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

노동/경제 STX조선소 사내하청 노동자, 장시간 노동으로 과로사

윤지연(참세상( newscham@newscham.net) 2012.02.02 15:04

STX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최 모(49)씨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STX중공업 사내하청업체 O사에 입사해 일한 지 열흘만이다.


유족과 노동계는 최 씨가 건강상의 문제가 없었던 만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O업체 측은 개인 건강상의 이유로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유족의 사과와 보상을 위한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자료사진 [출처: 조선소하청노동자연대]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보다 30시간 이상 초과근무


A씨는 입사 열흘만인 지난 1월 18일, 피로를 호소하며 컨테이너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돌연사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최 씨는 조선소 입사를 위해 최근 산업보건협회에서 건강검진을 실시했으며, 아무 건강상의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유족과 조선하청노동자연대 등은 최 씨의 사망이 STX조선소 사내하청노동자의 작업환경 구조와 편법적인 고용 형태, 그리고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진용기 조선하청노동자연대 회원은 “고인은 1월 7일 입사 후 하루 휴가를 제외하고 9일 동안 근무를 했다”며 “출퇴근 일지를 확인한 결과, 하루 8시간 기본근로시간을 제외한 연장근로시간이 56시간에 달했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당 40시간의 노동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을 인정하고 있어, 최대 주 5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씨의 경우, 주 법정 근로시간에 비해 30시간 이상의 장시간노동에 시달린 셈이다.


특히 일정치 않은 근로시간과 높은 노동 강도, 열악한 작업환경 역시 고인을 죽음으로 이끌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진용기 씨는 “연장근로 시간도 상상을 초월했지만, 특히 매일 들쭉날쭉한 근무 시간도 문제였다”며 “연장근무를 많이 하더라도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하면 몸이 견딜 수 있지만, 매일 근로시간이 달라 새벽 3시까지 근무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고인은 선박 블록 도장작업에서 스프레이로 페인트를 분무하는 스프레이 사수였다”며 “페인트에는 독성 물질이 있고, 보호복을 입는다 해도 몸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피부병이나 페인트 독성 물질에 따른 스트레스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O업체는 최 씨의 죽음이 개인 건강상의 이유라며 유족과의 사과와 보상을 위한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STX원청 또한 하청업체의 문제라며 사태해결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STX조선은 지난 2011년에만 5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해, 노동부로부터 2주간 특별근로감독을 받기도 했다.


장시간 근로개선? 조선소 노동자에게는 ‘남 얘기’


정부는 지난 1월 24일, 장시간 근로 개선 계획을 발표하고 한국사회에 만연한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고, 현행 26개의 근로시간특례업종을 10개로 대폭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경우, 심각한 수준의 장시간 노동이 일반화 돼 있는데도 사태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으며 제도적, 법적 장치도 미비해 장시간 노동의 폐해가 해소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반 제조업의 경우, 정해진 작업, 특근시간이 존재하지만 조선소나 건설노동자들의 경우 작업시간이 일정치 않다. 때문에 현장에서 조선소 사태하청 노동자들은 공정에 따라 과도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진용기 씨는 “우선 회사나 노동자나 장시간 노동에 대한 개념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으며, 특히 최근에 조선산업에 일자리가 별로 없어 현장 노동자들은 일이 많을 때 해 둬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게 된다”며 “특히 회사에 일감이 없어 쉬게 되는 경우, 평균임금 70%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법에 명시돼 있지만 조선소에서는 전혀 임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어 몸이 피곤해도 일이 있을 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조선소 하청업체의 불법, 편법적인 고용계약 형태역시 열악한 노동환경을 부추기고 있다. 최 씨가 근무했던 O업체 사내이사는 STX의 또 다른 사내하청업체인 I사의 대표이사로 알려져 있다. 조선하청노동자연대에 따르면, I사는 정상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입사 시 개인별로 사업자등록증을 제출토록 강요해 노동자들은 4대보험 등에서 제외 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로부터 업부지시를 받고,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지만, 형식적으로는 개인사업자로 고용돼 해고나 장시간 노동강요에도 불만을 표출할 수 없는 구조다. 진 씨는 “회사는 근로자성을 부인하기 위해 이 같은 형식의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근로자로 인정이 안되는 만큼 퇴직금 미지급, 4대보험 미가입 등의 불이익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조선소 사내하청은 장시간 근로, 노동환경, 부당한 고용형태 등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가 만연해 있는 만큼 노동부에서 전반적인 근로실태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