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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들이 전북도청사 1층 계단을 기어오른 이유

전기 요구하는 장애인들의 이동 막기 위해 엘리베이터 중단까지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6.11.03 00:22

▲기독교 영광의집 장애인 성폭력 사건(2007~2009년) ▲완주 예수재활원 장애아동 학대(2008~2009년) ▲익산 영산복지재단 공금횡령사건(2010년) ▲전북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 노동학대 및 복지법 위반(2012~2013년) ▲전주 자림복지재단 장애인 성폭력(2012~2016년) ▲한기장복지재단 평화의 집 장애인 학대(2016년)


전북지역에서 매년 거듭되고 있는 장애인생활시설 및 복지시설 내 인권유린사건에 대해 특단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전북지역 장애인단체들이 지난 10월 31일부터 전북도청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천막농성은 25여개 전북지역 장애인 및 시민사회단체들이 구성한 <전북 장애인 인권 보장 공동투쟁본부>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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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2007년부터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이 끊이지 않는 전북이다”며 “무엇이 문제이고 왜 그런 것인지 대대적인 점검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또한, 장애인들이 시설 생활이 아닌 자립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에 대한 점검과 마련도 요구했다. 이들은 “전북은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조례와 차별 금지 조례가 제정되어 있다”며 “이런 제도들이 실효성 있게 작동되는지 따져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전기 요구하는 장애인들의 이동 막기 위해 엘리베이터 중단까지


이런 가운데 2일 저녁, 갑작스러운 가을한파에 도청 외부에서 전기를 쓰고자하는 이들에게 전북도청이 전기 제공을 할 수 없다고 밝혀 한 차례 충돌이 벌어졌다.


공동투쟁본부는 “첫 날에도 강풍으로 자고 있던 와중에 천막이 날아가는 등 심각한 훼손이 벌어졌다”면서 “어제(1일)부터는 갑자기 추워지면서 농성 장애인들의 건강이 우려되어 난방 장비를 사용하기 위해 전기를 쓰려고 했지만, 전북도청이 막아섰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0년 당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퇴진을 요구하며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11층에서 농성을 벌이던 중 급성 폐렴을 얻어 사망한 뇌성마비 장애인 우동민씨 사례를 언급하며, 전기를 쓸 수 있도록 요구했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농성단이 전기를 사용할 수 없도록 끊은 바 있다.


이런 요구에도 전북도청은 “인근에 민주노총 전북지역 버스노조가 농성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항의가 들어올 수 있고, 내부 규정상 전기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천막농성이 불법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소란이 벌어졌다. 장애인 활동가들은 전기 사용을 금하는 것은 과도한 인권침해라는 뜻을 전달하고자 3층 도지사실을 가고자 했다. 이를 전북도청이 막아선 방법이 장애인들의 자존심을 짓밟은 것이다.


이날 농성을 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은 휠체어가 유일한 이동 수단이었다. 전북도청은 계단을 오를 수 없는 이들의 유일한 관문인 엘리베이터(승강기) 운행을 중단시켰다. 이에 장애인들은 분노했다. 유승권 전북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장애인들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짓밟았다”고 말했다.


전북도청의 입장 변화가 없자, 장애인들은 기어서라도 올라가겠다며 계단으로 향했다. 유승권 대표를 비롯하여 두 명의 장애인이 휠체어에서 벗어나 계단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전북도청은 쳥원경찰을 동원하여 1층 계단을 막아섰다.


“장애인들이 자존심 다 버리고 계단을 기어 오른 것이다. 막아설 권리는 없다”고 호소했지만, 전북도청은 이들의 이동을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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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까지 막아선 행위는 인권침해, 사과 요구했지만...


이날 대치는 약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전북도청은 논의 끝에 ▲전기 사용은 야간만 가능 ▲버스노조에서 전기 제공을 요구할 시 재검토 등을 조건으로 전기 사용을 허가했다. 사실상 버스노조에서 전기 제공을 요구하거나 항의가 들어오면 전기를 차단하겠다는 것.


이에 장애인 활동가들은 전기 상시 사용과 엘리베이터 중단 및 계단을 막아선 것에 대해 공식 사과를 재차 요구했다. 이들은 “전기는 민주노총에서 요구가 오면 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북도청은 이를 결정할 관계자가 없다는 이유로 논의는 불가하다는 뜻을 전했다. 그리고 장애인 활동가들이 요구한 사과는 거부했다. 청사 관리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장애인 활동가들에게 “사과할 사안이 아니다”며 “여기 들어와서 시위를 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사항이고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윤종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우리가 무기를 들은 것도 아니고, 이 상황을 어떻게 시위로 볼 수 있나”고 강하게 항의했다. 항의에 또 다른 전북도청 관계자가 “내일은 이 같은 일(항의)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사과를 하겠다”고 밝혀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한편, 전북도청은 2년 전인 2014년에는 한 번도 도청을 점거한 적이 없었던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회원들이 점거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출입을 통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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