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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민주당과 싸우는 전북버스 노동자들, “저들을 믿지 않는다”

윤지연(참세상)( newscham@newscham.net) 2012.11.22 18:59

716일째 장기 파업사태를 겪고 있는 노동자들이 지난 10일 23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캠프 앞 농성을 시작했다.

벌써 31일째 캠프 앞 농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더해 가는 것은 답답함 뿐이다. 대선 국면을 맞아 쏟아지는 수많은 공약을 보면서, 지난 700일간 이행되지 않았던 정치권과의 숱한 약속들이 떠올라서다.


자본과 정치권이 얽힌 복잡한 현장, 그 실타래를 풀어내기 위해 파업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은 전북버스 노동자들이다. 대선을 맞아 노동계 인사들의 야권 캠프행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현장은 여전히 거대한 정치권과의 전쟁을 진행 중이다.

쇄신과 개혁 내건 민주통합당, 자신의 ‘텃밭’ 정경유착도 해결 못하나

최근 노동계의 ‘대세’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다. 그동안 노동계가 요구해 온 현안들을 공약에 성심성의껏 반영하는 모습이 노동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현안 투쟁사업장인 쌍용자동차, 현대자동차 문제에도 적극적이다. 그 만큼 노동계 인사들의 문 캠프 행도 속속 이뤄졌다.

하지만 ‘대세’는 ‘대세’에서 비껴버린 사건에는 관심이 없다. 벌써 700일이 넘도록, 민주통합당을 상대로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전북버스 노동자들은 민주통합당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개혁’과 ‘쇄신’을 이야기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은, 정작 자신의 ‘텃밭’에서 일어난 정경유착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호남지역은 민주통합당의 ‘텃밭’이다. 전주 지역은 시도 의원 중 민주통합당 소속이 95% 이상이다. 2010년, 전북버스 노동자들은 파업 과정에서 버스사업주와 민주통합당 소속의 전주시장, 전북도지사, 지역 의원들 간의 정경유착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시장과 도지사는 버스사업주의 불성실 교섭에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파업이 일어나자 하루 5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대체버스를 투입해 버스사업주 지원사격에 나섰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법파업’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때문에 전북버스 노동자들은 그간 민주통합당을 상대로 숱한 투쟁을 벌여왔다. 지난 4.11 총선 기간에도, 서울 종로구에 출사표를 던진 정세균 민주통합당 의원 선대본 사무실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였다. 당시 정 후보는 이들에게 당선 후 문제해결을 약속했지만, 정작 당선 이후에는 이 문제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었다.

지난 10월 31일, ‘양대노총 공공부눈 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의 입장을 기다리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민주노총 전북버스노조 관계자들이 민주통합당이 버스노동자를 외면하고 있다는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정세균 의원은 전북 지역에서만 국회의원 4선을 한 이력이 있어요. 현 김완주 전북도지사 라인으로 알려져 있죠. 그래서 이번 4.11 총선에서 전북버스 노동자들이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27일간 노숙 농성을 벌였어요. 농성 막판에 정세균 의원이 노동자들을 만나 ‘전북버스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선이 돼야 하지 않나’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투쟁을 접고 자신이 당선이 되면 해결을 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한 거예요.

하지만 당선 이후에는 일언반구가 없어요. 당선 후인 7월 21일, 전주교육대 황학당 강당에서 정세균 토크콘서트가 있었어요. 조합원들이 가서 왜 총선 전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지 피켓 시위를 했죠. 하지만 콘서트가 끝나니 차를 타고 도망가 버리더라고요”


때문에 31일째 캠프 앞 농성을 벌이고 있는 황태훈 전북고속지회 사무장은 “더 이상 정치인들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총선 이후 민주통합당은 전주버스 문제 해결을 당론으로 채택했지만, 지금까지 어떤 문제해결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통합당 의원과 캠프로 짐을 싼 민주노총 인사들과 만남도 가져봤지만 답답함만 늘어가고 있다.

