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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노동자 유 모 씨가 5차례 자살을 시도해 충남 천안 모 병원 정신과에 입원해있다. 그의 아내 임 모 씨는 본 지와 인터뷰하면서 수시로 눈물을 흘렸다. 흥분해서 말도 점점 빨라졌다.

유성기업의 ‘유’자만 들어도 잠 못 자고 벌떡 벌떡 일어난다는 아내와 5차례 자살을 시도한 남편.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집에서 3차례, 회사에서 2차례 자살 시도
“회사, 개인적인 문제라며 산재 인정 안 해”
산재 인정 하면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들고 일어날 거다?


유성기업에서 30여 년간 청춘 받쳐 일한 남편 유 씨는 회사에서 2차례, 자택에서 3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작년 8월 적응장애로 인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임 씨에 의하면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유성기업지회가 작년 여름 내내 ‘밤에는 잠 좀 자자’며 야간노동 철회를 요구로 파업에 돌입했을 때, 그의 남편은 함께 하지 않았다.

당시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과 관련해 노사 교섭하던 중, 사측은 5월 18일 노조 조합원만 대상으로 직장폐쇄를 통보했다. 노동자들은 순식간에 공장밖으로 쫓겨났고, 한 여름 비닐하우스에서 3달가량 농성했다. 회사가 고용해 쇠파이프, 소화기, 헤머 등으로 무장한 용역경비들은 공장 정문을 지키며 노동자들의 출입을 막았다.

[자료 사진]

파업 과정 중 일부 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복귀해 유성기업지회를 탈퇴하고, 그 사이 만들어진 복수노조에 가입했다. 유성기업지회는 회사가 개입해 만든 ‘어용노조’라고 했다.

“남편은 회사로 최초 복귀한 49명 중 한 사람이었고, 복귀한 뒤 바로 구노조(유성기업지회)를 탈퇴하고 신노조(복수노조)에 가입했어요. 복귀한 뒤 한 달 동안 회사에서 먹고 살며 스트레스 받고, 동료를 배신했다는 자책감 등으로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적응장애로 인한 우울증 진단을 받았지만 산업재해가 인정되지 않았다. 임 씨가 ‘도와 달라’며 7차례 회사측을 만나도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남편이 병을 얻은 이유에 대해 회사는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했어요. 나 몰라라 하지 않고, 진술만 똑바로 해 줬어도 산재가 불승인 나지 않았어요, 서울 길도 모르는 내가 본사에 가서 사장을 만나도 대답은 똑같았고, 관리자들도 다리 꼬고 앉아서 말하는 폼이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얘기할 때마다 말도 계속 바꿨어요”

또 임 씨는 회사측이 산재 인정할 수 없다며, 납득할 수 없는 근거를 내밀었다고 주장했다. 산재를 인정하면, 유성기업지회가 투쟁에 나선다는 것이다.

“선례를 남기면 안 된다고 했어요. 남편에게 특혜를 주면 구노조(유성기업지회)가 데모를 하는 등 들고 일어날 빌미를 주기 때문에 산재 인정은 안 된다고 했어요. 남편은 정말 착한 사람이예요. 회사는 충신이 되어야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신노조에 들어오니까, 이제 내 품에 들어온 사람이니까, 지금에 와서는 모르겠다고? 산재 못 받게 조작해 놓고 개인 사정이라고? 이건 정말 아니죠”

임 씨는 병원비와 생활비로 허덕인다. 퇴직금 중간 정산을 요청해도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산재 인정은 안 된다고 했다가, 회사를 그만 두라고 했어요. 어이가 없었죠. 그래서 회사를 그만둔다고 했더니 퇴직금도 못 주겠다고 하고, 다시 회사를 나오라고 하고. 말을 계속 바꿨어요”

아직 우울증이 완치되지 않았지만, 남편 유 씨는 작년 12월 출근했다. 그리고 회사에서 다시 자살을 시도했다.

“12월 12일 오후 5시까지 일하고, 13일 반나절 일했죠. 또 자살을 시도했죠. 죽을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문자가 왔어요. 자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000에게 가보라고 연락을 했죠. 남편은 못 견뎌서 탈의장에서 목매달아 죽으려고... 관리자들은 남편이 얼마나 꼴 보기 싫겠어요. 왕따 당했을 거예요. 내가 다시 정신과에 남편을 입원시킬 수밖에 없었어요.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솔직히 내 손으로 감금시킨 것이나 다름없는데...”

“늘 회사 편에서 일하다 저렇게 바보 된 남편”
유성기업 ‘도적적으로도 문제 있어’ 시위에 나설 것


임 씨는 계속 눈물을 참느라 울컥거렸다. 대학생인 두 딸,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단란하게 살았던 한 가정의 삶이 파탄 났다. 그는 절박했다.

“작년 8월부터 6개월 동안 1달에 병원비만 250여만 원씩 나왔어요. 내가 유성기업한테 쌩돈 달라는 것도 아니고. 퇴직금 달라는 데 그것도 안 된다고 하고. 도대체 남편이 병이 어떻게 개인적으로 생긴 병입니까. 나는 잃을 것도 없습니다. 회사에서 분신하고 말지... 난 그 정도로 절박합니다. 남편은 수면제라도 먹고 잠을 자지... 나는 두 달째 하혈하는데 병원도 제대로 못 가고 있어요... 잠도 못 자죠. 내가 입원하면 이 일 누가 해요”

동시에, 회사에 대한 분노는 높아만 갔다. 그는 회사와 싸우는 방법을 택했다. ‘늘 회사 편에서 일하다 저렇게 바보가 된 남편’을 위해 ‘시위’를 하겠다고 했다.

“회사가 협박해서, 나는 ‘우리는 법도 모르고 아줌마 방식대로 하겠다’고 했어요. 결국 회사 믿고 신노조 들어간 남편은 토사구팽 당했죠. 나는 데모가 싫고 노조 뭐 이런 것도 모르지만 내일부터 본사 가서 시위할 겁니다. 회사가 뭐라고 했는지 아나요? 유성기업은 이명박 대통령도 안 무섭다고 하더군요. 작년 여름 파업해도 눈 하나 깜박 안 했다고 자랑하더라고요. 유성기업은 도덕적으로도 문제 있는 회사예요”

임 씨가 18일 남편의 동료인 유성기업지회 조합원 앞에 섰다. 어려운 걸음이었다. 그는 "회사를 믿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처음으로 남편의 동료인 유성기업지회 조합원 앞에 섰다. 어려운 걸음이었다. 18일 유성기업 아산공장 앞에서 열린 집회 무대에 서서 그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 자리에 꼭 와야 할 것 같아서 왔습니다. 유성기업 분들 보니까 미안해서 눈물이 ... 남편은 어용노조 가입했지만 토사구팽 당했어요 ... 난 돈도 없고 빽도 없지만... 그래도 딸 아이들은 다 컸고, 초등학교 6학년짜리 아들에게 정의가 무엇인지 말해주려고 합니다 ... 여러분, 회사를 믿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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