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 원전의 원자로 1~4호기를 폐기할 방침이라고 30일 밝혔다. 또 피해보상과 사고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나머지 원전의 폐기여부를 밝히지 않았고 손해배상 방법도 뚜렷하지 않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쓰마타 츠네히사 도쿄전력 회장은 30일 사고 후 처음 가진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주민들에게 심신 양면으로 수고를 끼친 점을 사과한다”고 말했다. 또 여러 나라에도 “걱정과 불편을 끼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가쓰마타 회장은 사고 확대 방지와 사태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말했지만, 수습 전망에 대해서는 “후쿠시마 첫번째 원전 1-4 호기는 최근 냉각되어 있지 않다”며 원자로 냉각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장기적인 안정도 몇 주 내에는 어렵다”고 밝혀 수습전망이 불투명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도쿄 전력이 추진 중인 해외사업의 중심에 있는 미 원자력 발전소 사우스 텍사스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추진은 지속적으로 자금적으로도 어렵다”며 이번 원전 사고로 “유럽이나 신흥국에도 매우 큰 문제인 것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1~4호기 폐기, 5.6호기는?...원전 유지 여지 남겨


가쓰마타 회장은 후쿠시마 제1 원전 1~4 호기에 대해 “폐지하지 않을 수 없다”며 폐쇄할 방침을 나타냈다. 그러나 제 1원전의 5, 6호기와 제2 원전의 존속 여부는 지역 주민과 정부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계획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일본 정부가 에너지 기본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원자력 발전을 완전히 포기할 뜻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도쿄 전력도 남은 원전에 대한 처리 방침을 분명히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는 31일 이 같은 도쿄전력의 입장에 대해 시민들의 반발이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쿠시마현 내 여러 곳에서 피난 생활을 하고 있는 주민들은 “이런 사고를 냈으니까 원자로 폐쇄는 당연하다” “5호기와 6호기도 폐쇄해야 한다”며 분노의 소리를 높였다고 전했다.


또, 수 주 내에 상황이 정리되지 않고 집에 돌아갈 수도 없다는 얘기에도 “피난 생활은 벌써 2주 이상했다. 몸이 아프고, 마음도 편안하지 않다”며 “언제까지 이런 생활이 계속 되는 것이냐”며 분개했다.


면책이든 국유화든...원전사고 손해배상은 일본 국민들에게 떠넘길 듯


한편, 가쓰마타 회장은 이날 사고 보상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원전사고의 수습이 끝나지 않고 피해가 계속확대 되고 있기 때문에 배상액이 어떻게 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미국 메릴린치 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위기가 2년간 지속될 경우 도쿄전력은 배상액으로 11조엔(1320억달러)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애널리스트 분석에 따르면, 6개월간 사고가 지속되면 배상액이 3조 엔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결국 3달 이상 지속되면 도쿄전력의 모든 자산을 다 팔아도 배상을 다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도쿄 전력은 배상 책임만이 아니라 원전사고 수습과 원자로 폐쇄, 노후된 원자로의 유지 보수 등에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이런 비용을 부담하고 나면 피해 주민들에 대한 손해 배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도쿄 전력은 전력 공급을 계속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기 때문에 법적정리를 단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약 모든 자산을 다 처분하고 법적정리를 한다하더라도 다른 채권자들과 배상 문제가 동일하게 취급되기 때문에 손해 배상이 충분히 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이 때문에 도쿄 전력이 배상 책임을 국가에게 떠넘기거나, 아니면 국유화 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도쿄 전력을 팔아서라도 보상할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가쓰마타 회장은 “원자력손해배상법의 테두리에서 생각하고 싶다”라고 대답했다.


문제는 일본 원자력손해배상법 3조에 ‘대대적인 천재지변이 있으면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면책조항이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날 가쓰마타 회장의 발언은 이 면책조항의 적용을 요구한 의도가 있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가쓰마타 회장이 “국영보다는 가능한 한 민간으로 남고 싶다”고 말한 것도 전부는 아니라고 해도 상당부분 면책을 받고 민간 기업으로 유지하겠다는 희망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에다 관방장관은 25일 “안이한 면책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그것을 알고 있는 가쓰마타 회장의 이날 발언들은 최대한 면책의 폭을 넓혀보자는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면책이 되든 국유화가 되든, 적게는 수조 엔에서 많게는 10조 엔을 넘어서는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일본 국민들이 떠안게 될 것이다. 국유화 되더라도 도쿄전력이 책임져야 하는 모든 손실을 세금으로 메우고 차후에 “대금 회수”라는 명목으로 민영화 할 것이기 때문에 면책과 사실상 다르지 않다.


주주들의 책임은 '유한'하고 국민들의 책임은 '무한'하다. 도쿄전력의 주주와 임원들은 보유주식을 포기하거나 자리에서 물러나면 되지만, 수십년 지속될 환경 피해와 손실배상 책임은 모두 국민들이 져야 한다.


원전 사고로 물리적 피해가 확대되는 가운데, 일본 국민들은 배상 책임까지 지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더 놀라운 일은 그렇게 하고도 원전이 계속 유지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 국민의 시련이 남의 일이 아닌 이유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