없는 수준이다. 하루 수백 대의 덤프가 밤낮 가리지 않고 다니는 통에 집이 울리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곳곳이 갈라지는데 병이 안 날 수 있을까?

 

 

계룡건설과 지자체, 묵묵부답

 

지난 1월 말,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계룡건설에서는 분진과 먼지양을 측정하는 검사를 했다. 그리고 몇몇 국회의원들과 관계기관 공무원들도 마을 조사를 진행해서 마을주민은 피해에 대한 어느 정도의 대책이 나올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3개월이 지나고 다시 찾은 대붕암리 주민에게는 믿음보다는 실망감이 더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측정조사도 말이 측정조사지! 측정하는 것을 알았는지, 그 날은 덤프도 많이 안 다니고 천천히 다니더라고.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조사결과를 기다렸지만, 여태 소식도 없어”

 

지난 6월부터 시작한 준설토 매립은 최근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다. 이제 흙을 다져 농지로 만드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덤프가 줄기차게 다니던 지난겨울보다는 무척 조용해졌다. 그러나 그 조용함 뒤에는 작년부터 받았던 분진과 먼진 피해, 농지침수 등의 기억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계룡건설과 지자체는 그런 농민들의 마음을 외면한 채, 4대강 공사를 계속 이어오고 있다. 그만큼 더 큰 피해들이 주민 앞에 기다리고 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