“문재인 캠프로 옮겨간 문성현 전 금속연맹위원장과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버스 파업 해결을 위해 내려가긴 했지만, 답을 명확하게 얻지는 못했어요.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과는 국회에서 1시간 반 가량 만난 적이 있어요. 은 의원은 전북 버스파업에 대해 문재인 후보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풀어나가기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어요.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도 지난주에 전북에 내려와 지부장과 만남을 가졌어요. 민주통합당은 대선이 끝나고 인수위원회가 구성되면 꼭 전북버스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해요. 하지만 지난 총선 후에도 쌍용차 문제와 전북버스 문제 해결을 당론으로 채택했지만, 아직까지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정치적 장벽 허물기 어려워...그림자 투쟁, 낙선운동 등 이어갈 것”

날이 더해갈수록, 노동자들은 정치권과 자본의 유착이라는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노조와 시민대책위는 속속 사업주의 비리를 밝혀내고 있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정치권과 지자체라는 벽을 만난다.

[출처: 참소리]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수익이 없는 차는 도청에 휴지신청을 하고 등록증과 자동차 등을 반납해야 해요. 정보공개청구를 해보니, 3만Km에 달하는 차가 휴지돼 있더라고요. 버스는 하루 약 650Km를 운행해요. 계산해 보면 약 50대의 차가 서 있어야 하지만 18대가 불법으로 운행되고 있어요. 사업주들이 수익이 나는 노선에 불법으로 차를 돌리면서 돈을 착복하는 거죠.

하지만 정치권은 토호세력인 버스자본을 함부로 건들지 못해요. 우리가 불법, 편법 노선 운행을 도에 강력히 항의했지만, 마지못해 차량 4대의 번호판을 떼더라고요. 나머지 14대 분에 대한 집행의사가 없어요.

사업주들은 불법 노선 운행과, 버스비 현금 착복으로 배를 불리는데, 정부는 유가보조금까지 대 줘요. 죄 없는 시, 도민들만 불쌍한 거죠. 아무리 비리가 밝혀진다고 해도, 정치적인 장벽이 너무 두터워서 허물어내기가 힘들어요”


또한 전주시는 한 해 140억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버스사업주에게 지원하고 있지만, 사업주들의 부실 경영으로 자본잠식이 마이너스 63억 원에 이르는 버스사업장도 있다. 노조 측은 도지사와 시장이 방만한 시외, 시내버스 사업주의 사업권을 회수하고, 공영제를 실시할 권한이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있다며 입을 모은다.

뿐만 아니라 사업주들은 민주노총 소속 노조와의 단협을 해태하며 노조와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법원 판결에 따라, 회사는 1회 교섭 불응 시 100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하지만 전북고속은 작년 11월 이후부터 교섭에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5개 지부가 공동교섭을 하고 있어요. 교섭에서 가장 큰 쟁점은 법적 근로시간인 주 40시간, 월 22일 근무를 보장하라는 거예요. 사실 그리 무리한 요구사항이 아니지만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아요. 대화하려는 의지도 없고요. 공격적 직장폐쇄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요. 시간을 끌면서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거죠”

때문에 노조는 민주통합당 측에 악덕 사업주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과 장기파업사태 해결, 사업주의 성실교섭 강제 등을 요구하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또한 대선 전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시, 대선 이후에도 민주통합당을 상대로 한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유력한 당선 후보예요. 그는 정치 쇄신과 개혁을 강조하고 있죠. 하지만 자신들의 지역에서의 쇄신과 개혁조차 할 수 없다면 결국 그 이야기는 거짓인거죠. 대선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해 진정성을 보여줘야 해요.

저희도 이후에 그림자 투쟁 등 투쟁 수위를 높여 대응할 계획이예요. 만약 문제 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으면 낙선운동까지도 생각하고 있고요. 또한 대선 전에 해결되지 않을 시, 대선 후에는 청와대 앞 농성까지 이어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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