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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2013년 8월 26일 오후 3시, 202일 종탑농성을 진행했던 오수영, 여민희 재능교육 해고자들이 하얀 새 운동화를 신고 종탑에서 내려왔다. 두 사람이 신은 하얀 운동화는 쌍용차 해고자인 고동민 씨가 농성 해제하는 날 신고 내려오라고 올려 보내줬다.

 

▲쌍용차 해고자가 농성을 끝내고 내려올 때 함께 신고 내려오라고 보내준 하얀 운동화를 신고 농성장에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는 오수영, 여민희 재능교육 해고자 [출처= 참세상]

▲[출처= 참세상]

 

두 사람은 농성해제 30여분 전부터 배낭에 짐을 싸고, 해고 동지들이 보내준 신발이라며 새 운동화 신발끈을 묶었다. 여민희 조합원은 종탑에서 내려오기 직전 “일단 고 이지현 조합원과 고 윤주형 동지 찾아가고 싶고, 사람들의 관심이 없는 곳에서 좀 쉬고 싶다”고 했다. 오수영 조합원은 개인적으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묻자 “병원에 우선 가야한다고 하지만,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목욕”이라고 했다.

 

▲[출처= 참세상]

▲[출처= 참세상]

▲[출처= 참세상]

 

그리고 두 사람은 각각 배낭을 메고 햇살이 쏟아지는 종탑 꼭대기 조그만 구멍 아래로 난 작은 철근 계단을 조심스레 내딛었다다. 거대한 종이 매달린 꼭대기 아래층까지 무사히 내려온 두 사람은 기다리고 있던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과 이재웅 민주노총 서울본부장,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를 보자 눈물이 왈칵했다. “고생했다”는 격려인사를 받고 두 사람은 바로 혜화동 성당 입구로 내려왔다.

 

▲[출처= 참세상]

▲[출처= 참세상]

▲[출처= 참세상]

▲[출처= 참세상]

▲[출처= 참세상]

 

성당 앞에선 기자들 외에도 오수영 조합원의 아들인 채운이가 아빠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기자들에 둘러 싸여 합의서 조인식이 끝난 후에야 제대로 상봉을 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과 고동민 쌍용차 해고자의 꽃다발을 받고 기자들의 플래쉬 세례를 헤치며 재능본사 앞으로 이동하던 도중 드디어 유득규 노조 집행위원장을 만난 두 사람은 유득규 집행위원장을 안고 펑펑 울었다. 유 집행위원장도 펑펑 눈물을 흘렸다. 이제야 고공에서 내려와 땅을 밟았다는 실감이 나는 순간이다.

 

▲[출처= 참세상]

▲[출처= 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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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세상]

 

“미흡한 성과지만, 현장 돌아가 2013년 단체협약 반드시 체결”

 

이어 3시 30분부터 농성해제 기자회견과 4시 조인식까지 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기자회견에서 재능교육 조합원으로 해고됐다 12년 만에 원직복직을 약속받은 황창훈 학습지산업노조 위원장은 “합의내용과 관련해 승리다 패배다 이렇게 단정 지어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학습지산업노조는 힘들고 끈질기게 싸웠다”며 “미흡한 성과지만 이 성과를 바탕으로 현자에서 올해 남은 기간에 2013년 단체협약을 반드시 갱신 체결하고 특수고용자라는 위장된 개입사업자 허물을 벗고 당당하게 노동자로 활동하는 재능교육현장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오늘 투쟁을 발판으로 하반기 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을 노조법 제2조를 개정하는 투쟁으로 집중해 돌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재웅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6년 동안 단체협약이 해지되고 길바닥에서 비닐 한 장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투쟁하고 200일이 넘도록 종탑위에서 농성을 해야만 노동자의 요구가 관철되는 서글픔을 금할 수가 없다”며 “이제 재능회사는 노사관계를 적대시 하지 말고 진정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면서 노사관계를 이끌어 가야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회사의 진정한 배려와 협력으로 노사가 상생할 수 있도록 해나가는 것을 회사 방침으로 잡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또 재발될 것”이라며 “회사가 더 노동자에 다가가고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면 진정한 노사관계는 해결이 아니라 노사 협력과 대등한 관계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참세상]

▲[출처= 참세상]

 

“고 이지현 조합원에 ‘재능교육 선생님’ 이름 찾아줘 기쁘다”

 

오수영 조합원과 여민희 조합원은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면서도 계속 눈물을 흘렸다.

