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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질긴 투쟁이 우리 노동자의 밑천”

문주현( 1) 2013.09.12 14:22 추천:1

2076일의 거리 투쟁과 202일의 고공농성, 참 긴 시간 투쟁을 벌여온 재능교육 노동자들이 최근 사측과 잠정합의를 하고 현장으로 복귀한다.

 

특수고용노동자로서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조탄압까지 감내하며 버틴 2076일의 투쟁을 마무리하며 재능교육 노동자들은 9월 10일부터 전국의 투쟁사업장을 돌며 연대의 인사를 나누고 있다.

 

10일 저녁과 11일 오전에는 서울 혜화동 종탑 농성을 202일 동안 벌인 오수희 재능교육지부장과 여민희 조합원을 비롯한 재능교육 조합원들이 전북을 방문하여 버스와 택시투쟁에 연대했다. <참소리>는 이들을 만나 전북지역을 찾은 이유와 앞으로 각오를 들었다.

 

 

Q. 12일까지 전국 투쟁사업장을 순회하는 이유가 있나?

 

여민희 : 2076일 동안 농성할 수 있었던 것은 연대해 준 동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기간 너무 힘들었다. 다행히 연대를 해 준 이들이 많았고, 이들 덕분에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연대 동지들에게 인사도 드리고 이렇게 잘 싸워서 승리했다는 소식을 안겨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최근 장기투쟁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는데, 승리한 경우가 많지 않다. 승리의 기운을 같이 나누고 싶었다.

 

Q. 전북에서는 버스노동자와 택시노동자들을 만났다. 이들을 잘 알고 있나?

 

오수영 : 버스노동자들의 경우 집단 상경투쟁을 작년에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농성장에 찾아와 주셨다. 그리고 택시노동자들도 올 초 고공농성 소식을 듣고 열악한 상황을 알게 됐다. 그리고 서울에 올라올 때마다 종탑을 찾아 응원도 해줬다. 얼굴을 가까이서 보지 못했지만 많이 보고 싶었다.

 

여민희 : 남상훈 지부장이 작년에 49일 단식했을 때, 한번 찾은 적이 있다. 당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금 건강을 찾으신 것 같아 안심이 된다. 그리고 당시에도 버스노동자들은 열심히 싸웠는데, 승리했으면 좋겠다. 아까 한 버스노동자가 전국의 버스운송사업주가 전북을 관심가지고 있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전북 버스노동자들이 이겨야 한다. 버스노동자들의 승리는 승객 서비스와 안전에도 직결된다. 이를 개선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여기와서 보니 그럴 수 있다는 마음이 든다.

 

Q. 요즘 노동자들은 참 힘겹게 투쟁하고 있다.

 

여민희 : 학습지 노조만 보더라도 대교의 천막농성과 한솔교육의 해고 투쟁, 재능교육 노동자들의 투쟁까지 오랫동안 싸웠다. 우리의 경우 노무팀이 하는 말이 대교의 노무팀에게 배웠다고 한다. 노동자들의 투쟁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노하우를 자본은 학습하고 잘 뭉친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응하는 기술이 나날히 늘고 있다.

 

우리 노동자들은 일도 해야 하고, 부당한 것에 맞서는 것. 단지 그것만을 원하기에 그 이상을 생각하지 않는다. 자본이 저만큼 앞서가고 공세적인 것에 당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너무 순진한 것 같다. 정의는 이긴다는 것만 가지고 싸우지만, 자본은 항상 그 위에 있었다. 딱히 답이 떠오르지는 않지만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리의 밑천은 무엇일까 생각해봤는데, 역시 질긴 것이다. 이것이 가장 큰 힘이다. 자본은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돈으로 갈라치기를 한다. 그리고 다른 사업장도 이 방법을 배운다. 그것에 대응하여 질기게 싸우는 것이 필요하다.

 

Q. 현장에 돌아가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오수영 : 참 질기게 싸웠다. 우리가 그렇게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고 그만큼 자본이 악랄했다. 잃은 것도 많다. 노조가 잘 나갈때는 3,800명이었다. 그리고 투쟁을 시작할 때 100여 명의 조합원이 함께했다. 그런데 지금은 11명이다. 현장에 돌아가서 노조를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민희 : 10월 복귀를 한다는 소식이 벌써 현장에서는 퍼진 것 같다. 한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같이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자고 하더라. 현장을 떠난 지 6년이 지나면서 현장 이야기를 들을 수조차 없었다. 그런데 다시 현장에 복귀한다고 하니 부당영업 등 현장의 고충을 들을 수 있게 됐다. 현장을 다시 조직하는 것이 1년으로는 안 될 것이다. 그렇지만 현장 조직을 지키고 만들어내는 과제가 남았다.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다.

 

Q. 끝으로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오수영 : 투쟁을 시작하게 되면 투쟁하기 전의 일상과 관계가 모두 망가진다. 친구, 가족 등과 고립된 느낌과 이전의 삶과 달라 많이 힘들다. 그래서 우리 말고 투쟁에 공감하는 다른 지역의 투쟁하는 노동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다. 그런 마음으로 앞으로 연대하겠다. 힘 냈으면 좋겠다.

 

여민희 : 힘들고 지쳐도 우리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이겨낼 것이라 믿는다. 정말 오래 싸워서 죄송하지만, 이겼다. 현장에 돌아갈 수 있는 우리를 보며 힘을 내고 승리하는 것도 경험이다. 그 경험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희망이 생기고 습관이 된다. 앞으로 투쟁사업장도 승리하는 곳이 많아질 것이다. 죽도록 힘내서 싸우는 사람들에게 힘내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견뎌냈으면 좋겠다.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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