 

오수영 조합원은 “2월 6일 아침 어두운 종탑계단을 오르면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며 “꼭 승리하고 싶어서 종탑에 올라갔지만, 투쟁하는 2075일 내내 이 투쟁이 끝날지 확신이 들지 않았는데 끝이 났다”고 말했다.

 

오수영 조합원은 “이번 합의문은 2076일간 하루하루 쌓아올린 상처와 분노, 연대와 투쟁의 결과물”이라며 “202일간 일상의 모든 것을 버리고 모든 비난과 수모를 감수하며 단 한마디의 변명도 하지 않고 속울음을 삼키며 참고 버틴 결과”라고 했다.

 

또 “합의서에 부족한 부분은 현장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조직하고 투쟁하며 채워나가고, 반드시 2013년 단체협약을 갱신 체결하겠다”며 “힘들 때마다 힘을 주신 소중한 동지들의 연대를 결코 잊지 않고, 뚜벅 뚜벅 한걸음씩 앞으로의 시간도 투쟁하며 함께 걸어가겠다”고 밝혔다.

 

여민희 조합원은 “2075일전 여러분이 서 계시는 이곳에서 재능교육 사측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아픈 옆구리를 잡고 비닐 한 장을 덮고 밤을 지새웠고, 201일전 저 곳 성당 종탑에서 침낭 한 장을 덮고 핫 팩을 붙이고 또 밤을 지새웠다”며 “이제 해고자가 아니라 재능선생님의 이름으로 현장으로 돌아가는구나 하며 설레면서도 현장에 돌아가 내가 해야 할 일들과 나에게 주어진 과제가 책임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고 이지현 동지의 재능선생님 이름을 반드시 찾아주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며 “조합원들과 현장에 돌아가 재능선생님 역할을 하며 노조 깃발을 들고, 노조의 이름으로 노조를 재건하고 현장 활동을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출처= 참세상]

▲[출처= 참세상]

 

양병무 사장, “7층 회장실, 9층 사장실에서 매일 농성 모습 봤다”
사측, “대외적으로 공표한 올 말까지 단협 체결 약속 믿어달라”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후 4시부터는 재능본사 6층 회의실에서 노사 합의서 조인식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황창훈 위원장은 “12월 말에 단체협약을 갱신하는 날도 오늘처럼 웃으면서 노사가 함께 할 수 있는 자리가 되도록 노사가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고 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재능본사가 업계에서 쉽지 않은 위치에 있지만, 회사가 상생에 나서고 노사가 힘을 합쳐 다시 업계 1위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양병무 재능교육 사장은 “어제 저녁 노조의 조합원 찬반 투표 통과를 긴장하며 기다렸다”며 “이 문제를 결정하면서 회사 측은 종탑에 오른 여성조합원들의 안정과 건강을 가장 크게 생각했고, 결단에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양병무 사장은 “저도 오늘 아침이 특별한 날이었다. 지난 세월을 생각하면서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란 시가 생각났다”며 “오수영, 여민희 선생님이 종탑에 오른 이유가 회장실이 7층이고 사장실이 9층인데 가장 잘 보이는 장소를 정말 잘 골랐다는 생각을 했다. 최장기 농성장 해결이란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많은 노력으로 가능했다”고 말했다.

 

사측은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말까지 단협 체결 합의 조항을 두고 “대외적으로 많은 기자들 앞에서 공표한 것으로 12월 31일까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체결해야 한다”며 “협상에 어려움이 있을 경우 특정 항목을 빼고 나머지 항목에 우선 단협을 체결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31일까지 체결하겠다는 합의를 믿어 달라”고 강조했다.

▲[출처= 참세상]

▲[출처= 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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